처벌대상, 기준 모호성 그대로 강행
근로자 사망재해 CEO 구속, 벌금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 앞 안전모와 장갑.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 앞 안전모와 장갑. (사진=공동취재=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제계의 거듭된 보완입법 건의를 무시한 채 오늘 27일부터 시행된다.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재해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이 법은 노동계의 강력한 압박 하에 친노동 민주당의 의회 권력이 주도, 통과시켜 오늘부터 시행된 것이다.

처벌대상, 기준 ‘모호’ 그대로 시행


이 법은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후 시행령 입법예고 과정이나 주무부인 고용노동부의 설명회, 산업안전보건본부 설치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제단체들이 수정, 보완입법을 여러 차례 건의한 바 있었다.

중대재해 규정 및 처벌대상이 모호하고 경영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너무 과중하여 산업현장을 지나치게 압박하리라는 지적이었다.

이 법은 근로자 사망 재해사고의 처벌대상을 경영책임자로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기업주인 오너인지 경영책임을 맡은 CEO인지 알 수 없고 실제 사업현장의 안전보건책임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이 같은 처벌대상과 기준의 모호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보완입법을 요구한 것이다.

또한 산업현장이 광범위한 대형 건설사의 경우, 이 법 시행에 대비하여 오너 CEO가 사임하고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하거나 별도로 산업안전보건 최고책임자를 선임했지만 이를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로 인정 여부도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대다수가 오너 CEO 체제로 경영되고 있어 전문 경영인 교체나 새로운 산업안전보건 책임자 선임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 사망사고 한 건이면 수사와 재판받는 기간의 경영공백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자 사망사고가 아닌 중대 부상사고의 경우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된다. 근로자 2명 이상이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경우 경영책임자가 7년 이하의 징역형, 1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 받는다.

과잉처벌 규정, 기업경영 ‘공포법’ 꼴


경제계는 이 법의 제정취지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로 사업현장을 압박하는 ‘기업경영 공포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법은 근로자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영세 하청기업으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기업인 원청기업 경영책임자가 관리소홀 책임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이 법에 규정된 근로자 범위에는 대표나 임원도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그러니까 기업경영 대표나 임원이 부상사고를 당해도 조사를 받고 처벌된다고 볼 수 있다.

경찰청이 배포한 수사 가이드북에는 지자체장들도 이 법에 의한 처벌대상으로 지적되어 있다. 가령 공공시설의 설계, 관리부실로 중대재해 사고가 났을 경우 서울특벌시장 등이 처벌을 받는다는 해석이다. 이를 기준하면 고속도로, 철도, 공항 중대재해사고의 경우 국토부 장관이 최고경영자 지위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을까.

더욱 우려하고 불안스런 대목이 사업장 곳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CEO 쪽이 아닌 근로자의 실수나 안전보건 수칙 위반으로 중대재해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에도 회사의 관리, 교육책임 소홀이라며 처벌하지 않을까. 또 코로나 감염으로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방역조치 미흡책임으로 처벌하지 않을까.

통근버스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운전기사의 책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이를 회사의 안전관리 소홀 책임으로 규정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경우를 가정해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친노동 환경 하에 기업경영 공포법으로 작용할 우려가 적지 않다.

집권 민주당과 정책연대 관계인 한국노총이 이날 법시행 관련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처법법이 원안보다 후퇴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고 말하고 정부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이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제외 규정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요구했다.

대선 유력후보인 이재명, 윤석열 후보도 한국노총의 주장을 수용하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당선돼도 현행 친노동 정책 기조로 경제계가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처벌규정 보완입법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새 정권이 어찌 산업현장의 애로를 끝까지 외면할 수 있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무리하고 지나친 처벌은 ‘악법’으로 불린다


고용노동부는 이 법 시행에 대비하여 지난해 7월 산업안전보건본부를 10개과, 82명 규모로 발족시켰다. 또 전국 지방노동관서 담당 직원도 715명에서 821명으로 확대, 조직했다.

그러나 법 시행 6개월을 앞두고 급하게 조직하고 채용하느라 전문성 확보가 미진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처벌수위가 높고 수사방식이 까다로울 전망이다. 그렇지만 기존 공무원들이 순환근무로 관련업무를 수행하자면 전문성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산업안전 관련 법령은 화학물질관리법, 전기안전관리법, 건설기계관리법 등 30여개에 달한다. 이들 법령마다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 관련 의무사항 위반 시 중대재해법상 처벌대상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노용노동부는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와 중대 산업재해자문단을 구성하여 최대한 수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중대재해 사고는 예방돼야 할 대상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을 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무리하고 지나치게 기업경영을 압박하면 ‘악법’이란 지탄을 면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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