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부족, 필수의료 붕괴사태 대응
의사협회 등 총파업 경고 설득 필요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정부가 고심 끝에 의과대학 입시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모양이다. 그동안 350~500명 증원논의를 넘어 ‘1000명 이상’ 확대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나마 주무부 장관을 제쳐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증원 규모와 방식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발표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등이 “의료계와 합의 없는 정부 발표에는 총파업 등 강경 투쟁하겠다”고 미리 경고했다.

중대현안 윤 대통령이 직접발표 성격


정부는 올들어 의사협회 등과 ‘의료현안 협의체’를 구성,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 왔다는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금주 중에 발표한다는 방침일까.

의협 등이 오래전부터 정원 확대에 강력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합의 없이 발표하면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겠다는데 이래도 좋은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은 현 고교 2학년이 응시할 2025년 입시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한 정원 3058명을 17년 동결 끝에 확대하는 것이다.

그동안 의대 정원이 묶여있는 사이 늘어나는 의료수요에 비해 의사 부족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보도됐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022년 기준 2.5명(한의사 제외 시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비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비교된다. 여기서 의대 정원을 1000명으로 확대해도 오는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49명(한의사 제외 시 3.0명)으로 OECD 평균 4.5명에는 미달한다는 비교다.

이렇게 의대 정원이 동결된 상황에 의사 부족으로 지방의료,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소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등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계속 OECD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의사협회 등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 필요성은 너무나 중요하고 다급한 상황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초고령사회 진입 의사부족 비상대응


의대 입시 정원을 늘리게 될 2025년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해이다.

저출산으로 이미 인구 감소기에 접어들었지만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는 급속 확대되는 추세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곧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및 뇌, 심장질환, 치매 등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의사와 간호사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의 경우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늘린 사례를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최근 20년간 의대 입학정원을 38%나 늘렸다고 한다. 또 영국도 2002년 4300명에서 2021년 9280명으로 정원을 대폭 늘렸고 일본도 2008년 이후 22.3%나 늘렸다고 한다.

다만 총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 접어들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사 수요도 줄게 될 것이므로 의대 정원 역시 다시 조정할 필요가 제기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행여나 정원을 대폭 늘려 의사가 남아돌면 국가 의료재정 낭비가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2040년대 후반까지 의료 수요가 증가하다가 2060년이면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늘어난 인력이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으로 빠진다면 증원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진료과목별 의료수가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정원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전남과 같이 의대가 한 곳이 없는 지역에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졸업생들은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 문제는 의무복무에 대한 위헌성 논란, 입학 불공정성 우려 등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그렇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의대 정원만 확대했다가 필수 의료지원은 강화되지 않고 서울이나 비필수과목 쏠림만 심화된다면 문제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좀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어찌 합의노력 없이 ‘큰 파국’ 경고인가


지난 문정부가 10년간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졸업을 앞둔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고 종합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을 선언했었다. 이에 결국 정부는 정원 확대를 백지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등 사태 종료 이후 재논의한다며 덮어두고 말았다.

이제 의사부족 사태, 필수의료 붕괴우려 사태에 의대 정원 1000명 확대 방안을 추진하면서 의약분업 때와 같은 의사들의 총파업 사태를 불러올 수는 없지 않는가.

의사협희 등의 반발과 거부를 방관한 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동의할 수 없다. 정부가 합의 없이 강행하면 ‘큰 파국을 막을 것’이라 경고했으니 한 번 더 합의 도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반면에 의협 등은 언제까지나 정원 확대 조정을 반대만 할 수 있겠느냐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의사 부족을 해결하겠다는데 아무런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있는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의대 정원 확대가 너무나 시급한 국가 정책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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