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7은행장 간담회서 강력당부
향후 사고재발 시 책임소재 분명규정

대구은행 영업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은행 영업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은행의 대형 금융사고가 빈발하면서 “은행장 아래 내부통제 시스템이 고장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자 장사’로 떼돈 벌어 고연봉, 성과잔치에 도취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느냐”는 험담도 있었다.

금감원이 지난 17일, 은행회관에서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은행장이 직접 나서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종합 점검하라”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금융사고에 대한 은행장 ‘공개경고’의 뜻


금감원 이준수 부원장이 주재한 이 날 간담회는 시은, 지방은행, 농·수협 등 17개 은행장이 모여 “은행 최고 경영자가 책임지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바르게 고쳐 작동시켜야 한다”는 공개경고를 받은 모습이다.

은행은 국민이 믿고 돈 맡기는 곳으로 신뢰가 생명이다. 특정 은행 사고 하나에 전체 은행권 신뢰가 흔들린다. 그러니 은행장이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을 책임지고 대형사고를 예방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지난 7월 5일, 은행 경영 및 영업제도 개선방안 제시 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 부푼 꿈을 과시하더니 개인정보 도용 1000억대 불법계좌 개설 사고를 저질렀다.

이보다 앞서 KB 국민은행은 미공개정보를 이용, 주식 선행매매로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고가 터지고 BNK 경남은행은 부동산 PF 담당이 7년간 한 자리에서 562억원을 횡령, 유용한 대형사고를 저질렀다. 또한 우리은행 역시 지난 2012년부터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700억대 횡령사고가 드러났었다.

이토록 '특정 직무에 장기간 근속하며 횡령, 배임 사고를 빚고 있는 동안 은행 내부의 통제시스템은 뭘 하고 있었는가'라는 세간의 소리가 들린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이 은행장이 직접 나서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토록 요청한 것은 바로 대형 금융사고의 최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규정한 셈이다. 금감원은 은행장에게 자체 점검을 통해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상황 및 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 현황 등을 이달 말까지 제출토록 강력요구했다.

잇단 금융사고에 경영 불신 겹친 얼굴


이날 금감원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감독, 검사기능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의 정기검사 시 본점과 영업점의 현물 검사를 확대하고 은행의 자체 점검에 대해서도 교차검증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은행이 사고 징후를 인지하는 경우 즉시 금감원에 보고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금융사고 보고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제도적으로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금감원 검사 시 실시하는 경영실태 평가에서 내부통제 평가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일선 영업 현장에서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등 현행 대출 규제 및 여신심사 절차 등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 관리토록 요청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10월까지 은행권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에 대한 통합점검을 통해 가계대출 취급 관련 법규준수 여부 및 심사 절차의 적정성을 짚어보고 가계대출 영업 전략 등도 따져볼 계획이다.

결국 잇단 금융사고에다 은행 경영 관련 불신이 쌓여 금융당국의 규제와 견제를 받게 된 형국으로 업계 관계자는 평한다. 한 마디로 고금리 이자 장사에 몰두하느라 금융사고도 막지 못한 채 고객과 사회에 대한 믿음까지 보여주지 못한 결과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의 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KB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가 615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7%나 올랐다. 코로나 사태를 맞은 2020년 상반기 5050만원에 비교하면 무려 22%, 1100만원이 증가했다는 계산이다.

은행은 실적에 연동된 성과급제가 가장 좋다는 평판이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이 높아져 지난해 5대 시은의 당기순이익이 12조 6900억에 달했다. 이는 2020년의 8조 6700억에 비하면 무려 46%나 증가했다.

이 기간 중 은행의 수수료 수입 등 비이자 수익은 1조원 이상 줄어든 반면 이자수익은 10조원이나 증가했다는 통계이다.

‘이자 장사’ 성과급에 ‘희망 퇴직금’까지


은행 실적이 좋아지자 성과급 잔치 외에도 희망퇴직 조건도 좋아져 한참 일할 30대에 목돈 받아 퇴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신한은행 노사가 희망퇴직에 합의하면서 1983년생, 만 39세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연령대를 낮추자는 요구가 많았다. 우리은행이 2021년 54세이던 퇴직 연령 하한선을 지난해 만 42세로 낮춘 바 있었다. KB 국민은행 노조도 40대 중반으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방은행인 BNK 부산은행 등은 지난해 이미 30대 희망퇴직자가 나왔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금년 1월까지 5대 시은의 희망퇴직자가 2222명으로 집계됐다. KB 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388명, 하나은행 279명, 우리은행 349명, NH 농협은행 493명 등이다.

희망퇴직자들은 법정 퇴직금뿐만 아니라 특별퇴직금 등을 합쳐 8~9억원을 받게 된다. 하나은행에서는 11억 3천만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은행은 나이, 직급에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 등을 감안해 특별퇴직금을 차등 지급한다. 지난해 5대 시은의 평균 퇴직금은 5억 4천만원에 달했다.

이렇게 여러모로 짚어보면 그토록 좋았던 우리의 직장, 은행의 얼굴이 왜 일그러지고 망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금감원의 당부대로 최고 경영자가 책임지고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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