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월호]

[와인칼럼26]

협상무대 31

홍석현 주미대사 부부

첫 과제는 와인디너 호스트

파월, 라이스, 빌 게이츠가 첫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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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敬煥 (안경환 와인나라 閔家茶軒(민가다헌) 와인홍보대사)

국제협상의 결론 방향은 메인테이블 공식협상보다는 사전에 이루어지는 막후교섭 와인디너에 달려 있다는 것이 오히려 정론이다. 우리 속담에도 쐬주 한잔 해야지라는 말이 있고 고대 로마 속담에도 인 비노 베리타스(in vino veritas)’ , 와인 속에 진리가 있다는 고금동서에 통해온 진짜 진리가 있다. 그러나 이 나라 국가 명운에 그렇게 중요시되는 북핵문제, 미군 감축문제, 미국 IT업계의 자본기술 도입문제에서 미국을 속속 방문했던 한국의 관민 중요인사이건 주미대사관측 외교관이건 파월 전 장관 부부나 빌 게이츠 부부와 3시간 소요 정식 디너를 주관했다거나 초청받았다는 얘기는 과문한 탓인지 여태껏 금시초문이다. 이것이 만일 100퍼센트 사실이라면 각종 대 미 협상의 진실된 모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와인디너 타깃 1CEO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주미대사 내정자로 발표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부부의 첫 과제는 무엇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까. 두말 할 것 없이 미 전임 국무장관 파월 부부, 현임 라이스 씨, 국방장관 럼즈펠드 부부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회장 빌 게이츠 부부가 1번 와인디너 타깃이다.

문제는 이들 인사들이 한국식으로 나이브하게 단순히 고위직이라기 보다는 라이스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거대기업 내지 거대기관의 CEO로서 탁월한 경영역량을 보여준 즉, 비즈니스 성과로 바로 표출되는 리더십과 교섭문화의 보편성 정도가 이미 입증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국식 전통적 방법론이 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협상 테제의 한국적 현실 딜레마 문제로 필자가 한국외대 세계경영대학원 기업인수합병 전문가 합숙과정에서 근 1년간 거의 매달 한번씩 국제협상과 와인문화간 공유 알고리즘 강의를 진행해오며 정리된 대목은 우선 다음 4가지로 압축된다. 공공공간 공인 의식, 초청의사가 내맘대로 수용되느냐, 진정한 100퍼센트 호스트 주체의식 보유 그리고 착석디너 이전 스탠딩리셉션 개념 자체 별도 보유 문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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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으로 공공공간 실질 의식

첫번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코앞에 있거나 눈에 바로 그릴 수 있는 특정 이해 당사자는 물론 불특정 다수 특히 일면식도 없으나 이해관계의 최종 당사자이며 각종 언론매체 사진들의 궁극적 소비자인 일반 국민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까지를 의식할 수 있느냐 하는 대목이다.

, 공인으로서의 공공공간 인식여부와 적절한 대응태도 마음자세 확보 여부이다. 어느 개인도 공공의 목적과 관련된 공공적인 이벤트에 참여할 경우 그의 사적인 의지에 관계없이 그는 이미 공공영역 내지 공공공간에 들어와 있게 되므로 공인화 되었고 그에 합당한 태도를 취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지도자급 인사들에게 사적인 공간은 거의 없고 노블레스 오블리제만 광범위하게 자동 적용되는 것이다.

다음 사진을 살펴보자. 청와대 접견실에서 홍 회장을 포함하여 두 사람이 앉아 있는데 슬리퍼를 신고 있다. 이 사진도 1년 전 이맘 때 이미 신문에 게재 즉시 주한미국대사관 일상정보 업데이트 담당자에 의해 파일로 정리되어 분석 코멘트와 함께 미 국무부 한국과 문서고 속에 잘 정리되어 있을 것인데 나중에 미국 부임시 미국 기자들과의 인터뷰 때 질문 문장 속에 거론된다면 어떻게 답변될 수 있을 것인가.

아예 양복 윗도리도 벗어제치고 슬리퍼가 신겨져 있다면 답변하기가 편할 터인데 극진한 환대에 거절하지 못했다고만 할 것인가. 그 옆의 사진에는 전 주미대사 L씨가 보여진다.

자신의 얘기에 아주 몰두하며 설파 중에 있는 듯 좌중 커뮤니티 멤버들에 대해 아이컨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젓가락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지 않고 그냥 취식 작업중에 있다. 만일 이 같은 상황이 과거 미 워싱턴에서 포크나 나이프로 유사하게 벌어졌다면 상당히 자주 상대방 가슴팍을 향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경우 한국의 국익은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되었을까.

초청장 명의인은 누구로

둘째는 과연 초청이 성사나 될 것이냐 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예측가능한 가장 가까운 경우의 수는 송구하오나 여차저차 굳이 밝히기 어려운 사정으로 인하여 초청에 응하기 어려우니 양지하시기 바라오며 아무튼 귀하의 일이 잘 되시길 축원하옵나이다 운운하는 정중한 고사 반응일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쉽게 생각해 보는 소위 업무 연장선상의 비즈니스 런치언과 달리 업무강도 엄청 강했던 낮 근무시간 뒤 귀중한 저녁 시간의 거의 전부를 투자해야 하는 사교형 정식 저녁 디너는 쾌적한 대화와 즐거움 넘치는 시간이 보장될 수 없는 상대와는 아예 함께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와인이 당연 곁들여질 터인데 서울 역삼동 리츠 칼튼 호텔 총지배인 찰스 드 푸코 씨의 언급대로 와인은 상호간의 교감과 소통이 주 기능인데 이에 대한 이해가 서로 핀트 어긋난다면 모처럼의 미 사교계 데뷰 첫 자리가 블랙리스트에 입력되는 재앙의 마지막 자리가 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청 대행자(?)가 절실한데 언뜻 그나마 떠올릴 미국의 한국학회 회장은 상대방들이 국지적인 사안의 인사들이 아니기 때문에 곤란하고 아시아학회 회장이 당연 1순위이다. 과거 아시아학회 회장들 중 한 분은 노태우 대통령의 유엔총회 최초 연설 직전 카네기홀에서의 어불성설의 넌센스 같은 벼락불에 콩구워 먹은 한국 문화행사 이벤트가 의외로 역전 성공에 이르도록 적극 도와준 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의 배우자 포함 부부 동반이 성사되려면 성악가 조수미 씨 급의 참석 협조가 거의 불가피하다. 베개 밑 송사에도 국익 확보 보장을 의뢰해야 할 판인데 이 같은 음악인 예술인 여러분들의 자원 풀을 운용하는 외교역량의 창조적 탄력적 몸 추임새가 실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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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형 호스트 의식 탈피

셋째는 정말 홍대사가 호스트로서 배우자인 홍대사 부인이 호스티스로서 유감없이 온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주최측 역할을 다 해 내겠느냐 하는 과제인데 다음 두 개의 사진을 보자. 이라크 주둔 두 나라 군부대에서 각기 촬영된 이 사진들은 이벤트는 똑같으나 지도자의 역할 모습 보여주기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확연하다. 미국 사람은 음식을 나누어 주는 호스트이고 한국 사람은 손님의 포지션에서 변화없는 자기 정체성 인식이다. 홍대사 부부 두분이 어느 편을 택할지는 두 분의 자유의사이겠으나 한미 현안해결과 상호 공유할 수 있는 미래 비전 모색 작업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 네 번째 관문은 스탠딩 리셉션 꼭지 정착 문제이다. 도입부 처리는 상대방의 마음 문 열기에 아주 긴요하므로 순탄한 스타트라인 확보를 위해 다이닝섹션과 물리적으로 기능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운영되도록 배려함이 좋겠다. 따라서 식당 장소 물색 때 반드시 리셉션 용도로 활용할 만한 공간이 식당 내외나 인근에 존재하는지 그 상업적인(?) 홍보효과 예상은 어떨지 가족 앨범사진첩 등 소품은 어떻게 배치 활용함이 좋은지 홍대사부인의 선전 역할이 기대된다. 또한 핵심당사자들간의 11 독대를 위한 디저트코스 후 브랜디 토크용 테라스 서재 등 별도 공간 구사가 가능한지 사전점검과 확보 역시 놓쳐서는 100퍼센트 성공에 못 미칠 것이다.

와인배합비율 차이 함축 메시지 활용

결국은 국제협상의 사전 막후조정 단계로서 성공적인 와인디너 결과를 대사 부부 합동의 이중주 듀엣 작품으로 도출해내려면 본인들2011-02-11_164936.jpg 스스로 고도의 전략적인 작문 기획 및 연출 능력이 관건일 터인데 남의 권고를 귀담아 듣는 겸손과 자기비하, 온유가 뒷받쳐 준다면 그다지 힘들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식당은 프랑스식당을 잡도록 하되 상대편들이 미국 국적 사람들인 만큼 와인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우수 와인 또는 미국의 저개발지역 와인중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주목 받고 있는 와인들로 선정하도록 권고하고 싶다. 필자라면 캘리포니아산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배합비율이 95: 5인 아탈론과 75: 25인 카디날을 이에 함축된 숫자 메시지를 화제삼아 동시에 서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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