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최씨고집’ 집념과 뚝심

한방 토종브랜드 50년

광동 창업 최수부 회장 77세 별세
우황청심원, 비타 500 등 명품 남겨

뚝심과 고집으로 늘 건강하게 활약하던 광2013-09-10_100123.jpg 동제약 최수부(崔秀夫) 회장의 급작스런 부음은 비보(悲報)였다. 전통 한방의약품 개발의 선구자이던 최회장이 휴가철을 맞아 친지들과 골프게임후 심장마비로 별세했으니 너무나 아쉬운 회고담이 절로 나온다.

진품 약재 고르는 행복감

고인은 태생적인 근면과 열성 및 집념과 오기로 명문제약 광동을 창업, 크게 발전시킨 한방의약품계의 의인이자 공로자이다. 고인이 지극정성을 담아 개발한 광동 우황청심원과 쌍화탕 등은 대한민국 가정 상비약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마시는 비타민C ‘비타 500’과 하늘이 내린 명차 ‘옥수수 수염차’는 국민건강 음료로 전대미문의 시장돌풍을 일으켰다.
고인은 생시에 “세계인들이 광동 우황청심원으로 심장질환을 다스리고 경옥고로 체질개선하고 쌍화탕으로 감기몸살 이겨내고 비타 500과 옥수수 수염차로 건강균형을 유지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동은 “21세기 핵심 성장동력 산업인 생명공학 분야에 주력하여 천연항암제를 비롯한 생약분야 신약 연구개발에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인은 광동제약 50년사가 ‘정직과 신뢰’의 길이었다고 자부하며 창업이후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우황의 진품을 고르고 사향을 선별하는 것이 소비자들에 대한 약속과 믿음의 실천이라면서 언제인가 “약재를 고르다가 삶을 마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었다.
고인이 77세의 건강한 나이에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처럼 고집스런 전통 한방 의약품의 일생을 아쉽게 회고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오기와 투지 속에 긍정적인 뚝심

고 최회장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5남2녀 둘째로 태어나 일본 학생들로부터 ‘조센징’이라는 놀림을 받고 그들과 맞싸우면서 오기와 투지를 길렀다. 그러나 12세때 화물선 편으로 귀국하고 보니 소년가장의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때 온갖 장사와 막일을 가리지 않고 일하면서 평생의 근면성을 익혔다.2013-09-10_101237.jpg
1957년 정전후 소집영장을 받고 입대했을 때 최회장은 군대란 ‘밥 먹여주고 가르쳐 주는 곳’이라며 고마워했다. 논산훈련소를 거쳐 경기도 오산 고사포 부대에 근무할 때 맹훈련이나 포탄 나르기 등이 매우 고달팠지만 ‘군대밥’이 영양이었다고 회고했다.
입대 당시 키가 겨우 155cm였는데 제대할 때는 172cm로 자랐다. 체중도 80kg의 거구로 늘어나 씨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최회장은 군대밥 3년을 졸업한후 뒷날 창업 품목인 경옥고 외판원으로 취업했다. 당시 제약 외판원 수명은 ‘평균 3일’이라고들 빈정거렸다. 그러나 최회장은 달랐다. 일본에서부터 배우고 익힌 오기와 집념 및 군에서 쌓은 체력이 있었다. 최회장은 죽기살기로 눈치보지 않고 뛰었다. 정부 고위관리도 찾아가고 국회의원실도 주저없이 방문하여 마침내 ‘판매왕’의 칭호를 얻어 제약사 설립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가마솥에 달인 전통 우황청심원

최회장은 1963년 제약사 창업을 위해 작명소를 찾아 갔더니 중국 한약재의 본거지인 광동성(廣東省)의 이름을 따 ‘광동제약’으로 지어 주었다. 당시 중국과는 미 수교국 관계이지만 전통 한방의약품을 생각하니 그럴 듯 했다.
창업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점차 한국과의 길도 열렸으니 광동제약의 기회였다. 최회장은 창업종목인 경옥고에 매달리기 10년만에 거북표 우황청심원을 개발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따라 30여종의 전통약재에다 우황과 사향을 넣고 가마솥에 달여 만들었다. 비로 전통방식에 의한 진품 우황청심원이었다.2013-09-10_101654.jpg
우황청심원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최회장은 KBS 인기앵커 이윤성과 드라마 스타 이순재와 함께 CF에 출연하여 ‘최씨고집’을 선전하니 가이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광동은 우황청심원으로 부터 명문 전통 한방의약품 전문 반열로 올라섰다. 그뒤 최회장의 번뜩이는 개발 아이디어는 ‘비타500’과 ‘옥수수 수염차’로 다시한번 폭발했다. 2001년 ‘마시는 비타민C’로 비타 500을 출시하여 동아제약의 박카스 40년 아성을 허문 기적을 낳았다. 이를 두고 최회장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최회장은 비타민C 500mg을 섭취하자면 레몬 20개, 사과 60개, 귤 15개를 먹어야 하지만 비타 500 한병을 홀짝 마시면 그만이라고 계산해 주었다.
이어 2006년에 개발 출시한 옥수수 수염차도 폭발이었다. 옥수수 수염은 한방에서 ‘옥미수’라는 이름으로 이뇨제와 부기제거 효능이 높다고 가르치고 있다. 실제로 광동 옥수수 수염차는 신우염으로 얼굴이 붓거나 대변 통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음료’로 히트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불운의 제약산업

최회장의 광동제약 50년이 처음부터 순탄한 과정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었다. 1963년 창업기의 최회장은 자본도 기술도 없이 의욕과 집념 만으로 뛰었다. 외판원의 신분연장으로 경옥고 한 품목에 운명을 걸고 성실과 근면으로 자리를 잡아 10년만에 우황청심원과 쌍화탕으로 발전했다.
1973년 거북표 우황청심원이 인기를 끌게될 무렵 어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 대리점을 희망하여 계약을 했더니 계속 판매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약품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리점주는 믿는 곳이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약사법 위반이니 탈세혐의라며 협박을 일삼더니 마침내 국회의원이 국회발언을 통해 세무조사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생떼와 억지였음이 분명했지만 최회장은 99일간이나 수감되는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 무죄로 석방됐지만 최회장과 광동제약에 끼친 타격과 손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보다 앞서 광동제약 창업 2년 무렵에는 제약업 허가취소의 홍역도 치룬 적이 있었다. 당시 관리약사의 결혼으로 약사 명의를 변경하는 과정에 무면허 제약이란 허물을 덮어쓰고 말았다.
또, 영업사원이 보사부 약정국장실에 들어가 판매하려다가 3개월 영업정지 된 경우도 있었다. 최회장이 경옥고 외판원 시절에 정부 고위관리들에게 판매했던 방식을 흉내 내려다가 외판원이 서툴렀던 모양이다.

시련과 고난극복의 뚝심 리더십

광동은 시련과 고난이 닥쳐와도 최회장의 유별난 집념과 뚝심으로 재기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사운이 융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8년 4월에는 외국계 은행의 대출동결로 부도위기를 맞고 사채업자의 어음사기로 거액을 날리고 신용이 추락한 큰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이때 광동제약 노사는 경영혁신과 불량채권 정리 등 자구노력에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남겼다. 당시 노조는 자발적으로 상여금을 반납하고 회사는 주식 10만주를 사원들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또 노사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30분 일찍 출근, 30분 일 더하기, 연장수당 반납운동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노사간 화합경영으로 경영성과가 나타나자 광동은 위기때 반납한 상여금 전액을 갚아 줌으로써 상호 신뢰를 주고 받았다.

신용 잃으면 전부 잃는다

생시에 최회장은 이때를 회상하며 경영자가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 ‘신용을 잃으면 전부 잃는 것’이라는 교훈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경영 2세인 아들 최성원 사장에게도 평소 여러차례 강조했을 것으로 믿어진다.
또 최회장은 정치권과 사회가 기업에 대해 책임과 공헌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대해 광동의 경영인은 회사를 개인소유로 착각하지 말고 “부지런히 좋은 제품을 개발하여 세금 낼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문제 해결에 동참토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회장은 선대의 출생지 인연을 살려 제4대 재경 김천향우회 회장으로 서울에 있는 고향 출향인사들의 단합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와 공헌을 남기기도 했다. 재경 김천향우회장은 초대 최석채 전 조선일보 주필, 2대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 3대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최수부 회장이 4대 회장으로 활약했다. 지금도 김천사람들은 고인이 선대의 출생지를 자신의 고향처럼 끔직히 사랑했었다고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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