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월호]

과연 遷都(천도) 가능한가

국론분열 나라 망칠라

국운 걸렸다 면서 정치에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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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光模 (김광모 현 ()테크노서비스 사장,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1. 천도논쟁에 따른 국론 분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달 16일 신행정수도 건설을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는 4개의 입지 후보지를 발표했고 이에 앞서 며칠 전에는 이전대상 기관을 발표하였다.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하루아침에 뭔가 이루어질 듯한 착각을 들게한다.

누가 보더라도 천도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의명분이 없다. 수도권 인구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노대통령은 대선 당시 수도이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추진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않겠느냐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 자신도 천도가 실제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러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실천되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경제는 문제없다고 하면서 하루가 화급한 경제회생을 뒤로하고 천도로 온 나라를 뒤숭숭하게 만들 때인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외치면서 천도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2. 70년 대 말의 임시행정수도 건설계획

잘 알려져 있는 대로 박정희 대통령 당시 1977년부터 행정수도건설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계획은 지금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천도가 아니고 임시행정수도 건설 백지계획으로서 한반도가 통일될 때까지 임시로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것이었다.2011-01-13_171408.gif

1970년대 말 행정수도 건설의 필요성과 배경은 명백하였다. 첫째는 서울이 휴전선에 너무 가까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적의 공격에 대해 취약하므로 휴전선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수도를 이전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서울의 과밀화와 국부의 집중을 해소하려는 것이었다. 셋째, 한반도의 남북 대치상황에서 서울이 남한의 북서쪽에 너무 치우쳐 있으므로 수도를 국토 중심부로 이전하여 국토구조를 재편성할 필요가 있었다. 이 세 가지 이유는 모두 절실하였으며 한 가지라도 빠지면 행정수도 건설의 대의명분이 박약해지는 것이었다.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상주하며 국부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서 30~4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선제공격을 받으면 국가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으므로 방위태세를 강화하고 이와 함께 국토구조를 재편성하여 서울의 과밀문제도 해결하고 균형발전도 도모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인구 50만의 중규모 도시 건설만으로는 서울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임시행정수도 건설과 함께 ‘2000년대의 국토재편성구상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것이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1977년 임시행정수도 건설 개념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77년 당시와 비교하여 남북관계가 본질적으로 바뀐 오늘의 상황에서 명분도 분명치 않은 사업을 왜 이렇게 강행하려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당시에는 1977년부터 3년 동안 계획하고 3차에 걸친 5개년 계획기간, 15년에 걸쳐 추진하자는 것이었는데 이 정부는 왜 이렇게 졸속으로 서두르는지 알 수가 없다.

3.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천도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야 할 가장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 수도이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신행정수도건설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니 국민투표가 필요 없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받았지만 국민적 반대 분위기 속에 헌법재판소가 살려 주지 않았는가? 2003년 말 국회에서 국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특별법이 통과 되었지만 지금은 국민 대다수가 천도문제에 대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외면해도 되는 것인가?

이전에 드는 비용을 대충 한번 살펴보자. 대선 당시 이전비용은 5조원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45조원이 든다고 하지만 민간연구소에 의하면 이의 약 2배가 필요하다고 하니 이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정부가 외치고 있는 자주국방 따른 국방비에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신행정수도 건설과 국방비 부담으로도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갈 것이 틀림 없다.

신행정수도 건설이 대의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정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므로 정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국민의 납득이 필요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노 대통령 자신도 대선 유세과정에서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서둘러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국민투표는 왜 기피하는가? 승산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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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기정치에서 화합정치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부가 주장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를 옮기는 것, 즉 천도이다.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것은 국운이 걸린 막중대사이다. 국가재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정권이 몇 번 바뀔 긴 기간에 걸쳐 추진해야 할 이러한 대사를 뚜렷한 명분도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신행정수도건설을 더 이상 정치에 이용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못된 길로 가기 전에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 이대로 추진하면 국론의 분열과 돌이키기 어려운 국력의 낭비가 불가피하다. 오기를 접고 국민적 화합을 이룬 후에 천도계획을 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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