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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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경제부장 @이코노미톡뉴스]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시한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증권시장에서 순기능 역할을 하는 공매도를 강제로 중단시키면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금지 결정에 대해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증시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위해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같은 결정은 기존의 입장을 뒤엎은 예상밖 일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데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공매도 제한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국에서 아무도 안 하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게 과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이런 정책인지 저는 정말 자신이 없다"면서 공매도 중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한 시점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론 공매도 전면 재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한달 전까지 공매도 금지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정치권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금감원이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데 이어 2차전지 관련주가 공매도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 여론이 빗발치자 여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전면 중단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3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여당 의원끼리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현장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 결정의 배경이 시장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음을 가늠케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에서 순기능 역할을 하는 공매도를 강제로 막는 것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한다. 공매도는 적정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르는 주가의 거품을 빼고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시장안정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당시 주가조작 일당이 활용한 종목 대부분은 공매도가 금지된 주식이었다"며 "공매도 중단으로 주가에 거품이 생길 수 있고, 이후 재개되면 그동안 조정받지 못한 종목의 주가가 한꺼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우려도 많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온 MSCI 선전국 지수 편입에 악영향이 불가피한데다 국내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증시 하락은 금리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 기업들의 실적부진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과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가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시기 등 세 차례 금지됐다.

강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스피는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반등했지만,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 급락에 대응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여서 주가 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압력에 휘둘려 공매도 금지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시장불안과 가격 왜곡,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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