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진 경제부장 @이코노미톡뉴스]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융시장 관련 최대 화두는 '가계부채' 문제다. 9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108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금리가 7%를 돌파하는 등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 증가 원인과 책임 문제를 놓고 정치권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집중 추궁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위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도입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의 원인이 됐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한 상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은 지난 8월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늘어나며 2년여 만에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작년 12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던 서울,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에 대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규제를 풀어줬다. 올해 1월에는 일명 ‘둔촌주공일병 구하기’로 불리는 중도금 대출 완화 대책도 내놓았다.

또한 연봉제한 없는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생애 최초 구매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상향 등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가 일제히 완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을 키웠다.

이로 인해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반등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책임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엉뚱하게도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시중은행 책임으로 떠넘기는 행태까지 보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를 늘린 한 원인으로 지목되자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우려를 이해하고 금융인으로서 기본 상식을 갖췄다면 이런 상품을 낼 수 없다. 상식에 맞지 않은 상품"이라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 수장의 이같은 발언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이자장사를 한다고 (금융당국이)비판을 해서 대출이자를 내렸었는데, 최근에는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자 대출을 줄이라고 해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50년 만기 주담대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부응해서 출시한 상품인데 이제와서 은행의 책임을 얘기하고 있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현 정부들어 금융당국은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민간은행에 대한 간섭을 일상화하고 있다. 당국의 금융시장 규제는 국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까지 은행에 전가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금융정책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 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일관된 정책 입안을 통해 신뢰회복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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