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경진 경제부장 @이코노미톡뉴스]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는데도 올해 들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주택구입 관련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고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향후 우리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107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8월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늘어나며 2년여 만에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회복을 예상하는 기대수요가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크게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에 달한다. 전월 대비 1조5174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주된 요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집단대출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주담대 증가폭이 더 커서 가계대출 규모가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9월 말 기준 517조8588억원으로 8월 말보다 2조8591억원 증가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주택구입 자금 관련 대출이 급증한 원인은 지난해 말부터 대출규제가 일제히 완화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 자료를 기준으로 은행권의 15억 초과 주택 주택담보대출 신규대출금액은 올해 1월 3436억원에서 8월 1조4565억원으로 7개월 만에 4.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던 서울,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에 대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규제가 작년 12월부터 풀리면서 대출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신청 규모도 지난 9월 37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이 중에서 신규주택 구입을 위한 신청 금액이 전체의 60% 이상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최초 구매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상향과 연봉제한 없는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을 키웠다.

가계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대출금리는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가계의 소비여력은 크게 줄어들고 있어 고금리 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진다.

한국은행의 ‘2023년 2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2분기 중 거래한 순자금운용 규모는 2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의 가계 순자금운용액 52조9000억원에 비해 24조3000억원 급감한 수치다.

이는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고물가와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지출 여력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나라 빚도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 대비 12조1000억원 증가한 1110조원을 기록했다. 세수가 펑크난 상황에서 나라 살림도 적자가 나고 있는데, 급증하는 부채로 인해 국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시중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기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최고 7%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 영향으로 금융채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어서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빚이야 국채를 발행하고 난 뒤 국민들에게 세금을 받아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국민들의 소득이 늘거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올라 수입이 생기지 않으면 해법이 없는데 향후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갈수록 매물은 쌓여가는데 거래는 늘어나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조마조마할 뿐이다.

무분별한 대출규제 완화로 국민들을 빚쟁이로 만드는 것을 방관했을 때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