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팔수록 손해’
‘적자에 적자가 쌓여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매일 지불해야 하는 금융이자만 무려 40억원’

▲천근영 공공경제국장.
▲천근영 공공경제국장.

[천근영 기자 @이코노미톡뉴스] 국내 최대 공기업 한전 얘기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당사자인 한전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답답하다. 답답하지만 대책은 없다. 1kWh의 전기를 165원에 사서 149원에 팔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을 탓하는 수밖에...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유는 한 가지다. 정부가 요금을 좌지우지하고 있어서다. 유류나 가스 등 원료가격 변동은 무시하고 선거의 이해득실만 따지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전기요금 결정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변한 게 있다면 예전 한전-산업부-기재부로 결정되던 구조에 여당 의견이 더해져 외려 더 정치적이 됐다는 것이다. 정치에 발목이 안 잡히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래도, 한전이 국영기업이라서 괜찮다고? 그럴 리가, 전혀 그렇지 않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1997년 우리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외환위기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공기업의 부채 때문이었다. 당시 한전의 부채는 100조원이 넘었다. 정부는 부랴부랴 한전의 분할 매각을 추진했다. 지리한 논의 끝에 한전에서 발전부문을 떼어내 6개의 발전회사를 설립했고, 일부 발전소를 민간에 매각했다. 그리고 전기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인상해 경영정상화의 길을 터줬다. 그게 불과 16,7년 전 일이다. 그런데 지금,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모든 지표들이 전기요금의 두 자릿수 인상의 불가피성을 보여주는데, 정부는 내년 총선에 미칠 파장을 놓고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

전담부인 산업부는 두 자릿수 인상을 제시했지만 뒷등으로 흘리며 가타부타 말이 없다. 벌써 40일째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한전의 재정은 악화일로로 빠져들고 있다. 올 차입금만 현재까지 94000억원.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도 유류처럼 물가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개입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물가와 민생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상식이하의 요금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감당키 어려운 부담으로 국민들은 짓누르는 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좌우지간 전기요금은 금명간 인상될 것은 확실하다. 지난 1분기 1kWh 13.1원에 한참 못 미치는 7원이 유력하다. 33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려면 4분기까지 약 40원은 올려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한 일이 아닌 듯하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 여당이 이런 결정을 내릴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7원에 그칠 경우 한전의 영업 손실은 약 2조원 줄어든다. 1분기 예상되는 영업 손실 약 55000억원의 40%.

한전이 법정 한도를 늘려가며 발행한 회사채는 누적으로 77조원이 넘는다. 빚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바야흐로 21세기다. 전기차는 물론이고, 자율주행차도 머지않아 상용화된다. 전기의 사용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더 이상 전기요금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계속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은 것도 오래고, 국민들의 교육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된 지도 오래다. 전기요금으로 한 달에 몇 천 원정도 더 부담케 한다고 지지 대상을 하루 아침에 바꿀 만큼 민도가 낮지 않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로 키우는 일은 두 번 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어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G8 진입이 회자되는 지금, 대한민국이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관치의 전형인 공공요금, 그것도 온 국민의 공공재인 전기요금을 끌어안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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