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역대 인식’ 계승, ‘가슴 아프다’
반도체 공급망 구축 공조 등 성과 긍정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난 7일 방한으로 양국 간 셔틀외교가 복원된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 배상 관련 제3자 대위변제 방식으로 방일한 지 두 달 만이다. 예방보다 빠른 답방 형식이다.

기시다 총리의 1박 2일 방한 일정은 미리 준비된 듯 국립현충원을 방문, 헌화와 참배로부터 시작됐다.

과거사 ‘가슴 아파’…개인적 솔직한 생각


북핵 도발의 현실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글로벌 안보 환경이 엄중한 시기에다 윤 대통령의 방미로 확장억제 워싱턴 선언 직후,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밑그림이 비치는 시점이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관련 “혹독한 환경서 많은 분 고통에 가슴 아프다”는 개인적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입장 표명’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방일 시 “징용배상 해법에 감명받았다”고 말하고 과거사 관련 ‘역대 인식 계승’을 다짐했었다. 이번에도 지난 1998년 10월 발표된 선언 등 역대 내각 입장을 계승하는 데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대중, 오부치 선언에는 “한국 국민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가 실려있다.

기시다 총리는 “일·한 양국 간 수많은 역사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先人)의 노력을 이어받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 자신의 책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분과 관련해서 야당이나 일부 비판세력 입장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사죄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양국 간 과거사는 두고두고 특히 국회에서는 불신과 거부를 되풀이하게 될 모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한국 전문가 참관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고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탐을 공동 참배하겠다고 약속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이 위령탑을 한국 대통령이나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한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탑은 1970년 재일 대한민국 민단이 건립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현장에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참여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한국 전문가들이 여기에 참여하게 되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이외의 첫 해외 검증사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핵 대응 관련 한·미·일 3국 협력과 관련해서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간 워싱턴 선언에 일본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 간의 ‘핵 협의체’ 공동기획 및 실행이 궤도에 오르면 언제든지 일본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가 지역 평화 및 안정에 기여토록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북한 핵, 미사일 경보의 실시간 공유체제가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는 평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 반도체업체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업체 간의 공급망 구축 공조를 강화키로 했다. 이어 우주, 양자, 인공지능, 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R&D 협력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두 나라가 미국이나 EU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기시다, 오늘 6단체장 만나 경협 다짐 예정


양 정상은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이 설립키로 한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출범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를 서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미래세대 교류 확대를 위해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 기금을 통해 양국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유학 연수 등 지원을 위해 기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경단련이 기금 출범에 앞서가고 전경련이 뒤처지고 있다면서 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양국 청년들에 대한 혜택도 늘려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수출 관련 우대 대상국 조치인 ‘화이트 리스트’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확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한국을 그룹 A로 추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 항공노선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켜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이튿날(8일) 주한 일본 대사관 주최로 경제 6단체장과 간담회를 통해 반도체 분야 등 첨단과학 분야 양국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비공개 면담에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석 경총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초청됐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측이 독도 문제를 제기했노라고 일본 정부가 시사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7일 정상회담 종료 후 일본 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지적했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 측은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이 각자 입장에서 발언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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