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료 위협, 직역 간 싸움 못 말리나
‘지역사회’, ‘단독진료’ 오해, 불신 풀어야

간호법 저지 위해 한자리에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호법 저지 위해 한자리에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간호법 제정,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 직역 간 이해충돌을 입법기관이 끝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양측의 입장이 너무 강경하게 대립되어 있다지만 입법기관이 중재, 조정할 힘이 없다는 말인가.

간호협회가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통해 입법 관철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 의료연대가 16일 서울시청 앞 대규모 집회를 통해 입법 강행 시는 총파업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입법 강행 및 총파업 투쟁의 대결


이날 집회에서 의사협회 등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려는 간호법은 “간호사 직역에만 특혜를 주려는 법으로 보건의료 직역 간 협업체제를 깨고 만다”고 주장하며 “입법 강행 시 최후수단으로 총파업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간호사협회와 많은 지지단체들은 지난 12일 국회 앞 집회를 통한 입법촉구 결의에 이어 천막농성을 통해 끝까지 입법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시청 앞 대규모 집회를 지켜본 소감으로는 “양측이 서로 양보 없이 그대로 지속되면 총파업이란 최악의 사태를 빚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이 경우 의료계의 총파업 고통과 피해를 국민이 어찌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동안 간호협회와 의사협회가 각각 수많은 지지단체와 함께 국민을 상대로 간호법 제정 찬·반 홍보전을 충분히 벌여왔다.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앞세우며 2022년 4월 27일 여야가 합의한 사실을 강조한다. 이어 법 제정 목적이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 지역사회 통합간호 및 돌봄 체제구축 필요성을 제시한다. 또한 IC 기반 제1차 의료 및 장기요양 방문간호 연대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의사협회는 간호법안이 ‘의료인 면허 박탈법’이라 규정하며 “민주당과 간호협회가 대한민국 의료를 망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 ‘간호사 단독진료’ 최대 쟁점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 수호 국민운동 측은 “간호협회의 지원을 받은 민주당이 법사위 논의도 없이 다수결로 간호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면서 “간호사가 입원, 수술실 간호는 하지 않고 자기들이 돌봄을 하겠다고 간호법을 강요하고 민주당은 자기네만을 위한 ‘입법독재’로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화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간호사 특혜법’이 “간호사의 이익, 이권만을 위해 ‘약소직역’들을 사지로 몰아내려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간호조무사는 법으로 억압하고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방사선사, 보건의료정보 관리사,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많은 의료계 내부 직역과 충돌할 수 있는 민감한 법을 그냥 밀어붙인다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수록 어렵지만 중재 조정이 필요한 것이 상식이다. 행여 또다시 다수당의 입법폭주와 소수 집권당에 의한 거부권 행사로 충돌하는 사태가 재연되지나 않을까. 이 같은 위기의식으로 법안을 다시 보면 입법기관이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간호법안의 제1조(목적),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에서부터 심각한 이해충돌이 시작된다.

의사협회는 이 대목이 향후 간호사의 ‘단독개원’, 지역사회에서의 ‘단독의료행위’ 근거가 된다고 본다. 또한 간호사 업무범위가 넓어져 의사 없이 독립진료가 가능해지고 이에 따른 의료사고 문제까지 제기한다.

반면에 간호협회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법안에도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보조 임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니까 쟁점이 된 ‘지역사회’가 포함돼도 의사의 지도를 벗어나 독자진료를 할 수 없노라고 적극 해명한다.

이렇게 짚어 보면 일부 전문가의 언급처럼 상호 오해와 불신이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도 있다. 여기에 입법기관이 강력한 위치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할 수는 없을까.

얼마 전 당·정이 중재안으로 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으로 바꾸고 ‘지역사회’ 대목을 삭제하자고 제시했지만 간호협회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좀 더 나가 적극적으로 중재한다면 해법이 되지 않을까.

극한 대결일수록 중재 필요성 높다


양측 간 첨예한 이익 충돌점을 완화시킬 수 있는 중재안이 나올 수 있다면 파국을 면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된다.

‘지역사회’에서, 간호사의 ‘단독진료’, ‘단독개원’ 여부, 간호조무사 등 연관 직역의 업무 잠식, 방해 여부 등 몇 항목에서 상호 양보와 이해를 찾아내는 중재가 필요하다는 결론 아닌가.

물론 쉽지 않은 쟁점이다. 그렇지만 총파업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양측의 일부 후퇴와 양보를 받아내는 적극적인 중재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간호협회가 대통령의 공약을 앞세우고 민주당이 “이미 여야 합의로 처리된 내용인데 다시 무슨 중재안이냐”면서 다수결만 믿는다면 파국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결국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와 민주당의 재투표 강행으로 부결되고 말았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을 이렇게 다수결로 밀어붙인다고 성공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간호법에 이어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방송법 개정이나 친노동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대기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이를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

보건복지 의료연대가 총파업을 결의한 날, 가까이서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특권 폐지 국민운동 출범식이 있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다수당을 만들어줬지만 ‘입법폭주’권을 허용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아닌가. ( 본 기사는 평론기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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