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은 한반도에 아직도 서식할 가능성이 있어

[강규형(명지대 교수, 전 애견연맹 자문위원)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대개 같은 크기의 고양이과 동물과 개과 동물의 싸움에서는 고양이과가 이긴다. 민첩함과 양발을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유이다. 그럼 고양이과 동물 중에 생존력이 가장 강한 것은? 표범이다. 많은 분들은 사자나 호랑이를 추측했겠지만 극한 상황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표범이다.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표범은 나무를 잘 타고 사냥의 천재이고 은폐에 능하기에 생존율이 높다. 적당한 크기도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미국 텍사스 주 산안토니오 동물원의 구름표범 모습. (사진=San Antonio Zoo, 저자=Stuart Seeger)
미국 텍사스 주 산안토니오 동물원의 구름표범 모습. (사진=San Antonio Zoo, 저자=Stuart Seeger)

그래서 표범은 거의 전 세계에 걸쳐 서식하는 드문 동물이다. 아프리카에는 호랑이가 없다. 동아시아에는 사자가 없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둘 다 없다. 그러나 표범은 거의 어디에나 있다. 아프리카 표범은 사자의 왕국에서도 꿋꿋이 잘 살아간다.

표범의 친척인 치타(Cheetah)가 열심히 뛰어다니며 사냥하고 사자를 피해도 사자는 치타와 새끼들을 무참히 죽인다. 치타는 겉보기에 표범과 비슷하지만 날씬하고 가냘픈 몸매를 갖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기에 진화적으로 파워를 희생하고 스피드를 얻었기 때문이다. 빠른 영양을 사냥할 스피드를 얻었지만 파워가 줄어들었다. 해서 사자는 커녕 표범, 하이에나에게도 진다. 그러나 표범은 사자보다 힘이 약해도 사자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도 표범도 벵골 호랑이(인도호랑이)가 지존인 곳에서 큰 탈 없이 자기의 영역을 고수한다. 아랍 표범은 표범 중에서도 작은 표범이다. 아랍에도 표범이? 라고 생각하겠지만 표범의 생존력을 보면 당연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동물원의 눈표범(2019). (사진=연합뉴스)
독일 슈투트가르트 동물원의 눈표범(2019).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걸쳐 서식하며 다른 맹수와도 공존


제일 신비로운 표범은 히말라야 등지에 사는 설표(雪豹), 즉 눈표범이다. 신비롭기 짝이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그리고 티베트에 서식한다.

너무 아름다워 사냥의 대상이 돼 개체 수가 적어졌다. 그리고 못지않게 신비로운 구름 표범, 즉 운표(雲豹)는 네팔과 대만에 서식하는데 대만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무늬가 큰 구름 같다.

한국에 서식했던 표범을 한국표범 또는 백두산표범이라고 국뽕이라고 불리는 국수주의자들이 우기지만 그건 난센스다. 아무르표범(시베리아표범)이 한반도까지 서식지를 넓힌 것이다.

대전동물원 희귀종 아무르 표범 입식(2002년 12월). (사진=연합뉴스)
대전동물원 희귀종 아무르 표범 입식(2002년 12월). (사진=연합뉴스)

표범은 체구가 작아 사람 성인을 잡아먹는 것은 버거우나 불가능하지는 않고, 식인 표범들이 종종 존재했다. 어린이 청소년은 충분히 표범의 사냥 대상이었다. 한반도는 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의 천국이었다. 오죽하면 호환(虎患)마마라 표현했겠나. 간단하게 표현하면 한반도는 인간들이 호랑이의 사료로 서식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시베리아 표범은 시베리아 호랑이와 경쟁보다는 자기의 영역을 지키면서 번성했다. 굳이 힘든 사냥감인 인간들보다 더 쉬운 먹잇감인 사슴 토끼 등을 주로 먹으면서.

1968년 7월 10일, 강진성 일병이 잡은 호랑이. (사진=국가기록원)
1968년 7월 10일, 강진성 일병이 잡은 호랑이. (사진=국가기록원)

 

표범은 한반도에 아직도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반도에 특히 남한에 호랑이가 서식할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표범은 남북한 공히 어디인가에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무서운 생존력 덕분에. 사람이 발견 못하는 것도 표범의 능력이다. 워낙 은폐에 능하기 때문이다. 표범의 배설물과 발자국은 남한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발자국이 호랑이보다는 작고 살쾡이보다는 크다. 표범 사이즈의 발자국이고. 즉, 맹수가 잡아먹은 고라니 등의 사체와 표범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발견된다.

Germany Black Panther Cubs at the Tierpark zoo in Berlin. (사진=연합뉴스)
Germany Black Panther Cubs at the Tierpark zoo in Berlin. (사진=연합뉴스)

표범은 아름다운 무늬로도 유명한데 가끔 블랙(Black)팬서라는 검은 표범도 나온다. 흑표(黑豹)라고도 부른다. 영화나 만화에 자주 나오는 핑크팬더는 가상의 동물로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창작물이다. 그러나 흑표도 전체적으로 검게 보이지, 자세히 보면 표범 무늬가 있는 것을 확연히 볼 수가 있다. 일반 표범 사이에서도 흑표가 나오고 흑표 사이에서도 일반 표범이 태어난다.

블랙 재규어. (사진출처=U.S. Fish and Wildlife Service, 저작권=퍼블릭 도메인)
블랙 재규어. (사진출처=U.S. Fish and Wildlife Service, 저작권=퍼블릭 도메인)

아메리카 대륙에도 표범은 그곳의 맹주인 친척 재규어와 공존한다. 특히 남아메리카에는 표범과 흡사하지만 훨씬 무게가 육중한 재규어(Jaguar)가 많이 산다. 표범보다 더 강력한 맹수인데 둘을 구분하는 것은 체구와 함께 무늬의 모양이다. 표범은 동그란 무늬가 무수히 많은 데 비해 재규어는 큰 동그란 무늬 안에 여러 작은 점들이 존재한다. 이런 조금 커다란 원들이 온몸에 있다. 북아메리카에도 표범이 있지만 거기는 표범의 사촌이고 무늬가 없는 황갈색 퓨마(Puma)가 더 많다.

유대류가 주로 사는 호주 정도가 표범이 살지 않는 곳이다. 신기하게도 일본은 호랑이와 표범이 다 없다. 한반도에는 없는 원숭이는 많다.

* 이 글은 격주간지 '미래한국' 2022.09.29.자에 실린 것을 저자가 직접 수정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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