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자크 메르시에 지휘의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정기공연에서 새삼 얻은 교훈.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규형(명지대 교수, 서울시립교향악단 이사장) 칼럼@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음악공연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냥 박자 맞춰주는 사람인가? 사람들이 지휘자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공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도 실력없는 지휘자를 만나면 음악이 죽고, 보통 오케스트라도 좋은 지휘자를 만나면 갑자기 빛난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전체적으로 통솔하는 함단의 선장과 같은 존재이기에 매우 어려운 직업이다. 한국에서 좋은 지휘자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음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1-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는 지휘자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계기였다. 코비드로 못 온 지휘자 대신 온 대타 지휘자인 자크 메르시에(Mercier)가 역전타를 때린 연주였다. 명장 메르시에의 손끝에서 교향악단은 과거 전성기의 소리에 가까운 좋은 연주를 해냈다. 그동안 자기 실력에 못 미치는 연주를 하다 제대로 된 지휘자를 만나니 마음껏 울리는 것을 들으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첫 레퍼토리들인 브리튼이나 쇼스타코비치는 메르시에의 음악 이디엄(idiom)과는 거리가 먼 곡들인데도 첫 소절부터 두텁고 고급스러운 사운드가 나왔다. 지금까지 서울시향에서 나왔던 다소 얇은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사운드였다. 특히 메인 레퍼토리인 후반 부의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연주는 지휘자의 장기인 만큼 몸에 딱 맞는 듯한 연주였다. 이런 게 관록이고 경험이고,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악이다.

생상스 “오르간”은 지휘ㅡ연주가 쉬운 곡이 아니다. 몇 년 전 한국의 S모 지휘자가 생상스 오르간 지휘하다가 완전히 헤매면서 곡이 산으로 간 적도 있었다. 메르시에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지휘 스타일로 이 난곡을 멋지게 울려줬다. 프랑스 음악 전문가답게 라벨 드뷔시 등을 맡기면 아주 자연스러운 좋은 연주가 나올 듯하다. 해서 악단은 상임지휘자 선정이 중요하고, 협연자, 객원지휘자 선정도 중요하다.

롯데콘서트 홀에선 음이 분산된다고 하지만, 지휘자가 능력이 있으니 음이 응집돼 나왔다. ​또한 지혜와 아이디어를 잘 내고, 열정과 애정을 쏟으면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탄생한다. 이 공연의 교훈들은 아래와 같다. 좋은 지휘자는 음악당의 단점을 커버한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년 전에 서울시향을 (음향 사정이 다소 안 좋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한 것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역대 시향 최고의 공연이라 평가했다.

당연한 얘기를 반복하자면 지휘자의 능력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고 수준이 달라진다. 또한 지휘자는 자기가 잘하는 음악을 해야 청중들도 즐겁다. 이 세상에 다 잘하는 지휘자는 없다. 그리고 지휘자의 관록과 경력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실제 연주 경력, 레코딩경력, 상력(償歷)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지휘자ㅡ연주자의 몸안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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