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자경·동아제약 강신호·보령제약 김승호·삼양사 김상홍·파라다이스 전락원

경제 발전기에 가진 것 전부를 던져 헌신한 창업세대 원로 기업인들을 만난 이야기를 엮었다. 회장, 명예회장들은 시국을 걱정하면서 틈틈이 분노를 드러내 ‘늙은 피가 끓는다오’라는 제목을 달았다.

명예회장님들은 후진들을 향해 할 말이 많지만 ‘잔소리’로 들릴까, ‘노욕으로 비칠까’ 입을 아낀다고 말한다. 다만 살아온 나날들을 되돌아보면 일제 식민생활, 8.15와 6.25의 혼란과 격변, 4.19와 5.16의 정치적 변고 등 참으로 모진 세월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경제를 발전시켜 배고픈 국민이 허리를 펴게 되고 국력이 뻗어 국위를 선양하게 됐으니 ‘기업이 곧 국가다’라는 평판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인식이 너무나 곱지 못하니 고약한 세월 아니고 무엇인가.

월간지 경제풍월 제작과 관련, 때때로 면담했던 주요 기업인들과 일부 종교인, 국가안위를 걱정하는 군 출신 등 서른일곱 분을 모신 기록물로 엮었다. (기자주)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1987년 2월 13일,  전경련 회장 이취임식에서 정주영 전 회장과 구자경(좌) 신임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87년 2월 13일, 전경련 회장 이취임식에서 정주영 전 회장과 구자경(좌) 신임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 5일제 되면 농장일 어찌 될꼬


LG그룹 구자경(具滋暻) 명예회장은 예상보다 일찍 경영 은퇴하고 성환농장으로 내려가 버섯 재배하는 ‘상머슴’이다. 사전 약속 없이 지나는 길에 불쑥 들렀더니 입구에 “잠시 쉬고 있습니다. 깨우지 마십시오”라는 안내판이 맞는다.

농장 인부가 100여명이라지만 구 명예가 새벽부터 하오 늦게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며 잔소리하는 농감(農監)이라고들 일러준다. 선대가 설립한 연암축산원예대학과 인접한 농장 입구 단층 사무실이 농장주 상머슴 집무실이다. 좁은 방에 냉장고와 간이 조리대가 있고 낮은 응접세트 옆에 딱딱한 침대가 놓여 있다.

농장 좀 구경하고 싶다니까 구 명예가 직접 클럽카를 운전하며 구석구석을 안내하고 설명해 주니 소문대로 버섯박사라는 느낌이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주 5일 근무제를 꺼내자 “농사일은 요일 따라 출근하고 휴일, 국경일 다 쉬고 못하는 법인데 다시 주 5일제까지 시행하면 어찌 될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

 

2003년 11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을 수락한 강신호 동아제약회장이 전경련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3년 11월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을 수락한 강신호 동아제약회장이 전경련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아제약 강신호(姜信浩) 회장은 창업 2세로 독일 유학한 내과의사지만 선대의 부름으로 제약 경영인이 됐다. 동아제약 상징 브랜드처럼 인식되는 ‘박카스’ 작명으로 드링크 신화를 창조한 것이 바로 강 회장의 마케팅 경영이다. 그로부터 동아제약 70년사에 매출액 5000억 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웬만한 중견기업들의 매출액이 조 단위를 기록하고 있을 때 제약 1위 동아의 매출액이 겨우 5천억 원 돌파라니 믿기 어렵다. 국내 제약산업사가 오래됐다지만 워낙 바탕이 영세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1991년). (사진=연합뉴스)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1991년). (사진=연합뉴스)

보령제약 김승호(金昇浩) 회장은 6.25 참전 공병장교 출신으로 생약 개발로 성공한 제약 창업인이다. 김 회장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종로 5가에 터를 잡아 고향에 보은한다는 의미로 ‘보령제약’이라 간판을 세웠다. 보령은 가래, 기침 해소 ‘용각산’으로부터 심장약 ‘구심’, 위장약 ‘겔포스’로 제약산업 기반을 쌓아 6개 계열사 종합그룹으로 발돋움했다.

1989년 1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련방문 결과를 듣기 위해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앞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주영 회장, 구자경 전경련 회장, 김상홍 삼양사 회장,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1989년 1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련방문 결과를 듣기 위해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앞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주영 회장, 구자경 전경련 회장, 김상홍 삼양사 회장,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양사그룹 김상홍(金相鴻) 회장은 전통 양반가문 2세로 ‘삼양정신’ 수성(守城) 경영에 은인자중으로 일관했다. 김 회장의 선친이 수당 김연수 회장, 큰아버지가 인촌 김성수, 위로 둘째형님이 김상협 전 고대총장, 아래 동생이 김상하 전 대한상의 회장이다. 재계에서 김 회장은 외유내강, 정도와 중용의 기업인으로 평판됐다. 김 회장 스스로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과분한 삶을 살았노라고 늘 겸양했다.

파라다이스그룹 전락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파라다이스그룹 전락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파라다이스그룹 전락원(田樂園) 회장은 워커힐 카지노 경영을 계기로 늘 ‘카지노 대부’로 불렸다. 카지노에 관한 사회적 평판이 좋지 않았기에 재계 활동에 얼굴을 내지 않아 기업정신마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 회장의 관광, 외교사업과 문화예술 관련 인재양성 공헌이 알려지면서 그의 국가와 사회봉사 기업문화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파라다이스의 아프리카 진출은 민간외교의 큰 역할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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