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등 한반도 안보지형 불균형
‘다시 두손’ 한마디에 즉각기대 응답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중인 모습. (사진=조선중앙TV)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중인 모습. (사진=조선중앙TV)

[배병휴 회장 @이코노미톡뉴스](EconomyTalk News, 이톡뉴스)]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갑자기 북의 최첨단 무기쇼와 남의 메아리 없는 종전선언 되풀이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친다. 북 김정은은 10일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통해 신형 ICBM과 SLBM을 공개했다. 이로써 북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기간 이래 중단 없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행으로 핵보유국이자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공격수단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내외 메시지 전달 능수능란 경지


북은 이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연출한 심야 열병식의 마지막 코스에 예상했던 대로 신형 ICBM 및 신형 SLBM을 공개했다. 종전보다 성능이 크게 개량된 ICBM은 바퀴 22개가 달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어 발사할 수 있는 액체연료 사용 미사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성능으로 관측됐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을 통해 “이들 자위적 방위수단으로 전쟁 억지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듣기에 따라서는 도발성 아닌 온건 메시지이나 “미국과 국제사회가 아무리 비핵화를 압박해도 일축하고 독자생존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또 김정은은 “이들 신형무기를 남용하거나 선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말로 대선정국하의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ICBM의 공개 과시효과만 노리겠다는 입장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이날 연설은 대내적인 인민통치 뿐만 아니라 남한을 훨씬 뛰어넘어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자신에 찬 메시지를 능수능란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 느낌이다.

그는 전체인민에게 ‘고맙다’ ‘미안하다’고 했으니 김일성, 김정일 통치술과는 다른 면이다. 인민군에게도 ‘감사하다’고 했으니 역시 큰 변화이다. 특히 북한 인민들이 각종 재난을 극복한 대목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는 장면까지 보였다. “한명의 악성비루스(코로나) 피해자 없이 모두가 건강하여 감사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남쪽 동포들에게도 “보건위기를 극복하여 다시 두 손 잡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했으니 ‘전략적’ 말솜씨가 세련된 느낌이다. 김정은은 실종 해수부 공무원을 총살하고도 국정원을 통한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문 대통령으로부터 ‘이례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역시 청와대가 긴급 NSC를 통해 ‘남북관계 복원’ 기대를 말하고 여권이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화답’이라고 극찬했다. 북측은 김정은의 시나리오 따라 “남측이 잘도 따른다”고 할 모양이다.

한미동맹 악화일로, 무슨 종전선언?


김정은의 통치술은 갈수록 강력하게 굳어지며 ‘남조선 존재’를 무시하려는 경향인데 문 정권은 ‘자나 깨나’ 종전선언에 매달려 허송세월하는 꼴이다. 문 대통령은 피살 공무원의 고교생 아들로부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당할 때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라고 묻는 편지를 지난 8일에 전달받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나도 마음 아프다”고 한마디만 했다. 그 뒤 종전선언을 되풀이 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영상)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한․미 양국간 협력 및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희망한다”고 했지만 반응은 거의 냉담일색이었다. 미국이 반응하지 않았고 김정은마저 못 들은 척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종전선언을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신명을 다 바칠 각오인 모양이다.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문 정권의 3년간 미국 입장과는 너무 먼 친북일변도로 기울었다. 이 결과 한미동맹 관계가 가장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무슨 종전선언이냐는 의문이다.

전대협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직후부터 문 대통령의 친북성향을 가장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 장관은 한미동맹을 낡은 ‘냉전동맹’ 쯤으로 규정한다. 또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시킨다”면서 해체를 주장한다. 수시로 독자적인 대북협력, 개별관광 추진을 말하기도 한다.

집권당 내부에서도 주한미군 과잉론이 나오고 주미 한국대사가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 등과 함께 중국을 겨냥하여 쿼드(Quad) 동맹을 추진하지만 우리나라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강경화 외교)라는 말로 불참했다. 연내 국빈방한을 고대하는 시진핑 주석을 배려한 친중노선의 선택임은 물론이다.

여러 측면의 동향에 비춰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집념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여진다. 요즘의 시중여론으로 보면 10.3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마저 광화문 일대를 봉쇄한 ‘코로나방역 정치’에다 “북측의 만행에 대해 규탄 한마디 못하면서 무슨 종전선언이냐”고 묻는다.

‘종신독재’권력과 ‘임기말’ 문정권 사이


김정은의 이번 열병식 연설은 한동안 남한 언론에 나온 건강이상설이나 김여정과의 권력분담설이 터무니없다는 반박성격이다. 그는 이미 북한 군부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한손에 움켜 쥔 확고부동한 ‘종신독재’ 권력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임기 말을 향해 가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유아독존’이다. 또 미국의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남한정부와 거래 없이 직거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너무나 균형이 무너진 형국이다.

반면에 문 정권이 3년 넘게 친북성향 일변도로 무엇을 가져왔는가. 특히 평양 가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한 후 국방, 안보태세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북은 김정은이 서해도서 방면 포사격 훈련 지시하고 이번에 해수부 공무원 총살했지만 군 당국은 9.19 합의 위반 여부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청와대 눈치 보고 북측 눈치 살피는 꼴이다.

우리군의 대북 정찰, 감시 전력은 모조리 철수했다. 전방에 있는 포사격 훈련장은 사용 금지됐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2017년 3월 이후 한․미간 제병훈련 한번도 못한 사실이 우려된다는 서신을 국방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훈련으로 손발 맞춰보지 못하면 유사시에 어찌 전투할 수 있겠는가. 이래서야 한미동맹 관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로서 어찌하여 이 같은 명백한 사실에 눈 감고 있는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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