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호]

오늘의 三星과 三星人

단독 선두 독주 위세

자동차 실패 안고 제일주의 행진

李健熙(이건희)식 ‘ 무표정 저항’ 여론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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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現代없는 재계의 최고 기록

마음놓고 비판하고 두들겨줄 만한 재벌이 없어진 꼴이다.

대우는 몰락하고 현대는 비틀거리니 4대 재벌이 어디 있고 10대 재벌이 어디 있는가.

우리가 보기엔 건드리면 모두가 넘어질 것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다. 다만 시민단체 일부는 용감하게도 굳세게 재벌들을 야단친다.

그들은 아직도 젊고 심장이 강하기에 걱정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네야 남은 재벌 또 망하면 나라와 경제가 망하지 않을까 두렵다. 오너들이 망할 것은 없고 나와 우리 이웃이 망하리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 매사에 자신이 없고 새로운 선택이 궁하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삼성 재벌 하나가 남아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현대가 제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반면 삼성이 단독선두로 최고와 제1을 구가하고 있으니 거의 독주다.

삼성승용차의 실패로 지탄과 비판을 받았지만 직접적인 대꾸없는 무표정 저항으로 거센 여론도 돌파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씨의 주력회사 이사선임을 두고 홍역을 치렀지만 역시 사후는 무사했다.

“재벌이 자기자식을 적법하게 이사로 앉히려는 것을 무슨 명분으로 막느냐”는 시중의 여론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올 주총시즌을 넘기면서 삼성은 당당 재계서열 제1의 확고한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아울러 미우나 고우나 재벌이 굴뚝산업시대의 성장논리라고는 하나 우리경제의 기둥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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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박용곤 회장> <김승연 회장>

李健熙(이건희)식 위기관리 기법

우리네는 대우의 몰락과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의 비참한 말년을 보며 기가 질리는 심정이다. 수출산업시대의 특출한 국가적 스타가 왜 그토록 허망하게 침몰해야 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현대그룹과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명예와 권위가 많이 손상된 현실에도 거의 까무러칠 지경이다.

제물에 현대그룹이 잘못됐을까 의심스럽고, 그렇게 단기간에 그토록 시장불신이 깊어졌을까 참으로 믿기 어렵다.

이에 비해 삼성은 부산승용차사업 실패 이후 태풍노도와 같은 여론의 비판을 이겨내고 재계에 우뚝 솟아 있으니 신기하다.

삼성승용차는 신규 시장진입이 어려울 때 정권차원의 빅딜에 의해 부산공단으로 입지를 정했다가 참패했다.

그리고 대구에 있는 상용차는 사업구조조정 차원에서 퇴출되었다.

삼성승용차 부채정리는 처음엔 법적 유한책임을 주장하다 관련업계의 반발과 여론의 힘에 밀려 대주주가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이건희 회장이 사재인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을 허용하려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보고 무기한 유보시킴으로써 아직 미결로 남고 말았다.

대구의 상용차퇴출은 삼성제품 불매운동과 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 사퇴론으로 비화되었었다. 올들어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올해를 ‘반 삼성의 해’로 선포했다.

이같은 일련의 삼성에 대한 비판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은 무표정으로 정면대응이 없었다.

책임당사자들도 적극적인 방어보다는 대세를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자세였다. 홍보맨들만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뿐이었다.

삼성에는 공식적으로 노조가 결성되어 있지 않다.

삼성 계열사에 노조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투입한 비용이 노조가 있는 기업의 교섭비용보다 결코 싸지는 않다고 들었다.

그만큼 노력과 열성을 쏟아 노조가 생기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자동차문제가 심각했을 때 그룹회장이나 최고경영자가 무표정 저항으로 일관하는데도 그만한 비용을 투입했을 것이다.

부산승용차 사업이나 대구상용차사업과 관련된 중소기업이나 종업원에 대해 상당한 무마용 서비스가 있었을 것이다.

가령 다른 사업장으로 전직을 알선하거나 기존 부품사업의 대체(代替)사업 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손을 썼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삼성의 사업 실패 수습과 여론관리가 결코 무저항, 무표정의 저비용 대책은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세칭 이건희 회장식 위기관리 기법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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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회장> <박정구 회장> <최태원 회장>

순익 8조원의 제1주의 기록

금년 주총결산이후 삼성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무려 1백10조원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예산 1백조원을 넘는 규모이다.

삼성그룹의 수출액은 3백20억달러, 무역수지는 1백25억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총수출의 18%를 삼성이 책임졌다는 계산이다.

삼성그룹이 납부한 세금은 총 7조원으로 전체 조세수입의 8.7%에 달했다.

그리고 전 계열사들이 이룩한 순이익은 8조원으로 집계되어 삼성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수준인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현대와 대우가 탈락한 지금 이같은 삼성이 이룩한 각종 기록들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까.

소유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도 자랑스럽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삼성의 성장력과 경쟁력은 어디서 분출되고 있을까. 오래전부터 소문이 났었지만 삼성을 움직이는 창업정신은 제일주의와 무패(無敗)주의이다.

창업주 이병철(李秉喆) 회장이 명명한 주력기업 중에 제일모직 제일제당 제일합섬 등 제일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정부방침에 의해 부실기업 인수가 권고돼도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용감하게 사양했던 무패주의로 일관했었다.

삼성의 연간 순익 8조원 가운데 6조원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삼성이 이룩한 자랑스런 기록의 산실이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삼성전자라고 볼 수 있다.

창업주 생존시 삼성이 부평에 있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하여 매년 수십억원을 날리고 있을 때 ‘삼성전자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논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생소한 반도체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우매하기 짝이 없는 독단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던 반도체사업이 성장하여 D램 분야 세계 최고를 이룩했으니 기자가 무식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삼성그룹 종업원은 총 12만명으로 IMF체제 이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이룩한 자랑스런 기록에 세계 1위의 제품이 12개라고 한다.

반도체 D램을 비롯하여 TFT-LCD(박막 액정표시화면) 컴퓨터 모니터 등이 바로 세계 최고명품이 되었다.

IMF 구조개혁에 따른 사업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통합될 때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도 기울게 되었노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현대전자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서도 독자생존의 확신이 없는 반면 삼성전자는 최고의 기록경신으로 독주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두고 삼성정신 아니면 창업이래 제일주의 정신의 승리가 아니고 뭐라 평할 수 있을까.

人材주의의 자부심…三星人

삼성그룹은 삼성인 열연(熱演)의 작품임은 물론이다.

창업주 이 회장의 치밀한 설계와 현 회장의 지도력을 평가해야 하지만 악보에 따라 연주하고 노래하여 흥행을 성공시킨 이는 바로 삼성인들이다.

삼성인은 쫓기며 긴장하는 자세로 일하지만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IMF 초기에 현대가 잘 나간다고 부러워하고 현대인들이 각광을 받을 때도 삼성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삼성인 중에 능력과 관계없이 이건희 회장의 ‘몽땅 바꾸라’는 지시와 IMF 구조조정에 따라 적잖은 인재가 해고됐었다. 그러나 밀려나온 삼성인들은 퇴출이 아닌 시장에의 배출인 셈이었다.

삼성출신이란 이름으로 유력회사에 영입되거나 창업으로 성공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측면을 고려할 때 오늘의 삼성이 다방면 기록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은 사람을 경영한 성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지만 비서실장 이학수(李鶴洙) 사장이 전혀 오차없이 뒷받침하니 실상 이건희 회장 친정체제나 다름없다.

그리고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는 윤종용(尹鍾龍) 부회장이 맡아 이재용 상무보의 경영수습을 맡고 있으니 걱정없다.

전자사업을 총괄해준 강진구(姜晋求) 전 회장은 이병철 회장시대와 이건희 회장시대를 무리없이 승계시켜 주었었다.

이같은 인간경영으로 삼성은 전자 이외에도 삼성물산의 건설사업이 아파트공급 제1위의 기록을 세우고 삼성생명 계약자가 1천만명을 돌파하는 등 각 부문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이끄는 최우석(崔禹錫) 사장은 유명 경제기자 출신으로 삼성경제가 아닌 한국경제를 연구하고 관계자료를 대외적으로 서비스한다.

최 사장이 공급하는 정보자료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삼성편에서 작성했다고 보지 않는다.

비록 삼성지원으로 연구하지만 객관성과 독립성을 평가받고 있는 것이 바로 최우석 사장의 신뢰도 때문이라 믿어진다.

이런 점에서 삼성의 인간경영은 시대상황과 국민정서를 의식하며 애써 자율과 책임을 확립하는데 성공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다만 아무리 객관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더라도 삼성경제연구소에 투자한 성과는 두단계 세단계를 거쳐서라도 모기업으로 환원되어 올 것은 물론이다.

이는 ‘기업경영은 곧 인재’라는 삼성의 인재 제일주의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또하나의 결론이다.

한국적 血統(혈통)주의도 성공한다

오늘의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이건희 회장은 어떤 사람인가.

말할 것도 없이 창업주의 3남이다.

생전에 이병철 회장은 장차남을 제쳐두고 셋째아들에게 그룹경영권을 공개적으로 승계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동양적 혈통주의에 따르면 당연히 장남이 우선이고 다음은 차남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 이병철 회장은 ‘장남은 이래서 문제고 차남은 저래서 문제가 있어 막내로 정했다’고 공표했었다.

그룹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시키되 경영수습 실습을 통해 창업주의 안목과 내부의 정보를 종합한 검증을 거쳐 3남에게 맡겼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비록 우리나라 재벌이 혈족승계를 고집하지만 일방적으로 무능한 자식에게 물려주는 방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삼성의 경우가 아니래도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과정은 독특한 한국적 훈육과 유훈이 있었다.

상인가문 4대에 이른 두산(斗山)그룹의 경우 창업주 박승직씨 이래 자식들은 반드시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을 거쳐 경영에 참여시켜 왔다.

LG그룹의 창업주인 구인회(具仁會) 회장은 일찍 타계하느라 생전 승계준비가 없었지만 내부의 자율적 결정으로 고인의 장남인 구자경(具滋璟) 회장을 추대했었다.

그리고 구 회장은 일정한 연한이 지나자 오랫동안 실무부서에 앉혀두었던 장남 구본무(具本茂)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이같은 두산이나 LG의 경영권 승계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경영성과가 미진했다고 비판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의 경우 2세에게 제대로 승계시키는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는 특별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혈통주의로 승계된 경우에도 SK, 한화, 금호, 삼양, 효성 등 대부분이 제2의 창업정신을 발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조상 대대로 가문과 혈통을 중시해온 우리네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적 기업승계 방식도 훌륭한 모델의 하나로 존중되고 발전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나라경영의 기본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는 시절에 혈통승계를 저지하기 위해 해외의 외국인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주주의결권 위임장을 받아오는 행태를 개혁이라 수긍할 수 있겠는가.

분명 한국적 혈통주의는 한국땅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李健熙(이건희) 경영도 달라졌다

한동안 이건희 회장의 위치와 표정은 거의 성역처럼 노출되기를 꺼려했다.

과거 이병철 회장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부전자전 격이었다.

유명재벌 총수가 얼굴을 숨기고 대중과 직접 대화를 기피하게 된 것은 한국적 풍토라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행여 말꼬리라도 잡힐까 걱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비판적인 시각에 순간적으로 재치있게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특히 그러했던 것은 삼성그룹의 체질이었다고 믿어진다.

그러던 것이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서 남북경협이 확대되고 재벌의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세칭 이건희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진 느낌이다.

이 회장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 특이하다. 종전 같았으면 끝까지 숨기려 했을 터인데 왜 대외적 공개를 막지 않았을까.

행여 올 주총을 계기로 장남 이재용씨의 이사선임을 서둔 것이 이와 관련되지는 않았을까.

외부에서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수술 후 이 회장의 건강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듣고 있다. 그리고 장남의 경영수업도 충분히 경력과 연한이 성숙됐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하나 북한 당국이 현대그룹을 대신하는 경협 파트너로 삼성을 지목하고 이 회장의 방북을 희망한다는 소문이 많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객관적인 스케줄을 이유로 이를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삼성은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경우 치명적인 대외신인도 추락을 가져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재계 대표 모임에 한두번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이 회장은 전경련 회장 추대를 적극 사절하고 있다.

회비분담은 좋지만 감투는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 현정부의 재벌개혁방식이나 시민단체들의 비판적 시각 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저런 방면으로 외부에서 관측하기론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위치를 성역처럼 은폐시켜 쓸데없는 오해와 비난을 유발하지 않을 만큼 얼굴은 내밀되 내키지 않는 정치적 초대에는 사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행동방식을 채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서 세월이 자주 바뀌고 시대정신이란 이름으로 재벌을 압박하는 요소가 많지만 결국 삼성그룹의 경영성과로 국가와 사회에 응답한다는 심정이 아닐까. (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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