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호]

동아건설 파산 울분

역사의 죄인입니다

노조, “왜 우리가 파렴치한 입니까”

정부, 채권단, 회계법인 책임 없나요

파산기업 노조의 사죄성 절규

동아건설산업이 법원으로부터 파산통고를 받은 뒤 노조가 대외성명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저희는 역사의 죄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3월 19일, 조합원들의 성금으로 신문에 게재된 5단통 광고가 감동적 절규였다.

스스로 역사의 죄인이 되었다는 고백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지난 55년 동안 국가경제의 역군임을 자부하며 중동에서, 동남아에서, 국내 산간오지에서 열심히 땀방울을 흘린 저희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실로 가슴에 와닿는 사죄성 절규이다. 특히 중동에서, 동남아에서 땀방울을 흘렸다는 말에 호소력이 넘친다.

그러면서 노조는 “왜 저희가 모럴 해저드에 사로잡힌 파렴치범으로 몰려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회사가 없어지고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현실에 눈물을 금할 수 없다는 지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왜 동아가 파산돼야만 했는지 실상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

동아는 무분별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98년 IMF 위기때 오너가 물러났지만 달리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98년 6월 전문경영인이란 이름으로 전 건설부장관 출신이 회장으로 취임하여 워크아웃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워크아웃은 실패한 정책으로 회생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기업을 정상화시키지 못했다.

노조가 실상으로 밝히고자 한 핵심내용이란 바로 워크아웃 실패라는 지적이다.

동아건설파산울분.jpg

영업이익 내고도 회생가치 하락

노조의 주장에는 워크아웃제도 실패의 근거가 제시되어 있다.

동아는 워크아웃 3년간 원금 1조원과 이자 1조2천억원을 갚았다. 이는 98년 이후 계속 영업이익을 냈지만 채권단에게 2조2천억원을 갚는 대신 기업회생가치는 떨어뜨렸다는 결과이다. 그래서 노조는 “건설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도를 무식하게 적용하여” 오히려 회사를 망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4천여명의 인력감축과 2천4백억원의 임금과 복지비를 삭감했지만 전문경영인의 전횡이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울분 섞인 실상을 토로하면서도 노조는 “파산의 제1차 책임은 저희에게”라고 인정하고 “역사의 죄인”이라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분통은 참을 수 없노라고 호소했다.

“왜 잘못된 정책에, 채권은행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무능한 전문경영인에 의해” 노동자들이 희생되고 손가락질 받아야 하느냐고 울부짖었다.

그리고는 사하라사막에서 모래 섞인 밥을 먹으면서도, 1년도 넘게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서도, 3개월씩 철야작업을 하면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동아인이었음을 자랑스럽게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은 뭘 했소

노조는 대국민 사죄에 이어 파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을 성명했다.

정부, 채권은행단, 회계법인에게 분명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동아건설 파산으로 인한 국민경제에의 파급영향에 대해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처지를 고백했다.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말이다.

국민경제에의 파급영향이란 리비아측의 손해배상청구와 국내기간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예상을 말한다.

노조는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기업회생을 위해 도움 하나 준 것이 없고 터무니없이 리비아공사를 대한통운에 맡기겠다고 하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담보권을 가진 은행들은 전부 ‘나 몰라라’하며 자기네 이해관계에 따라 동아의 운명을 좌지우지했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동아건설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아니라 정부와 채권단의 모럴 해저드가 문제 아니냐고 따졌다.

아울러 재경부 장관을 향해 동아건설이 파산돼야 한다고 말하며 책임있는 대책은 왜 발표가 없는지, 구조조정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지를 물었다.

퇴출에서 법정관리 폐지까지

동아건설은 지난해 11월 3일 워크아웃기업 퇴출명단 발표와 그뒤 법정관리 개시 및 올 3월 법정관리 폐지까지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 동아의 파산은 경제적 논리인가, 미리 정해진 수순인가.

둘째 회계법인은 왜 일반적 기업가치 선정기준을 도외시하고 임의적인 하나의 기준만을 사용했는가.

셋째 지난해 초까지 1조5천억원 이상 존속가치가 높게 선정된 기업이 왜 갑자기 3천억원 이상 청산가치가 높게 산정되었는가.

이같은 의혹을 앞세워 동아건설 노조는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아닌지를 물었다.

동아는 IMF 체제이후 자신들의 자구노력을 단 한번만이라도 정부와 채권단이 관심을 보여주었다면 지금처럼 억울하지는 않겠다고 털어놓았다.

“채권단이 파견한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망쳐놓고 있는 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무엇을 했느냐”는 말이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대통령은 건설업이 다 망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건설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내몰려도 수수방관하실는지, 그리고 행여 동아건설인들이 토사구팽 당하는 것은 아닌지를 묻고 호소한 것이다.

끝으로 노조는 파산에 따라 노조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며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저희는 이기적이고 비도덕이지 않았습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무식하고 오만한 결정 아닌가

동아건설인들은 노조의 이름으로 세 번째 광고성명을 지난 3월 23일 발표했다.

이때 “동아인들은 국민의 정부를 끝까지 지켜볼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면, 진실이 상식으로 통한다면 저희들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는 역사가 밝혀줄 것이라 믿습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어 동아의 파산이 동아인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결백을 말하면서 모든 문제를 동아인들의 탓으로 돌려버린 정부와 채권단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제는 인천매립지 매각, 고병우 전회장의 정치자금, 돈스코이 보물선, 삼일회계법인의 업무처리 모순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의혹을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지금 최종 파산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파산대책을 내놔야할 때가 아닌가.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어떤 식으로 대처할는지 궁금하고, 대한통운에 맡겨도 될는지 정부가 대책을 밝혀야 할 때가 아니냐는 말이다.

노조는 “역사의 죄인이 되어버린 지금 무슨 변명을 하겠습니까”라고 자탄하며 ‘국민의 정부’를 호되게 질책했다.

“당신들의 무식하고도 오만한 결정 하나하나에 이 땅의 건설노동자들이 파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저희는 묵묵히 떠나갑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라고 비통한 심정을 밝히며 “사하라 사막에서 목숨을 바친 동료들이 생각납니다”라고 끝맺음했다.

실로 지난 55년간 동아건설이 걸어온 영광과 좌절이 비단 동아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들린다.

회계기준이 고무줄인가요

노조에 앞서, 동아건설에 대한 회계법인의 실사에 관한 시비가 있었다.

협력업체 채권단협의회가 지난 3월 7일자로 발표한 광고성명은 ‘회계기준은 고무줄인가’라고 반문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법원에 대해 전면재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권단협의회의 성명은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었다.

“국가기간산업에 종사하면서 진실되고 법 테두리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 중소기업을 이끌어온 5천3백여 협력업체와 자재납품업체 일동은 기업회생을 위해 ‘무덤까지 갖고 간다’는 분식결산 사실을 자진 고해성사했는데도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가 우리 의사와는 관련없는 중대오류가 있었다.”

이같은 주장과 함께 채권단협의회는 삼일회계법인에게 공개질의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누구를 위한 회계법인인가.

채권금융기관 및 협력업체 채권단 모두가 동아건설의 법정관리를 바라고 있는데 왜 동아건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려 하는가.

동아건설 파산으로 누구에게 득이 되는가.

협력업체들의 절박한 사정을 아는가.

채권단협의회는 이같은 공개질의와 함께 불과 10개월 사이에 2조6천억원이나 기업가치가 차이가 난다는 말이 왠일인가 따져 물었다.

지난해 3월 2차 기업개선 작업보고서(안진회계법인)에 의하면 기업계속가치가 4조원이었고 10개월후인 금년 1월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는 1조4천7백억원으로 무려 2조6천억원의 차이가 나니 무슨 까닭이냐는 말이다.

그리고 영업용 부채는 가치산정에서 왜 누락시키고 청산가치를 높게 만들었는가.

기업계속가치와 청산가치를 상호 비교할 때는 기업계속가치에 영업용 부채를 가산하거나 청산가치에서 차감하여 비교해야 하는데 삼일회계법인이 왜 누락시켰다는 말인가.

또하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평가방법이 달라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조사때마다 기준이 다릅니까

채권단협의회는 조사때마다 기준을 달리 적용한 것이 왠일이냐고 물었다.

삼일회계법인의 1차 조사때는 장기 미수불량채권, 9년간 1조5백억원을 매출채권에서 공제했으나 재조사에는 2개년도 분식결산 반영을 이유로 매출채권에서 공제하지 않아 회수기일이 오히려 1백21일에서 1백29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1차 조사때 재고자산 산정기간을 과거 5년간 실적을 적용하여 건축사업 1백80일 기타 사업부문 60일로 인정하였으나 재조사시에는 과거 9년간의 실적으로 변경하여 건축 2백22일, 기타 62일을 적용했다.

이처럼 조사때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가치 할인율은 왜 최악의 조건인 15.5%를 적용했는가. 금리가 하향조정되고 있는 시점에 지난 10년간 최악의 평균치를 유독 동아건설에만 적용하여 청산가치를 높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채권단협의회는 이같은 공개질의에 이어 호소했다.

구조조정의 최종 피해자가 영세업체와 근로자들이 될 수 있느냐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전면 재조사를 요청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없었다. 동아는 파산으로 결론나고 노조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았다는 통탄이 나오게 된 것이다.

現代는 살리고 東亞는 파산

동아건설 노조는 정부에 대해 “현대는 살리고 동아는 죽이느냐”고 항변한다.

지난 4월 2일자 광고성명은 ‘동아건설이 현대건설의 10분의1만 지원 받았어도 벌써 회생하였습니다’ 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성명에서 지난달 31일 KBS 심야토론 출연자가 사실이 아닌 발언으로 동아건설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분노했다.

이날 채권단 대표는 지난 98년 동아가 워크아웃에 들어간후 출자전환 8백30억원, 신규자금 1천6백억원 지원 외에 지난해 4월 출자전환 1조1천억원, 채무재조정 1조8천억원, 도합 2조9천억원을 지원했노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노조는 2조9천억원 지원발언이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오히려 워크아웃 3년간 원금 1조와 이자 1조2천억원 도합 2조2천억원을 회수해 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전 해외건설협회회장이 현대는 해외에서 여러곳 공사를 맡고 있지만 동아는 리바아 공사 하나뿐이라고 발언한데 강력 반발했다.

동아는 중동지역 진출에 현대보다 앞섰을 뿐만아니라 리비아 대수로 공사 1단계 38억달러 수주와 완공으로 그명성이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워크아웃 최고경영자 영입에 대한 책임규명과 문책이 따라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노조는 ‘파산의 책임은 저희들에게’라고 거듭 천명하면서도 ‘잘못된 정책과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채권단은 멀쩡하다’면서 이에 대한 문책을 김대중대통령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烋)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