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스타벅스 일회용컵이 놓여 있다. 이 자리에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 수용비 예산으로 커피빈·스타벅스 구매.

김동연·김상조 등 서민경제(공정경제) 강조.

문재인 대통령, 예산 절감하고 직접 커피 타기도.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회의 탁자에 외국계 커피브랜드인 커피빈과 스타벅스 일회용컵이 포착돼 빈축을 샀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중소기업계가 반발하는 등 일자리 축소가 우려되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최저임금 대책을 마련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영세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초과 부담이 없도록 과거 인상추세 추가분은 정부가 직접 지원할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 인하, 사회보험료 확대 등 경영상 제반 비용을 완화시키는 간접적 지원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 7월 1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 부총리 자리에는 커피빈 일회용컵이 놓여 있다(사진=기획재정부).

김동연 부총리 외 ‘삼성 저격수’로 불리며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을 약속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눈길을 끈 것은 탁자 위에 놓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일회용컵이었다. 앞서 지난 12일 김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차 경제현안 간담회와 4일 경제현안간담회에서는 커피빈코리아의 일회용컵과 생수가 놓여 있었다.

▲ 김동연 기재부 장관 앞에 놓인 커피빈 일회용컵을 본 누리꾼들은 비판글을 남겼다(사진=포털사이트 갈무리).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굳이 가격이 비싼 브랜드 커피를 세금으로 마셔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커피빈의 아메리카노는 4500원이다. 주요 커피전문점 중에서 두 번째(1위는 매일유업 폴바셋 4700원)로 비싸다. 신세계 이마트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는 4100원이다.

▲ 정부서울청사 앞 스타벅스 매장. 외국계 직영점인 스타벅스는 일정 거리 내 신규 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디야커피, 카페베네, 롯데 엔제리너스,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커피, SPC 파스쿠찌 등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골목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정 거리 내 제한을 두며 신규 출점을 규제하고 있다. 반면, 100%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외국계 브랜드 커피빈과 스타벅스는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 왼쪽 정부서울청사 앞 건물에 스타벅스가 있다. KEB하나은행 간판 아래는 커피빈 매장이, 옆에는 공정무역 커피전문점인 아름다운커피 매장이 있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999년 국내에 들여온 스타벅스는 2014년 국내 상위 5개 업체(5870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은 매출액인 61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8억원. 매출 1조원은 커피전문점 최초다. 현재 매장 수도 1000개가 넘는다. 때문에 정부 규제의 반사 이익을 보며 종국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일부만 남기고 커피 시장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들린다.

커피빈의 경우 몇 년 동안 정부서울청사 1층 로비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미관 문제와 외국 브랜드의 정부청사 입점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가 퇴점한 바 있다.

▲ 정부서울청사 인근 커피빈과 SPC 파스쿠찌 매장.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는 포화 상태로, 가맹 분야 불공정 갑질 문제와 함께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정치권에서도 스타벅스는 끝없는 논쟁의 대상이다. 조원진 국회의원은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이 무분별하게 점포를 확장하지 못하도록 보완 장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스타벅스 신규 매장에 거리 제한을 둬 국산 커피 브랜드를 보호하도록 하는 일명 ‘스타벅스법’을 추진하다 중단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일부 운동권 반미주의자들은 스타벅스에 대한 거부감도 갖고 있다. 2012년 당시 통합진보당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이 유시민, 심상정(정의당) 전 대표를 겨냥해 “비서실장이나 비서가 항상 회의 중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 오는데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 분들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에 유시민 전 대표가 커피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저는 사실 별다방(스타벅스)에서 파는 프라푸치노 에스프레소 칩을 좋아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 김동연 장관이 7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사진=기획재정부).

커피 브랜드 선택은 개인 취향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부터 특수활동비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인사가 경제회의석상에서 수용비 예산으로 지출되는 커피빈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커피 같은 음료수는 공급업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여건에 따라 구입하는데 평소(정부세종청사 회의 등)에는 중소브랜드에서 주문한다”며 “16일 회의의 경우 일정이 갑자기 잡히다 보니 정부서울청사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급하게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19일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연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반 커피를 직접 찻잔에 따라 마시고 있다(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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