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 절연심정
박근혜 퇴진이후 어떤 세상오려나 걱정

국민낙심 허망보도 일색
두렵고 지겹고 무섭다
최순실 보도특수… 신문, 방송 절연심정
박근혜 퇴진이후 어떤 세상오려나 걱정

▲ 11월 5일 조간신문 1면

신문과 TV뉴스 속에 국민의 낙심과 허망뿐이다. 신문과 방송이 두렵고 지겹다고들 하다가 그만 듣고 읽기 싫어 몽땅 끊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실패, 대한민국 실패만 크게 보도하는 언론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네가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부문이 전혀 없는데도 온통 맥이 풀리고 입맛 떨어지고 의욕이 사라지니 웬 일인가.

평생직업, 평생독자의 언론절연 심정

누구에게 물어보고 하소연 할 곳도 없으니 서글픈 고독감이다. 나이 탓일까.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비슷한 세대에게 물어보니 똑같은 심정이라고 대답하니 절로 동지의식이 생긴다. 세상을 웬만큼 살아온 세대라면 최순실 게이트 같은 어처구니없는 괴변을 처음 봤다고 말하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험난하고 가파른 고비 고비를 겪고 오늘에 이르렀는가. 2016년의 악몽은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통하며 다시 2017년까지 이월되어 얼마나 더 지속될는지 알 수 없으니 어쩌면 좋은가. 이에 대한민국의 주인이라고 자부해 온 세대로서 어찌 분노하지 않고 통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평생 천직이 신문기자이고 평생 독자이지만 지금은 신문과 방송이 밉고 저주스러운 순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실패만을 가득 채운 신문구독 끊고 TV 뉴스에도 귀를 막았다. 천직기자가 언론과 절연하겠다고 말해봐야 어디로 튈 곳이 따로 있을 턱이 없다. 그냥 언론보도 내용이 두려워 차마 눈 뜨고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잠시나마 회피하고 싶은 도망 심리일는지 모른다.
평상심으로 따져보면 신문과 TV보도를 탓할 까닭이 없다. 뉴스보도, 해설, 사설 등 언론의 전 분야가 현직들의 고유권한이자 의무이다. 누가 언론의 자유를 간섭하고 함부로 비판할 수 있는가. 단지 최순실 게이트가 너무나 대한민국을 못 살게 굴어 분통해서 언론보도를 잠시 탓했을 뿐이다.

혁명가 박정희 딸이 어떤 저주 받았나

▲ <뉴스타파>가 공개한 ‘ 최순실+박근혜 40년 우정 동영상 발굴’ 이라는 제목의 영상 캡쳐. 이 영상은 지난 1979년 6월10일 한양대에서 열린 ‘ 제1회 새마음 제전’ 에서 촬영된 영상이다. 우측이 박근혜 좌측이 최순실로서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27세-23세였다. <사진 갈무리=국립영화제작소 1979년 대한뉴스(1242호) 중>

대한민국이 타고난 굴곡의 팔자를 고루 체험한 세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를 상상도 할 수 없는 국가적 변고로 생각한다. 반면에 너무나 천만뜻밖이고 청천벽력이라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신바람을 느끼는 언론에 대해 이유 없이 원망을 했노라고 고백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인가. 천하의 혁명가 박정희 대통령의 딸 아닌가. 대한민국 조국 근대화에 목숨을 건 양친이 총 맞아 비명으로 가신 뒤 혼자 남아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극한의 고독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됐으니 그 집념과 오기가 얼마나 위대한가.
더구나 독신으로 청와대에 입성했으니 무슨 걸림돌이 있으며 어떤 장애물이라도 놓여 있겠는가. 그런데도 왜 유독 최순실이라는 요상한 여인의 마력에는 꼼짝달싹 못했는지 누가 알 수 있으랴. 그녀의 애비 최태민 목사라는 양반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말썽을 부려 문제가 됐는데도 그의 딸을 가까이 하여 나랏일을 망쳐 놨으니 행여 ‘어떤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닐까.
경제기자 오래하면서 박정희 경제를 취재하고 국가경영 리더십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존경하고 신뢰했지만 10.26 국변사태로 세상이 뒤바뀌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 신군부 권력과 민주화 운동권 권력이 집권하는 과정도 보고 권력마다 말기현상을 되풀이 하는 꼴도 보았다. 그때마다 왜 최고권력의 말기는 서글픈 운명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해 봤다.
역대정권의 집권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숱한 공신들, 측근들, 혈족과 가신(家臣)들이 비선(秘線) 실세로서 크고 작은 국정농단 사태를 빚어냈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만큼 엉뚱하고도 코드 안 맞는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악례가 없었다고 믿는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양친을 잃고 남은 3남매 가운데 장녀로서 박근령, 박지만 등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가장 가까운 혈족마저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막아 놓고 최순실만 무상출입토록 했으니 비정상을 넘어 괴변이나 망령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 11월14일 9개 아침주요일간지는 신문 1면에 광화문 대로를 가득 채운 백만 시민의 집회를 일제히 보도했다.

국민 낙망 속에 언론은 최순실 특수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은 낙망, 절망상태지만 신문과 TV 등 언론은 특수(特需) 누리는 꼴로 비쳤다. 뉴스장사란 비정상 괴변일수록 잘 팔리는 법이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최고권력이 직접 관련됐다는 점에서 언론은 마음 놓고 판을 키울 수가 있었다.
인터넷과 SNS 천지라고 하지만 보수계의 종이신문과 유력 신문사 소속 종편 TV뉴스가 유례없는 재미를 누렸다. 정치적 사회적 환경도 박 대통령이 연관된 국정농단 사태를 특급소재로 끌어올렸다. 여소야대 정국에 집권당은 인기가 없고 야당에 차기 대권주자들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판하는 뉴스가 잘 팔리게 되어 있었다.
명목상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미 친박(親朴)이 힘을 잃고 김무성계의 비박(非朴)이 새로운 오너 지위를 노리고 있다. 야당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사실상 국정을 주도하면서 박근혜 퇴진이나 하야까지는 공조, 연대하게 되어 있다. 이 같은 정국구도 속에 신문과 TV뉴스는 고립무원의 청와대와 대통령을 마음 놓고 비판하며 마치 시대와 세월을 모르는 흉물이나 괴물처럼 묘사하기에 이른 꼴이다.
뉴스 장삿속(?)으로 보면 촛불시위 민심이 100만을 넘고 200만을 기록했다면 신바람을 느끼게 되어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아직도 민심의 분노를 듣지 못했느냐고 공박하면 독자들이 속 후련하다고 반길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또 경찰과 시위대가 아무런 충돌 없는 평화시위로 국민적 축제로 승화시켜 가고 있다는 사실보도는 시위 주최 측을 고무시킬 수 있다.
이처럼 언론은 촛불시위 보도로 재미를 볼 수 있었지만 촛불축제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으니 편파적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매 주말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질 때 같은 시각 서울역 광장에서는 대통령 하야 반대를 외치는 국민대회가 열렸었다. 그러나 언론은 광화문 촛불에만 집중하여 서울역 대회의 목소리는 한마디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비록 수적으로 미미한 규모였지만 대통령 하야를 반대하는 호소와 절규의 목소리는 국민의 소리가 아니라는 말인가.

▲ 12월 31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일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2016년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경제풍월DB>

박근혜 하야후 어떤 세상 올까 두려워

언론보도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주장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본래의 역할을 다했다고 자부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다음의 대한민국이 어찌 되느냐에 관해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다녀온 분이 차기 유력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전해왔다. 문 전 대표가 군중들을 향해 김대중, 노무현 시대는 남북관계가 최선이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이를 망쳤다고 주장하고 개성공단 폐쇄마저 최순실의 입김이었다며 근거 없이 선동하더라고 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 하야나 탄핵 이후 집권을 확신하는 세력이 어떤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촛불시위 주최 측이 청와대 지근거리까지 행진을 주장하고 법원이 이를 허용하자 언론이 지도를 그려가며 ‘청와대의 포위’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함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거리까지 시위대가 접근하게 된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문이나 방송을 안 보고 안 듣겠다는 우리네 귀에는 ‘청와대 포위’라니 “북의 김정은 일당이 내려왔다는 말이냐”고 묻게 된다. 북에 있는 주적(主敵)집단이 아니고서야 어찌 대한민국 국가원수 집무실을 포위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아마도 북의 김정은은 최순실 사태 이후 촛불정국을 지켜보면서 입이 찢어질 만큼 파안대소 할 것이다. 박근혜 패당이 절로, 먼저 붕괴되니 핵과 미사일을 만지작거릴 필요도 없어졌노라며 얼마나 희희낙락할까. 박 대통령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 김정은 3대 세습독재의 ‘레짐 체인지’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한방으로 모든 것이 도루아미타불로 끝난 꼴이다.
개성공단 폐쇄도, 사드배치 결정도 수포로 돌아가고 좌편향 교과서를 바로 잡겠다는 국정교과서 프로그램도 폐기될 운명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욱 심각한 사태는 통진당이 부활되지 않겠느냐는 불안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바로 사드배치 반대하고 개성공단 폐쇄 반대하고 통진당 해산에도 거부감 내비친 친북성향 아닌가.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는 촛불민심도 박근혜 이후 어떤 세상이 올 수 있는지에 관해 냉철한 판단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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