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특위, 전경련 해체 공개압박
저질, 악담수준의 ‘정치벌’ 형 꼴불견

국회특권 청문회 ‘가관’
죄인취급 인격모독
국정조사특위, 전경련 해체 공개압박
저질, 악담수준의 ‘정치벌’ 형 꼴불견

▲ 청문회에서 9개 그룹 총수들이 의원들의 호통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국회>

입법권력 국회가 보여주는 청문회는 늘 가관이었다. 지난 6일, 재벌총수 9명을 피고인처럼 불러 세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도 참으로 가관이었다. 퇴계로 어느 식당에서 TV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그래, 잘난 국회의원, 못난 재벌총수냐”고 빈정거렸다.

재벌총수 죄인취급 입법권의 군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온 국민을 낙망감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촛불민심’이 만능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구분 없이 정치권이 대통령 탄핵정국에 그들 나름대로 신바람을 날리면서 거의 초법(超法)적 발상으로 헌법질서를 뒤흔드는 상황이다. 이 판국에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가 무소불위 국회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 과시하면서 재벌총수들을 모조리 ‘못난이’, ‘공범’ 등으로 인식한 듯 저질스런 어법으로 호통, 망신주기 등으로 마구 인격을 비하시키니 꼴불견이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된 헌법기관이라고 자부하지만 국가유공자급인 재벌총수들의 인권을 유린하듯 폭언할 수 있는 특권을 누가 부여했는가. TV중계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대기업 집단을 이끌어 가고 있는 총수들을 함부로 겁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정조사 명분으로 9명의 재벌총수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배경은 너무나 뻔하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출연이야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지원해 달라는 대통령의 협조요청 아닌가. 그렇다고 재벌총수와 대통령이 직접 대가성(代價性) 거래를 했다고 단정하는가.
역대 정권들이 재벌을 압박하거나 회유하여 거액의 지원을 받아냈다. YS, DJ 및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아들이나 가신(家臣)들의 부패와 국정농단이 있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요상한 여인을 가까이 하여 국정을 농단시킨 사례와는 다소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재벌총수들이 국가를 위해 좋은 사업이라 믿고 출연한 사실에 대해 국정조사라는 명목으로 죄인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가 의문이다.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재벌도 공범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

‘전경련 해체’ 정치적 압박 꼴불견

국회 청문회에 출연하는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스타의식에 젖어 있는 모양이다. 5공 청문회 때 노무현 의원이 스타로 급부상하여 나중에 대통령으로 당선됐으니 신화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재벌총수 9명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요구하자 원로급 재벌총수들이 초등학생들처럼 ‘반대요’라고 손을 든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마도 재단 출연으로 재벌도 공범이 아니냐는 정치적 지적 속에 “누가 감히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겠느냐”고 믿고 질문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 구본무 LG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조양호 한진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허창수 전경련회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야당 의원 질문에 대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한다는 의사표시와 전경련 탈퇴의사 표시는 별개였다. 청문회 질의과정을 통해 구본무, 정몽구, 최태원 회장 등이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자신이 전경련 해체를 주장할 자격이 없지만 삼성은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국정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야권이 전경련 해체론을 강조했으니 창립 55년의 국내 재계 총본산의 운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단체의 중심이 대한상공회의소로 바뀌고 전경련은 싱크탱크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4대 재벌 총수가 정치권의 호통 앞에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 것이 바람직한가는 의문이다. 전경련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고 4대 재벌 아니고도 수많은 회원사가 있어 내부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정치권이 민간 경제단체의 해체를 정치권력으로 공개 압박하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인격말살, 인간모독성 악담 청문

재벌총수란 곧 정경유착의 얼굴로 인식할 수 있지만 정경유착이 재벌의 뜻만으로 이뤄져 왔는가. 역대 정치권력이 필요로 하여 재벌을 정경유착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는가. 이번 청문회에서도 재벌총수들이 재단출연 관련 대가성은 없지만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고 답변하지 않았는가.
청문회에서 재벌총수들을 향해 온갖 정치성 질문을 한 국회의원들도 정경유착의 배경이나 원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날 청문회에서도 수준이하의 저질 질문이나 악당형 공박도 적지 않았다.
“기억력이 안 좋다, 아는 게 뭐가 있느냐”,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 “대통령 머리로 창조경제에 관해 30~40분 논할 지식 없다. 답변이 꼭 박 대통령 수준이다”
아무리 특권의식에 젖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재벌총수나 현직 대통령을 이토록 비하시키고 짓밟는 언동을 보일 수 있는가.
또한 “그러다가 직원들한테 탄핵 받는다”, “서울 구치소가 멀지 않다”, “삼성 면접에서 좋은 점수 못 받는다. 낙방이야” 등등 인격말살, 인간모독성 악담을 청문회 질의라고 할 수 있는가.
지금은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국에다 탄핵정국이라 국회의원들의 우월적 특권의식을 지적할 틈이 없지만 한 순간이 지나고 나면 국회 개혁과 국회의원 자질론이 크게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 재계 총수 9명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대표이사. 구본무 LG 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최태원 SK대표이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허창수 GS회장. <사진=국회>

기업인 입장은 이중, 가중처벌 신세

청문회에 불려 나온 재벌 총수들의 피곤해 보이는 얼굴들을 보라. 정치권력이라면 진절머리를 느끼게 되어 있다. 과거 정권이나 현 정권을 가릴 것 없이 재벌은 ‘만만죄’ 아닌가. 돈 뜯기고 죄 받고 한때는 유전무죄(有錢無罪)라더니 경제민주화 잣대로 유전중죄(有錢重罪)시대 아닌가.
박근혜 정부의 경우 대선전략을 통해 경제범죄와 관련 ‘징벌적 과징금’, ‘사면 없는 실형 언도’를 공약하고 실제 실형언도와 법정구속, 장기 수형 등을 집행하지 않았는가.
그러고도 다시 국정기조에 협력하고자 종래의 관행 따라 전경련이 할당한 금액으로 출연했다가 죄인 취급을 받으니 속으로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탄핵정국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에서 다시 제3자 뇌물죄로 엮어가려는데 재벌총수들이 직접 협박을 받거나 대가성이 없었다고 답변했으니 한 건 올리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에 재벌총수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까지 하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이든 국회의원들이 청문회를 통해 기업인들을 겁박하고 호통 치는 모습은 용납할 수 없다. 국정조사를 위한 청문회가 사법적 심판장이 아니고 ‘정치벌’을 내릴 수 있는 촛불시위장도 아니다. 기업인들은 각종 법규와 행정규제로 관치(官治) 받고 다시 정치권으로부터 정치벌(政治罰)을 받는 이중 피해자 심정일 수 있다. 국회의원들도 4년 만에 투표의 심판을 받는 처지에서 입법권력이 무한정 무소불위의 특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길 바란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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