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 고결한 품성
난초 분갈이

글/ 김연태 ㈜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난초는 사람의 발길이 없는 숲속이나 바위틈에서 나는데 동양 난은 중국과 대만, 우리나라의 남서쪽지방과 일본 등지에 자생하는 춘란과 한란이 대표종이다. 서양 난에 비해 꽃의 크기도 작고 색체도 화려하지 못하지만 청초하고 아리따운 모습으로 그윽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난초와 함께 매화, 국화, 대나무를 사군자라 부르는데 이는 춘하추동의 시간적 질서, 동서남북의 공간적 질서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인성(人性)을 의미한다고 하며, 기본적으로 사군자는 선비가 지녀야할 고결한 품성과 행실의 표상이 되는 충성심과 우정과 절개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동양인은 청아한 향기와 귀하고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식물이라며 난을 소중하게 여겨왔다.

난은 핵가족보다 대가족군집 좋아해

기르다 보면 분갈이를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분갈이와 분주로 나뉜다. 분갈이는 식물이 커서 더 큰 화분에 옮겨 심는 것을 말하며 사람의 몸에 옷이 맞아야 하듯 화분이 작으면 안에 식물이 자라는데 최적의 환경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며 큰 화분으로의 교체나 노화된 난석을 바꾸기 위해서도 행해진다.
장기간 성장시켜 많아진 포기를 나누기 위해 분 촉을 하는 것을 분주라 하는데 주로 가격이 비싼 난초를 분주하려고 한다. 난초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크기가 작고 특이한 무늬를(일반적으로는 잎의 양쪽이 흰색인 복륜, 가운데가 흰색인 중투, 중간 중간 불규칙한 무늬가 있는 사피 등으로 구분) 갖는 난이 비싸다. 분주 시에는 난의 형상(모양새)과 생육을 고려하여 3촉 이상 붙이는 것이 좋다.
봄은 신아(새싹)가 발아하는 시기이고 가을은 그 해의 신아가 충실해지는 시기이다. 난초의 분갈이를 하는 시기로는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때에 하는데,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 사이의 봄에 하는 것은 이 시기가 1년 중 생장 전기에 해당하므로 분갈이 후에도 새 뿌리가 발달하여 가을까지는 포기를 충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며 특히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분갈이 후의 관리가 쉬우므로 포기 나누기는 이때 하면 좋다.
가을에는 성장이 끝난 10월에서 11월 중하순을 적기라고 하는데, 너무 이른 가을에 하면 여름을 힘들게 지낸 뒤 늦더위까지 겹치는 것을 피할 수 있어 분주로 잃게 된 원기회복이 늦어지더라도 최악의 희생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갈이는 하나의 화분을 둘로 나누는 분주보다 현재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옮기는 것을 권장하는데 난은 핵가족보다 대가족을, 소량보다 군집으로 많이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분갈이 후에는 1~2주간 정양과정 필요

분갈이를 할 때는 반드시 그늘에서 작업하여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분갈이 요령은 분을 갈기 2~3일 전에 난석을 깨끗한 물에 충분히 침전시켜 흠뻑 물을 먹인 후 하루정도 말린 상태에서 행하면 최적이라 할 수 있으며 난초 역시 뿌리와 잎을 잘 정리하여 소독하고, 난석도 알 맞는 종류를 선택하되 새 돌과 이전의 화분에서 나온 돌의 깨끗한 일부를 골라 혼용하면 된다.
수술을 하거나 크게 앓고 난 사람이 그러하듯, 정양(靜養)이라 하여 분갈이를 한 뒤엔 난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안정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난석에 묻어 있을 흙탕물이 완전히 빠지도록 물을 충분히 주고 1~2주일 동안 이동시키지 말고 너무 강하지 않게 통풍이 되는 그늘에 놓아둔다. 물주기는 미리 흠뻑 적신 난석을 사용한 경우 일반 난과 같이 관리하지만 마른 난석을 사용한 경우 배양토에 익숙해지도록 매일 관수한다. 그렇게 한 뒤 차츰 약한 햇볕을 쪼이면서 일반 난처럼 관리하면 된다.
난분은 통기성이 좋은 토분이 좋은데 분주 시에는 미리 분에 충분한 수분을 흡입시켜 두도록 한다. 또한 오래된 분을 재사용하는 경우에는 질병 등의 걱정도 있기 때문에 열탕이나 약제로 소독하는 것이 좋다. 난석은 난을 고정시키고 뿌리에 물과 양분을 직접 제공하는데 수분의 흡수성과 보수력이 양호한 것으로 하되 맨 밑에 제일 굵은 돌을 3분의 1정도 채우고 중간 돌로 윗부분까지 채운다음 표면은 화장토로 덮는다. 난의 생육을 도와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하여 적당한 비료를 공급하여야 하는데 비료는 화학비료와 깻묵 같은 유기질 비료로 나뉜다. 초보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용에 편하고 효과가 좋은 화학비료가 좋다.
난초의 물을 얼마 만에 주느냐? 는 질문은 어찌 보면 답이 없는 질문이다. 일률적으로 며칠에 한 번 꼴로 물을 줄 수는 없고 ‘불가근불가원’이라 하여 너무 많거나 너무 적지 않게 적당히 주어야하는데 초보자가 난을 기를 때 처음 1년은 물을 많이 주어 죽이고, 그 다음 1년은 말려 죽인다는 말이 있다. 난분이 놓인 장소의 온도, 습도, 통풍관계, 난분의 통기상태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달리 하여야 한다.
물을 주는 방법도 물 조리개로 주는 방법과 물통에 물을 채워 난분을 담그는 방법이 있는데, 물 조리개로 주면 난의 잎이나 벌브(이파리 밑동의 둥그런 부분으로 이 부분에 물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물이 고이게 되는 난석의 윗부분보다 높이 심는다)에 물이 고여 썩을 우려가 있고, 물통에 담그면 여러 개의 분을 같은 물통에 담그기에 혹시 한 화분에 병균이 있을 때 옮는 문제가 있다. 어떤 경우든 난석이 물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흠뻑 주는 것이 좋다.

소중하다고 실내만 두지말고 햇볕 쪼여야

통상 온도가 5〜10°C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15〜20°C는 3일에 한 번, 20〜25°C에는 매일 주도록 권장하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하여야한다. 물을 주는 시간은 여름엔 해가 졌을 때, 겨울엔 한낮에, 그 외 계절은 아침, 저녁이 좋다. 통풍이 잘 안될 때는 수분증발이 더디어 뿌리가 썩을 염려가 있으므로 동해를 입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창문을 열어 통풍이 잘 되도록 하여야 한다.
낮에만 사람이 거주하는 사무실에서는 밤과 낮의 온도차나 물주기의 불편 등으로 난초 관리가 극히 어렵다. 일반 가정에서도 난을 소중한 식물이라 하여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기르는 경우가 있는데 햇볕을 쪼이지 않으면 정성을 다해도 꽃이 맺히지 않는다. 난 꽃은 햇볕에 의하여 결정되는 까닭에 아침엔 꼭 햇볕이 들게 하고 겨울엔 햇볕에 좀 더 노출되는 것이 좋다. 꽃을 보기 위해서는 일부러 관수량을 적게 하는 방법이 있다. 물을 충분히 주면 자신의 성장에 역점을 두지만 물을 적게 주면 생명의 위기감을 느껴 자손번식을 위해 꽃을 피운다고 알려져 있다.
난초 분갈이를 위해 기존의 화분에서 난초를 빼낼 때는 화분을 비스듬히 하여 돌려가며 가장자리 부분을 손이나 나무망치로 두드리면서 화분으로부터 난석과 난을 느슨하게 분리하여 뿌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빼낸다. 뿌리가 화분에 너무 밀착되어있을 때는 화분을 깨서 빼내야 할 때도 있다.
다듬어진 난초를 새싹이 자랄 방향까지 감안해 모양을 가늠해 보고는 화분에 옮긴다. 화분 바닥에는 통수용 구멍이 나있으므로 고깔처럼 생긴 분 망이나 망사로 덮어 난석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다. 난석을 밀어 넣을 때는 소독한 핀셋이나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뾰쪽한 쇠 젓가락을 사용하다간 뿌리에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니 직접 난을 생산하는 농가나 고도의 전문가가 볼 때 틀린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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