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신분 역전, 검색어 1위라니…

대통령 딸, 대통령 여동생
불쌍한 생계형 사기
고귀한 신분 역전, 검색어 1위라니…

글/ 朴美靜 편집위원(박미정 스카이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대통령 친여동생 박근령씨가 사기혐의로 특별감찰관으로부터 고발당했다는 건 참 기구한 이야기다. 대통령의 딸로 초등 3년 때 청와대에 입주해 스물여섯 살까지 17년간 청와대에서 고이 살아왔고 지금은 현직 여성 대통령의 친여동생이라는 ‘고귀한 신분’인 박씨의 ‘인생역정’을 보다보면 안쓰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8억 넘는 빚에 파산신청 해야할 처지

올해 63세인 박씨는 얼마 전 ‘사기혐의’로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탔다. 작년 8월엔 일본에 건너가 한 인터넷TV와의 인터뷰에서 ‘일왕’에게 ‘천황폐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친일파적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았던 그녀가 또다시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구설수에 오르내린 것이다. 이번엔 공교롭게도 지난 7, 8월 가장 뜨거운 정치이슈였던 ‘우병우 사건’을 감찰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를 조사하기 전 ‘첫 작품’으로 박근령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면서 온갖 매스컴과 인터넷 세상에선 ‘박근령 사기혐의’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이 감찰관으로선 ‘현직 대통령의 친여동생’이 쉽지 않은 상대였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7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법 19조는 범죄 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근령으로선 그야말로 ‘관재 구설수’에 제대로 휘말린 셈이다. 딱한 일이다.
어쨌거나 건국 이래 최초로 ‘여성 대통령의 친여동생’이 사기혐의로 특별감찰관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는 건 대통령 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시중에선 대통령과 그 여동생은 이미 ‘절연한 상태’라 청와대에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소문도 나돌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박근령씨의 14세 연하 남편 신동욱씨는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 전 이사장의 빚이 8억 원이 넘는다.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생활비를 도와준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박 전 이사장이) 2007년 이후 육영재단 운영과 관련해 수십 건 소송에서 패하면서 소송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돈을 빌렸다. 원금은 커녕 이자도 못 갚아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현재 재산이 전무(全無) 상태”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파산 신청을 했으면 좋겠지만 박 전 이사장이 그동안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산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빌린 1억원 중 6천만원은 갚았는데 무슨 사기냐며 억울하다는 호소도 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권력을 가졌고, 동생(박지만 EG 회장)은 재물을 가졌는데, 왜 나만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며 한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쌍한 대통령 동생의 ‘생계형 사기’

그동안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수천억 원(혹은 조 단위 부패), YS나 DJ 시절 ‘대통령의 아들들’과 노무현 시절 ‘봉하대군’으로 불렸던 대통령 친형이 받았다던 수십억 원이 넘는 ‘큰돈’, 이명박 시절 친형의 부정부패 액수에 비하면 박근령씨의 ‘사기 액수’는 초라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생계형 사기’였다고나 할까. 그래도 어쨌거나 대통령의 친여동생이 이런 ‘추문’의 주인공이 됐다는 건 자존심 강하다는 박 대통령으로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여동생과 ‘의절’했다는 소문이 나돌지만 ‘천륜’은 끊을 수 없다는 옛말도 있듯이 친여동생이 이런 불미스런 일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으로선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시중에선 대통령이 우병우나 최순실처럼 국민정서를 피곤하게 하는 부류들은 한없이 감싸면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은 돌보지 않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협량한 마음가짐을 비판하는 여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통합과 화합을 외치는 대통령이 TV에 나와서까지 애처롭게 울며 인터뷰하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아량으로 감싸주지 않는다면 그녀의 통치력은 공허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듯하다. ‘만추’가 다가오는 이 가을, 대통령은 ‘불쌍한 여동생’을 청와대에 초청해 화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살길이 막막해진 ‘대통령 친족’이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원치 않을 것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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