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측 역부족, 채권단 지원 불가 방침
부실경영 책임회피, 사익추구 비난여론

수출입국 ‘성공깃발’ 추락
법정관리 후폭풍 참담
한진측 역부족, 채권단 지원 불가 방침
부실경영 책임회피, 사익추구 비난여론

▲ 위기의 한진해운. <사진=경제풍월>

수출입국(輸出立國)으로 성공한 대한민국 해운업의 국가적 지위를 구태여 강조할 필요가 없다. 조선과 해운업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시대 국가 비상 유사시에 대비한 ‘국가생명 산업’으로 착수하여 오늘의 세계 10대권 경제대국으로의 번영을 뒷받침 했다.

구조조정 원칙 동의, 후폭풍 비난빗발

조선과 해운업은 대한민국 태극 깃발을 달고 5대주 6대양을 이동하는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한다. 국가 비상사태일 때 선박과 해운은 대한민국 생명과 재산을 실어 나르고 전쟁물자와 식량을 후송하는 수단으로 국가 생존과도 직결되는 의미에서 국가 생명산업이다.
국내 조선산업이 세계 최고 최대수준에 이르고 한진해운으로 대표되는 해운산업이 세계 7위에 랭크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비상한 국가발전 전략의 성공이었다. 이 때문에 저유가 파동과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나 파산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의 자구안이 미흡하여 이를 거부하고 법정관리 하에 생사의 운명을 가르게 됐으니 뜻밖이자 기가 막히는 실패의 큰 사고가 아닌가.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해 그동안 “조선·해운이 죽기 전에 구조조정 한다더니 뭘 하고 있었느냐”고 따지고 항변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겪은 뼈아픈 체험을 바탕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혈세를 부실경영에 쏟아 붓는 구제방식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잘못된 신화는 없어졌다”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불가피하다고들 논평했었다.
부실경영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원칙에 따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은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고 믿는다. 사실이 그렇지만 막상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의 사태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보니 온갖 난리가 요동치니 한국 조선업과 해운업과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의 얼굴이 새삼 떠오른다. 구체적인 실행방법과 수단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한진해운을 되살릴 방도는 없을까를 안타깝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 브랜드의 표류

아마도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채권단이 거부했을 때 만약 정부가 금융당국을 압박하여 구제금융을 지시했다면 여론의 비난이 난리를 쳤지 않았을까.
또 정치권에서는 재벌특혜라 야단치고 전문가 집단과 언론도 국민혈세를 동원하여 부실기업에 퍼주었노라고 오죽이나 심하게 비난했을까. 그러다가 법정관리를 통해 잘못하면 한진해운이 죽게 됐다는 상황이 닥쳐오자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 어디 있고 그 흔한 청와대 ‘서별관회의’도 없었느냐고 난리를 치지 않는가.
실로 긴박한 상황전개로 보면 누구나가 수출입국으로 성공한 나라에서 국내 1위 해운사가 망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뭘 하고 있느냐고 야단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글로벌 해운경기와 지나친 운임경쟁, 용선료의 올가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다고 하나 한진해운이 망하는 지경까지 모두가 책임회피를 위해 두고만 본 것은 국가적 죄악이다.
한진(HANJIN) 브랜드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산더미 같은 수출입화물을 싣고 바다의 떠돌이 신세가 된 모습을 보고 어떤 감상인가. 한진 선박의 입항거부, 하역거부에다 각국으로부터 선박압류 소식이 연속되니 한진해운이 부끄러운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가. 대한민국 국적선사가 가는 곳마다 거부되고 표류하고 있는데도 그냥 비웃고 있을 여유가 생기는가.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국가 필수선박을 지정하는 제도가 있다는데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이 절반이 넘는 12척이고 나머지는 현대상선 6척, 고려해운 4척이라고 보도됐다. 국제 선박등록법상 요건을 갖춘 선박은 39척이 더 있지만 국적선은 5척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니 결국 한진해운의 파산은 국가비상사태 대응 차원에서도 비상위기 아니고 무엇인가.
한진해운이 망하고 나면 경쟁관계인 외국선사들이야 좋다고 신바람을 피우겠지만 남아 있는 현대상선도 반사적 이익을 즐길 겨를이 없고 수출입 기업들도 좋아할 까닭이 없다.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거부하기 전부터 구제안을 주장해온 화주협회는 물론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대위가 상경투쟁을 통해 ‘한진해운 망하면 부산항도 망한다’는 구호로 정부에 대해 한진을 살리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양호 회장의 맥 빠진 역부족 모습

정부와 금융당국의 법정관리 후폭풍에 놀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당장 무슨 묘수가 있는가. 물류대란 관련 이런저런 후속대책 밖에 손쓸 방안이 별로 없다.

▲ 사재 400억 원을 내놓은 한진그룹.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사재 400억 원을 내놓고 대한항공이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을 담보로 600억 원의 대출을 받아 도합 1,000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양호 회장의 경우 이미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로 넘어갔지만 수출기업들에 대한 피해가 심각하니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어 한진그룹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1,000억 원으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물류대란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법정관리 책임을 수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파산 6부가 나서서 채권단에게 추가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이 기재부, 금융위, 해수부 및 KDB산은에 공문을 통해 추가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의 응답은 부정적이었다.
미국 법원의 선박압류금지 명령을 받아 내자면 한진그룹의 1,000억 원 외에 채권단의 추가지원이 필수요건이라고 했지만 들어줄 수 없다는 응답이었다.
누구나 말로는 한진해운이 망하는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지만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책임이 따를 수 있는 자금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회피하기 마련이다.

한진그룹 이미지와 도덕적 해이 지탄들

대한민국 육·해·공 운송의 상징인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사후 2세 경영 승계 후 계열분리로 동생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았다가 병사하고 부인 최은영 씨가 경영을 맡은 것이 잘못되지 않았느냐고 보여진다.
조중훈 창업주 시대의 대한항공은 안전도 세계 1위의 대한민국 날개라고 자부했었다. 그러나 2세 경영 이후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그룹이미지의 손상이 얼마큼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또 조양호 회장의 경우도 2018년 평창올림픽 유치에 헌신하고 조직위원장을 맡았다가 도중에 사퇴하고 박근혜정부 들어 대통령이 앞장선 규제개혁 분위기 속에 경복궁 옆 대지에 7성급 한옥호텔을 건립하겠다고 백방으로 뛰었지만 끝내 무산되고 말았으니 실망천만이다.

▲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여기에 한진해운마저 경영권 포기에 이어 법정관리로 넘어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빠져 있으니 온갖 원성과 비난의 화살을 면할 도리가 있는가. 조 회장으로서는 최선을 다하고도 역부족이라며 홀딱 벗은 처지이지만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룹 차원에서는 한진해운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지원수단으로 부산 신항만과 아시아항로 영업권 등을 ㈜한진에 매각했다고 주장했지만 “알짜배기 자산 빼돌리기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다 동생의 미망인으로 한진해운을 조 회장에게 넘겨준 최은영 회장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한 푼도 지지 않고 온갖 사익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본인과 자녀소유 주식을 매각하여 10억 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게 된 처지다.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망할 지경에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주식매각으로 ‘먹튀’를 생각했다면 단순한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 범죄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후속보도에 따르면 부실경영 한진해운을 시숙 관계인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고도 2천억대의 한진해운 빌딩을 차지하고 한진해운 관련 서비스업종인 유수시스템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유수에스엠은 이태리산 호화 요트 ‘페레티 780’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부산 수영만 요트계류장에 정박 중인 이 요트는 중량 54톤, 길이 72피트의 100억대 규모로 대우조선해양이 남상태 시장 시절에 선주들을 거제도 옥포조선소로 안내하기 위해 구입했다가 후임 고재호 사장 때 유수에스엠에 매각했다고 한다. 유수에스엠은 선박과 선원 관리 외에 요트 투어도 할 목적으로 이 요트를 구입했다지만 결국 한진해운을 넘기고도 최은영 회장의 사업은 계속 한진해운 영역에 의존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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