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혈통주의 오너경영 특징도 장점

미워도 ‘기업사랑’ 영원히
대한민국 성공 자산
창업 1세대 애국심, 2세 승계과정 반칙
한국형 혈통주의 오너경영 특징도 장점

▲ 수출 100억불 달성 수출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유공자 표창을하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1977년). <사진=국가기록원>

한국경제가 국내외 환경 탓으로 저성장에 접어들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하다.
국민은 기업이 나태하기 전에 채찍과 격려로 우리기업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며 이룩한 성과는 평가하고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비록 기업이 미워도 ‘기업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이 대한민국 성공자산을 보는 국민의 마음이다.

배고픈 시절 장남의 가장의식 발로

기업이란 우리사회 속의 경제적 동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의 업적은 곧 대한민국과 국민의 자산과 신용이다. 기업 오너들이 ‘내 것’, ‘내 자산’이라 우겨봐야 결국 대한민국의 소유이다.
우리나라 기업사를 돌아보면 먹을 것 없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숭상하던 시절 생존(生存) 경제로부터 기업이 출발했다. 이는 기술과 자본과 시장이 있기에 기업을 창업한 서구의 기업사와 다른 점이다.
성공한 1세대 창업자 가운데 유독 장남이 많은 것도 한국적 특징이다. 농경사회 시절 일손을 늘리기 위해 많은 출산을 했지만 논밭도 가지지 못한 채 5~6남매, 9~10남매를 낳아 먹을 입을 채우지 못한 집안의 호구지책으로 장남이 부모를 대신하여 가장(家長)으로 출발한 것이 시초였다. 그들의 가출(家出) 심정은 너무나 절박하고 절실했다.
더러 지주(地主)집안에서 벼슬 출셋길이 막혀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 특례로서 한국의 창업인맥 주류는 집안을 먹여 살리고자 가출한 장남들이었다.

맨손 창업, 압축성장 눈물의 기록

일제하에 가농(家農)을 벗어나 일할 수 있는 직장이라곤 일본인 상점 점원이나 제조공장 잡역부로 들어가 밑바닥에서부터 상술과 제조공정을 눈익혀 배우는 코스밖에 없었다. 그들이 체험으로 배운 상술과 제조업이 독립하여 창업 1세대가 될 수 있었다.

▲ 1964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수출의 날 기념식. <사진=국가기록원>

그들에게는 근면과 성실이 창업자본이자 원자재의 하나였다. 여기에다 중노동을 두려워하지 않는 천성의 생존의식에서 나온 무한노동으로 성공할 수 있었으니 이를 맨손으로 이룩한 자수성가(自手成家)라고 한다.
조금 뒤 5.16 정부가 들어서 경제 제1주의 하에서는 경제건설에 민·관합동 총력을 동원함으로써 예비 창업자들을 불러들여 기업하는 풍토를 조성했다. 이때 정부가 기업활동의 장애요인을 철거하고 금융과 세제지원에다 각종 시상제를 통해 격려, 독려함으로써 압축성장(壓縮成長)을 통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기업사의 특징이자 대한민국 국가발전의 성공모델 기본으로 한국기업과 기업인들은 국내 최대의 국가유공자 집단으로 추앙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거점으로 기업 본연의 활동을 통해 인력양성, 기술개발 등 성장자원을 축적하고 각종 세금을 납부하여 국가재정을 튼튼히 뒷받침하니 곧 국가발전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이를 어찌 과소평가 할 수 있으며 감사하고 축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런 측면에서 기업사랑이란 곧 나라사랑이자 우리 모두의 발전과 성공의 언덕이 아닐 수 있겠는가.

창업1세대 ‘성장통’, 승계과정의 반칙들

우리나라 경제개발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기업과 기업인들이 나라가 주도하는 건설과 수출을 자신의 사업목표이자 성공목표로 삼아 뛰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시하고 동원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의 도전욕과 성취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수출 제1주의 하에 모든 기업은 밤낮없이 보잘 것 없는 소액삼품에서 이색(異色)상품까지 수출품목을 발굴했다. 제조업은 바탕이 미약했지만 조립, 가공으로부터 중화학공업과 첨단산업으로 질주했다.
기업인들은 국산애국(國産愛國) 정신에 투철했다. 일제(日製)와 미제(美製)를 숭상하고 국산을 불신하는 열등의식 속에 국산애국 정신으로 오늘의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가를 쌓아올렸다.
건설은 국가재건을 위해 토목공사에서부터 도로, 항만, 산업단지 등을 거의 횃불공사, 돌관공사로 완공했다. 공사비용을 줄이고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빨리 빨리’ 압축공사로 해치웠다.
한국의 ‘종합무역상사’, ‘종합건설업’이란 바로 이 같은 열정의 결집이었다. ‘그룹경영’, ‘차입(借入)경영’, ‘선단(船團)경영’을 선호하는 추세도 이때였다. 외형을 확장하고 각 방면의 경쟁력을 고루 갖췄노라고 주장하며 글로벌 경쟁시장에 진출하자니 이 같은 그룹방식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 졸속, 부실, 시행착오 및 과당경쟁, 부실누적, 부도 등 숱한 허물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었다. 따지고 보면 압축성장 과정의 ‘성장통’(成長痛)이고 경쟁질서의 낙오와 탈락이다.
또 창업 2기에 접어들어 경영승계와 제2의 창업과정을 통해 반칙, 편법, 불법이 나타난 것이 죄목이다. 이는 창업 못지않게 기업승계와 수성(守城)이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창업 1세대는 배고픈 세월에 태어나 배우지 못한 여한으로 자식들을 미국 유학 보내 신지식을 배우도록 했지만 충분한 경영수업 과정 없이 높은 직위로 기업에 참여시킨 점이 미숙했다. 그들이 창업기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난 과복(過福)의 감사함을 모른 채 일부가 온갖 갑(甲)질 행태를 저질러 국민의 눈총을 받게 됐다.
그러나 점차 세월이 지나 이제 시대정신과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에 눈을 떠 달라지고 있는 것이 희망이다. 이때 한국기업이 미래를 향해 영속적으로 장기 성장해야 할 길목에서 그들의 실수와 실패는 여지없이 꾸짖더라도 기업본연의 역할과 사명에 최선을 다하도록 성원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혈통 승계하더라도 능력우선 원칙

대한민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우러나온 기업가 정신의 바탕에는 혈통주의 정신에다 근본(根本)을 중시하는 애사심과 애국심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창업 1세대가 산업보국(産業報國)을 강조하고 외국산 유행시대에 국산애국을 주창한 것이 이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의 기본 심성에는 본분과 분수를 생각하는 양반정신, 주인정신이 배어있어 선대를 생각하는 ‘효도경영’, 우애를 생각하는 ‘형제경영’ 정신이 있다. 실제로 장수기업 가운데 아직도 양반경영, 형제경영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일부 기업 승계과정의 불화로 혈육분쟁의 악례가 있었지만 전체 기업으로 보면 일부의 예외로 치부할 수 있다.
기업경영 방식에 전문경영과 오너경영 가운데 전문경영을 예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결코 단정할 사항은 아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한국형 오너경영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경영학적 논리를 정립하면 매우 훌륭한 글로벌 스탠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전통의 혈통주의 기본정신을 긍정적으로 살리면 오너경영은 장수기업의 DNA로 승화할 수 있고 애사심, 애국심, 애향심, 애교심 등은 국가사회에 대한 공헌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기업승계 방식에 있어 모든 자녀에게 고루 분재(分財)한다는 배려보다는 경영학습을 통한 능력 따라 냉정하게 차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기업이 창업 이후 발전단계에 접어들고 나면 창업주의 개인기업이 아닌 국가사회의 공익재(公益財)의 성격으로 후계자 양성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발전이 우선이므로 혈육에게 산술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의 승계는 있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아래 기업발전은 영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업사랑이 영원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경제풍월은 이를 촉구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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