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다니엘 최, 합본 개정판 재출간

주범 이토, 공범 이노우에
조선 국모살해 ‘여우사냥’
다니엘 최, 합본 개정판 재출간

‘여우사냥’이란 1895년 을미사변의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말한다. 저자 다니엘 최는 지난 2009년 여우사냥 1, 2권을 저술했었지만 이번에 다시 합본 개정판으로 신국판 축소형 816페이지로 재출간했다.
제1권, ‘조선의 왕비를 제거하라’, 제2권, ‘원수 찾아 삼만리’의 합본이다.

동서고금 역사상 전무후무한 폭거

저자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 틀어 술 취한 낭인 폭도들을 동원하여 인접국의 국모(國母)를 살해한 폭거가 또 있었느냐고 묻는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이 엄청난 대사건이 발생한지 110년이 지났지만 가해자인 일본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사과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그냥 조용히 잊혀져야만 하는가.

▲ 저자 다니엘 최

저자는 단연코 그럴 수가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분개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분연히 들고 일어나 5년간에 걸쳐 완성한 여우사냥 1, 2권을 다시 합본 개정판으로 출간했다고 해명했다. 저자는 명성황후의 시해사건을 단순히 소설로 꾸미는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으로 집필했다. 이를 위해 관련 책 200여 권과 연구논문 30여 편을 찾아 읽고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완성했노라고 밝혔다.

주범 이토 히로부미, 공범 이노우에

저자는 국내외 자료들을 섭렵한 후 작전명 ‘여우사냥’은 일본 측의 치밀한 사전 각본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된 엄청난 폭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의 주범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공범은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 종범은 미우라 고로(三浦梧樓)라고 지목했다.
지금까지의 학설로는 사건 당일 왕비의 침소인 건청궁 옥호루를 침입하여 민(閔) 중전을 살해한 작전은 당시 일본공사인 미우라 고로가 주도한 사건으로 표현했었다. 이 같은 근거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영사로 근무하다가 ‘이등박문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남기고 타계한 송영걸 영사의 작품이었다. 이 논문 속에 여우사냥은 이토 히로부미의 대륙진출이라는 큰 구상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읽혀진다.
이토 히로부미는 명치유신을 이룩한 장본인이자 초대 수상에서부터 무려 다섯 차례나 수상직을 역임한 인물 아닌가. 그는 일본 헌법을 비롯한 대다수의 일본 법률을 기초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토 히로부미가 한일합방 이후 초대 통감을 지내고 한국을 끝내 병합하려 시도하다가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의사의 저격을 받고 죽은 인물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 여우사냥 합본 개정판이 명성황후 살해의 주범으로 묘사해 낸 것이다.

치밀한 복수계획과 통쾌한 장면

이 책 여우사냥의 백미는 제2권, ‘원수 찾아 삼만리’의 복수극이다. 충정공 민영환의 주도로 치밀한 복수계획을 세우고 홍계훈 장군의 딸과 이경직 대감의 아들은 조선 묘향산과 중국 등지에서 5년간 혹독한 무술훈련을 거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복수극을 펼친다는 내용은 기상천외한 발상에 속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나온 수백 권의 명성황후 관련 책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시해장면까지만 기술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책은 통쾌한 복수극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간혹 일부 책에 복수극을 그려낸 대목이 있었지만 내용이 너무 황당한 반면 이 책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훈련을 거친 후 실행에 옮긴다는 내용으로 자세히 묘사했다.
또한 1차 복수를 마치고 난 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가 남편과 아들을 잃은 주인공 여진이 다시 일본 땅을 찾아 2차 복수극을 펼치는 장면은 한편의 무협 드라마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저자는 장장 14년에 걸친 처절한 복수극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철저한 고증에 의해 구한말 100년의 역사를 정리하면서도 사건마다 역사적인 사실 외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구한말 파란만장한 역사를 쉽게 읽고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무래도 조선의 왕비가 없어져야…

“그렇다면 자네는 조선왕비를 제거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방법은 생각해 봤나”
“군인이 총칼 말고 아는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이토가 말없이 술만 마셨다. 그는 연거푸 두 잔을 비웠다. 감히 조선의 왕비를 시해하려는 생각을 하다니…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역시 미우라는 과격파로군. (P 487, 전 일본 검도대회에서)
오카 모도가 잠시 미우라 공사를 밖으로 불러냈다. 오카 모도의 입에서는 단내가 술술 풍겼다.

▲ 이탈리아 외교관 로제티의 책에 실리면서 명성황후라고 알려진 사진.

“왕비 시체를 어떻게 할까요”
“불에 태워 없애버려”
미우라는 지체하지 않고 즉석에서 대답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임금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P 555, ‘왕비의 두 번째 죽음’)

‘나는 조선의 처녀다’의 작가

저자 다니엘 최는 중앙대를 졸업한 후 현대차그룹에서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돌아다니며 포니 승용차 수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미국 법인 레지스 가드를 거쳐 2006년부터 도서출판 행복우물 대표 겸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조선의 처녀다’, ‘가난이 선물한 행복’, ‘박정희 다시 태어나다’, ‘모세의 코드’ 등을 집필했다. 2016년 8월 1일 출간, 816페이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