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풍월=왕진오기자] 한국의 민중미술과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두 작가 신학철(73)과 팡리쥔(53)의 2인전 '기념비적 몸의 풍경'이 19일부터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막을 올린다.

▲ 신학철, 'Contemporary Korean History - Plaza'. Acrylic on canvas, 121.5 x 220cm, 2015.(사진=학고재갤러리)

신학철과 팡리쥔은 각각 1982년과 1989년에 첫 개인전을 가지며 미술계에 등단했다. 신 화백은 민주화 투쟁 시기에 이 땅의 민중과 호흡을 같이하며 민중의 애환과 희망, 그리고 민중적 역사 전망의 숨결을 표현한 한국의 대표적 민중미술 화가다.

팡리쥔은 장샤오강, 쩡판즈, 웨민쥔 등과 더불어 중국현대미술의 '4대 천왕'을 꼽힌다. 서구 현대미술의 언어를 수용하는 동시에 중국 문화 속에서 발견한 소재를 독창적으로 활용하는 화가다.

두 작가의 만남은 80∼90년대 아시아 미술 사조의 태동과 그 흐름을 되짚어 보는 의도에서 꾸려졌다.

주요 미술사조가 태동한 1980년대, 대표적으로 한국의 민중미술과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를 조명한다.

신학철은 공공미술가이자 역사 화가였고 농민화가였다. 그는 모더니즘 미술의 극복 방향을 모색하던 중에 그림엔 무엇보다도 강한 느낌, 강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아래 작품에 한국의 근현대사를 끌어들이게 됐다.

▲ 팡리쥔(Fang Lijun), '2014 Summer'. Oil on canvas, 180 x 250cm, 2014.(사진=학고재갤러리)

팡리쥔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현장에서 겪은 후 사회에서 느끼는 개인으로서의 고독감, 익명성, 냉소를 상징하는 애매모호한 표정의 대머리 인물 군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를 포함한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 작가들은 종래의 집단주의로부터 벗어나 개인적 심리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된다.

신학철과 팡리쥔은 작품은 다중의 역사적 경험과 동시대의 현실을 '몸'이라는 물질적인 형태로 형상화해 기념비적 성격을 갖는다.

▲ 신학철, 'Contemporary Korean History - Sleepless Namdo'. Acrylic on canvas, 194x130cm, 2016.(사진=학고재갤러리)

'몸'은 민중과 뗄 수 없는 인간의 물질적 형태다. 민중은 몸으로 노동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이 현장 속에서 몸은 삶의 목격자가 된다.

신 화백은 서민의 삶의 역사와 동시에 동시대 현실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힘과 구조를 몸의 유기체적 총체로 표현한다.

그는 콜라주, 포토몽타주 등의 기법을 통해 여러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의 이미지들을 화면 안에 끌어오고, 서로 충돌하는 이미지들을 엮는데 엄청난 공력을 들인다.

한편 팡리쥔은 인간과 자연을 이질적인 감각적 환경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본적 부유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시대적 맥락에서 살핀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대머리 인물들은 언제나 아무런 목적성 없는 듯 한 모호한 표정으로 앉거나, 걷거나 물에 떠 있다.

▲ 팡리쥔(Fang Lijun), 'Untitled 7'. Oil on canvas, 120 x 150cm, 2016.(사진=학고재갤러리)

또한 물에 잠겨 있는 인물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사회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개인의 무력함을 ‘물에 잠긴 몸’으로 형상화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민중미술과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두 작가 신학철, 팡리쥔의 작품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그들 각자의 고유한 미술세계 사이에서 소통의 지점을 찾는데 목표를 세웠다.

또한 아시아 미술사의흐름이라는 넓은 관점에서 이 두 가지 미술사조의 태동과 흐름 그리고 역사적 의의를 비교한다.

▲ 작품과 함께한 신학철 화백.(사진=학고재갤러리)

더불어 최근 재조명 받는 한국의 민중미술과 냉소적 사실주의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와 평가를 재고하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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