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의 허무···분노와 저주의 계절, 재계의 낙심 속에 정계는 무상 타령

2014년, 가장 어려웠던
세월호 악몽이여 가라
유병언의 허무···분노와 저주의 계절
재계의 낙심 속에 정계는 무상 타령

▲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그 어느때보다도 힘들었던 2014년.

2014년 재계의 송년 기상은 새삼 물어볼 것이 없다. 근래 들어 올해처럼 맥없이 무너진 기상이 처음이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처참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박근혜정부 2년차에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던 시점에 세월호 침몰 날벼락으로 생긴 정치와 사회의 난리를 경제계가 몽땅 뒤집어 쓴 꼴이다.

‘죽을 고생’했지만 분노와 원성들만

세월호 참사가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의 고장이라 지적되면서 ‘관피아’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면서 그 책임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정치적 악담과 험담이 무차별 교차하는 와중에 경제계는 누구와 상담하고 호소할 길도 없이 허망 속에 방황했다.

세상인심이 구원파와 유병언에 대한 원망과 저주보다 정부와 집권당을 향해 집중했으니 엉터리 대형 여객선의 침몰이 대한민국호의 좌초로 확대 재생산된 꼴이었다.

세월호 유족들의 분노를 달래고 말릴 재간이 어디에도 없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앞으로 진실공방과 문책을 주장하는 정치투쟁이 얼마나 더 지속될는지 예측불능이다. ‘유병언법’으로 불린 ‘범죄수익은닉규제특별법’에 따라 유병언 일가와 그의 ‘종교사업’ 속에 숨겨진 범죄수익을 발굴하기 위한 공방도 예정되어 있다.

아무리 잘 돼도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한 수천억원의 애매한 비용이 국민혈세로 처리될 상황이니 국민이 억울하다. 그나마 팽목항의 급류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는 인양가능 여부마저 불분명하고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9명의 슬픈 영혼들의 울부짖음은 달랠 길이 없다.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해양경찰은 신설된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팔자를 고쳤지만 누구보다도 죽을 고생을 많이 하고도 비난과 원성을 독차지한 꼴이니 그도 너무 슬픈 한해였다.

유병언 일가, 선장, 선원 등 모주 중죄

▲ 유대균 ▲유병일 ▲유병호 ▲유섬나 ▲유혁기

유병언의 일생은 ‘노숙자의 죽음’으로 끝났다.

1심 재판을 통해 유병언 일가가 모조리 유죄로 선고됐다. 장남 유대균은 징역 3년형, 형 유병일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동생 유병호는 징역 2년, 장녀는 파리에서 국내송환 절차로 재판을 받고 있고 후계자로 지목된 차남 유혁기는 미국에 도피 중이지만 언제인가 체포될 운명이다.

종교사업을 경영했던 노른자쇼핑대표 탤런트 전양자(본명 김경숙)씨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변기춘 천해지 대표는 징역 4년, 송국빈 다판다 대표 등 10여명도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유죄이다. 또 유병언의 도피를 도운 운전기사 양회정씨 징역 1년, ‘김엄마’(김명숙)도 징역 10월에 법정구속 됐다.

▲ 전양자 ▲변기춘 ▲송국빈 ▲양회정 ▲김엄마

이밖에 ‘신엄마’ 등 신도 7명은 징역형에 집행유예, 유대균의 호위무사이던 태권도 심판 박수경씨는 집행유예 2년으로 풀려났다. 비록 항소심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유병언 일가와 측근 모두가 유죄라는 사실만은 이미 확정적이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야 살인죄 수준의 중형으로 심판된 것이 당연했다. 선장 이준석씨는 살인죄만은 면했지만 징역 36년의 최고수준 엄벌을 받았고 기관장 박기호씨는 살인죄가 적용되어 30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밖에 1등 항해사 강원식 20년, 2등 항해사 김영호 15년, 3등 항해사 박한결, 조타수 조준기 10년, 1등 항해사 신정호 7년, 1등 기관사 손지태, 3등 기관사 이수진(여), 조기장 전영준, 조타수 오용석, 이영재, 박성용, 김규찬 등 각각 5년 등 모두가 중형이다.

원망·저주 거두고 악몽은 잊어버리자

유병언 일가와 세월호 선장, 선원들이 중형을 받았다고 참사의 악몽이 수습되고 끝나는가. 국가와 국민이 덮어쓴 깊은 상처와 헤아리기 어려운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될까.

관피아의 적폐, 만성 안전 불감증 등 국가와 국민 차원에서 반성하고 쇄신할 난제와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야만 한다.

새로 조직된 ‘국민안전처’를 통해 국가적 재난을 예방하고 현장사태를 최단시간 내로 수습하는 상시 비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인사혁신처’를 통한 관피아의 척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각을 다투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온갖 루머와 악성 유언비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체험했다. 행여 세월호 사건을 빙자하여 정치와 사회를 뒤흔들고 실제 이상으로 대한민국을 비하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정부와 국가안전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바탕이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한 점 의혹 없고 숨김없는 안전행정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2014년 송년 시점에서 더 이상 누굴 탓하거나 원망과 저주로 스스로를 자학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영혼들도 안식을 취해야 할 시각이라고 보기에 2015년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매출·이익 줄고 이자 물기도 벅차다

▲ 삼성 ▲현대중공업 ▲포스코 ▲현대차그룹 ▲롯데

경제계는 일본의 끝없는 엔저공세와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 여파로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빠져들고 있다고들 지적한다. 건설업, 조선업, 해운업 등은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내수산업 전반이 세월호 참사 영향에서 아직껏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매출액 줄고 이익도 감소하여 이자 물기도 벅차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초일류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하여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승진도 유보했다는 관측이다. 세계 최고·최대의 현대중공업이 비상경영으로 해병대 출신 권오갑 사장을 구원투수로 발탁했지만 창사 이래 적자경영에다 노사분규를 맞아 노조와 연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세계 최고의 정예철강사인 포스코마저 권오준 회장이 앞장서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철강 본업(本業)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전 사옥을 매입하여 아직은 잘 나가는 기상이지만 일본의 엔저공세에 정신없이 쫓기는 형국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통해 ‘올해가 가장 어려웠던 한해’라고 회고했노라고 한다. 롯데홈쇼핑 비리로 검찰조사 받고 잠실 제2 롯데월드 개장을 위해 죽을힘을 쏟았음을 말해 준다.

재계 고뇌와 무상복지는 ‘천당과 지옥’

제2 롯데월드 임시개장까지 서울시와 주민들의 요구로 부담한 준조세가 무려 5,160억원에 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시가 요구한 각종 교통개선사업이나 주민들의 민원에 따른 설계변경 등으로 이처럼 어마어마한 준조세를 덮어썼으니 내수경기 침체 하에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애매한 규제비용을 유발하는가를 알 수 있다.
기업이 온갖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과 상관없이 정치권은 무상복지 타령에 ‘재벌감세’ 철회를 노래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에다 반값등록금 공약 등은 이미 국가재정난으로 더 이상 안된다는 중론이다. 그렇지만 야당은 재벌감세 철회하고 법인세 올리면 무상재원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니 기가 막힌다.
여기에다 저출산 시대이니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약속하고 장수시대를 의식하여 ‘70세 정년’을 주장하니 재계에서 보면 ‘천당과 지옥’이 동거하는 세월이냐고 한탄한다.
정치가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경제계의 호소와 탄원을 들어줄 귀가 없다. 듣고도 모른 척, 알고도 모른 척 하니 2014년 경제계의 송년 심정은 속으로 ‘죽을 맛’ 그대로이다.

재벌 오너들의 장기 병고투쟁 기상

▲ 이건희 삼성 회장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27주기를 맞아 지난 29일로 오랜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하여 이재용 부회장이 조부 추모제를 주재했다. 삼성가에서 독립한 한솔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등은 올해도 별도로 추모제를 가졌다고 한다.

▲ 이재현 CJ회장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항소심에서 3년형을 선고 받아 중병으로 구속집행 정지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초일류 기업 삼성가 오너들의 건강이 말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올해 유난히 창업 원로 명예회장들의 별세가 잦았다. 최근 코오롱그룹 이동찬 명예회장이 아흔 넷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보다 앞서 삼양그룹 전중윤 명예회장과 한독약품 김신권 명예회장,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광호 명예회장 등 제약 창업 1세대들도 타계했다.

▲ 이동찬 명예 ▲전준융 명예 ▲김신권 명예 ▲한광호 명예

이 분들은 아흔이 넘어 장수를 기록했다고 보지만 그룹 창업주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2~3세에 의한 경영승계가 제2의 창업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나폴레옹 정신을 기업가정신으로

울적한 재계기상에 용맹 기업가정신을 비싼 값에 사들인 중년 사업가가 화제이다. 하림그룹 김흥국(57) 회장이 경매를 통해 나폴레옹의 모자를 25억8천만원(188만4천유로)에 낙찰 받았다니 놀라운 소식이다. 나폴레옹의 체취가 묻은 은잔과 칼 등 유품과 그림 등 11억원 어치도 사들였다고 한다.

요즘 같은 장기불황 속에 왜 나폴레옹 모자를 구입했을까.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정신을 ‘기업가정신’으로 접목시키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고 한다. 하림은 새해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신사옥을 준공하면 1층에 방탄유리 전시관을 마련하여 ‘불가능은 없다’는 하림의 기업정신을 선포할 방침이라 한다.

▲ 하림그룹 김흥국 회장이 경매를 통해 나폴레옹의 모자를 25억 8천만원에 낙찰받았다.

하림그룹의 연간 매출이 4조8천억원대라고 하니 놀라운 성장이다. 그동안 공장화재 겪고 조류 인플루엔자에 많이 시달린 것으로 듣고 있는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해 온 기존의 ‘불굴의 기업정신’에다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정신을 겹쳐 쌓아올리려는 김흥국 회장의 결단을 축하한다.

새해는 세월호의 악몽을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것을 굳게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4호(2014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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