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호]

또하나 ‘성공신화’ 추락

오너의 도덕성 의혹

웅진그룹. 법정관리 신청과정 숱한 의문

경영권유지 집착, 채권단, 투자자들 피해

정도경영 전도사로 추앙되던 기업인의 도덕성이 문제시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성공신화 위장 속에 속물(俗物) 근성이 숨어 있었다고 생각하면 공분을 느끼게 된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불공정, 불합리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연속 보도되니 실망천만이다.

명문건설 극동 인수 불운이었나

지난달 27일, 웅진홀딩스 신광수 대표이사가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 사실을 발표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건설경기 장기침체를 이기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로 가느냐고 생각하면 누구나 비감을 느낄수 있는 일이다.

시중에는 극동건설 뿐만아니라 숱한 건설회사들이 무더기 도산날짜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럴때 웅진그룹이 윤회장이 애지중지하던 웅진코웨이 마저 매각하고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여 굴복하고 말았느냐고 딱하게 여기게 됐었다.

극동건설은 1947년 대영건설이란 이름으로 창업됐으니 65년의 뿌리를 내린 장수기업이다. 1953년 극동건설로 개명한 후 그 유명한 대연각 호텔, 해운대 극동호텔, 충무로 극동빌딩 등으로 창업자인 김용만 회장의 명성이 높았다. 그러다가 1998년 3월, IMF 파고로 극동건설의 회사정리 절차를 통해 외국계 자본으로 팔려 갔다가 토종기업인 웅진그룹을 새주인으로 만나 팔자를 고친 것으로 보였다.

웅진은 극동건설 인수후 태양광, 폴리실리콘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하여 대규모 기업집단 반열로 올라섰다. 이렇게 한창 뻗어나던 웅진이 갑자기 알짜배기 웅진코웨이를 매각키로 계약하고 다시 지주회사와 건설 부문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으니 극동건설 인수가 무리였거나 불운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모럴해저드 꼼수혐의

웅진은 법정관리 신청이 웅진코웨이의 매각대금 1조2천억원이 제때 입금되지 않아 불가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수계약자인 MBK파트너스는 인수자금이 준비 됐는데도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웅진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반발했다.

당초 웅진코웨이를 M&A 시장에 내놓은 뒤에 파느니 마느니 하는 곡절을 거듭했었다.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와 매각계약하면서도 ‘우선 매수 청구권’ 조항을 삽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는 것이 처음부터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모면한 후 되찾아 가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채권단도 웅진측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채권단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미리 윤석금 회장과 신광수 대표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철회하고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술수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채권단이 법원에 윤회장 외에 채권단이 추천한 사람을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이같은 불신을 말해 준다. 더구나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의 단기 차입금 530억원을 서둘러 갚고 극동건설의 어음 150억원을 막지 못하고 부도를 낸 것은 도무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또한 윤회장 부인 김향숙씨가 웅진씽크빅 주식을 전량 처분하여 자금을 회수한 것도 윤회장 일가의 도덕적 해이 단면을 말해주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이같은 혐의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런지 모르지만 겉으로 나타난 사실만으로도 웅진의 법정관리 신청과정은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한다고 볼 수 있다.

부실 경영주 ‘관리인 유지’ 제도악용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개선이나 기업회생이라는 이름으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속출했지만 최근에는 부실경영주들이 법정관리를 선호하는 까닭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주도하여 금융권 채권만 조정해 주지만 법정관리는 법원에 의해 채권, 채무를 동결시켜 놓고 부실경영주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어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제도로 비교된다. 2006년 4월부터 시행된 ‘통합도산법’이 기존 경영주가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는 ‘관리인 유지제도’(DIP)가 규정되어 부실경영 책임자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같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여 부실 경영주가 채무를 동결해 놓고 경영권을 행사하게 되니 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말이다.

금감원 권혁세 원장이 계열사의 차입금을 조기상환하면서 극동건설의 어음은 막지 못한 사실과 부인의 주식매각 내용을 깊이 살펴봐야 겠다고 말한 대목이 바로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하려는 오너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혐의에 비춰보면 윤회장의 떳떳치 못한 행위는 자신 뿐만아니라 다른 대기업 오너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웅진은 극동건설 인수후 ‘총수가 있는 38대 기업집단’으로 분류되어 공정위로부터 지배구조 및 부당 내부거래 등에 관해 상시 감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투자자 눈속임은 무모한 과욕

웅진그룹의 금융권 부채는 웅진홀딩스 1조1,400억원, 극동건설 5,528억원, 웅진에너지 3,072억원, 웅진실리콘 3,952억원 등 도합 4조3천억원으로 집계된다. 또 극동건설 협력사 1,200개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도 2,953억원으로 보도됐다.

이에따라 채권 금융기관은 부실대비 충당금으로 1조원 이상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게 되니 사전혐의 한마디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측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또한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에 투자한 수많은 개인투자자와 법인 등 투자손실도 최소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니 웅진이 경영권을 지키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피해와 상처를 확산시키게 될런지 알수 없다.

웅진그룹이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은 이해하더라도 왜 이토록 무모한 방식으로 계약자와 채권단을 눈속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대선정국에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오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공정거래 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위험함 시기가 아닌가. 지금껏 투명, 공정한 기업인으로 예우되어온 윤석금 회장이 가장 위험한 계절에 불장난 같은 속물근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면 본인은 물론 수많은 오너 경영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될것이다.

‘명인’답게 자기희생해야 회생

윤회장은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특출한 세일즈 재능을 발휘한 후 웅진출판으로 돈을 벌어 웅진코웨이를 설립한 후 유통부문 명인(名人)으로 부각됐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로부터 공기청정기, 비데 등 가전제품과 화장품에 이르기 까지 방문판매망을 구축하여 획기적으로 성공했다. 특히 IMF 직후 정수기 판매를 렌털방식으로 바꿔 선풍적인 인기를 몰아 지난해 웅진코웨이는 매출 1조7천억원, 영업이익 2,425억원을 기록했다.

윤회장은 웅진코웨이의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사업구조 고도화에 착수하여 2006년 웅진에너지를 설립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을 신성장동력으로 투자하고 2007년 극동건설, 2010년 서울저축은행 인수 등으로 외형을 급속히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그룹확장 단계와 과정으로 보면 나무랄 것이 없는 창업 기업인의 도전과 성취욕으로 평가할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대형매물이던 극동건설 인수가 시기적으로 무리수였고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한 위기관리 의지가 미약했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당초 윤회장이 알짜배기 창업종목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해서라도 극동건설을 살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을 때는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도중에 미련을 두고 매물을 회수하려는 듯 미적거린 자세가 불신을 가져왔다고 보여진다.

극동건설의 경우 시공능력 38위권의 뿌리깊은 명문건설로 국내 공사장 86곳, 해외공사장 9곳을 두고 있으면서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대기업 경영주로서 기본자질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한 여러 가지 부도덕한 처신은 어떤 해명으로도 납득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윤회장은 자신을 희생하고 죽기를 각오해야 명예를 회복하고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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