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월호]

[와인칼럼?]

교섭문화 기초 부재가 고질병

왜 국제협상서 지는가

구슬 꿰는 와인문화 컨셉 아쉽다

/ 安敬煥 (안경환 와인나라 와인홍보대사)

산업연구원의 게임이론 전문가 김기홍 박사의 저서 한국인은 왜 항상 협상에서 지는가가 출판된 지 비교적 세월이 지났음에도 사정은 달리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와인칼럼에서는 한국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이 왜 아직도 국제 협상에서 지고 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비전 코리아의 협상 과제는 대략 다음 두 가지 모습으로 정리된다. 먼저 공공부문에선 주한미군 감축협상과 북핵문제해결 로드맵의 사전조율협상, 민간기업에선 선진 IT강국과의 자금 기술파트너십 조달협상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늘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있는데 공식적인 메인테이블 협상 이전에 사전 막후 조정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아마추어리즘이 그것이다. 사전 도입부 막후 교섭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다시 풀어보면 미 파월 국무장관 부부와의 워싱턴 한적한 교외에서의 사적인 디너 그리고 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 부부와의 한국IT 프로젝트 기업IR 전야의 중급수준의 아담한 프랑스식당에서의 3시간 정찬과 같은 사교활동, 와인식사 접대가 모범답안이다.

이때 동원되는 교섭문화나 협상학적 중추 개념은 인격적 차원에서는 다양한 채널의 휴먼 네트워크 형성 운용 능력, 순수 업무적 차원에서는 창의적 시야, 지평선에서의 전략적 사고, 환경 콘트롤 능력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 이 모두가 서구 와인문화의 핵심인데 한국적 현실에서 어떤 양태로 모습을 취하는지 대략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재조명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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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협상은 별개?

첫째, ‘와인과 협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는 입장으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하고 교편을 오랫동안 잡았던 한국의 석학 A 전 서울시장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서구 문화에서 손님을 맞는 호스트의 2011-01-11_142613.jpg 마음 씀씀이 깊이를 별로 이해 못하는 타입이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 홍콩의 한국은행 사무소 직원들은 그가 지나간다는 전갈을 받고 프리미엄 위스키를 준비, 만약에 대비하여 홍콩와인클럽의 회장이 손수 운영하는 와인전문식당에 들러 한식에 맞는 각종 와인을 추천받아 준비하였다. 그런데 홍콩사무소장 공관에서 준비된 환영연 현장에서 A 씨는 위스키만 마셨다. 그리고 와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아 직원들은 병을 따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결국 그 자리에 음식준비차 자리구색구비차 참석한 대여섯 명의 직원 부인들은 꼼짝없이 완전 맨입으로 밥을 먹게 되었다. 여성차별까지 실수한 것이다. 이후 IMF 사태 초기 재협상 운운 해프닝과정에서 A 씨는 IMF내 말 맞나 확인해 보겠다재협상은 절대 안 되는 거지요?”하고 직접 전화함은 물론 이 내용으로 자랑스럽게 기자회견까지 하였다.

둘째, ‘와인과 협상은 역시 별개의 일이지만 와인에 대해 상식으로 알아두면 해외출장 때 현지 서양식당에서 밥 먹는 데에 도움된다는 수준이다. 배낭여행 무용담이 서양문화의 깊이와 세계관을 엄청 왜곡시키는 타입이다.

IMF사태 수습 노력과정 때 한국은행 총재 B 씨가 뉴욕에 소위 국가IR차 출장왔다. 식사하고 다니는 데까지는 능숙했는데 직접 유창한 일본어식 영어로 브리핑까지, 문제는 기자들의 질문에 완전히 동서남북식 답을 했다는 것이다. 어느 미국기자는 우리 질문을 잘못 알아 듣고 또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줄도 모르는 것 같은데 왜 곁에 있는 통역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나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런 일의 원조로는 소위 문민정부 때 파격적으로 보임된 C통산부장관이 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 메인 테이블 때 시간벌이용으로 관행상 당연 준비된 공식통역을 마다하고 내가 말야 미국에서 교편도 잡았었는데하면서 손수 영어로 후임자 D 장관은 손금이 아예 없는 것으로 유명한 분으로 다행히 전임자와 달리 협상에서 아예 움직이지 않아 국익 수호에 공이 상대적으로 지대했다.

친분 과시하다 괘씸죄

셋째, ‘와인에 대해 소위 조예가 있으면 협상 주변과정에서 약간 도움되는 구석이 있다라는 능력형 인사들의 입장이다. 승승장구 이력으로 자신감에 차 있는 한국의 스타급 인사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자칫 오도될 수 있는 피상적인 이해에 그쳐 상대방에 대해 본질적 핵심을 잘못 알 때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역량 있는 무당이 나라까지 잡아버리는 수가 있는 것이다.

IMF사태 때 활약의 주역이었던 E 부총리와 F 여사 부부가 대표 케이스이다. 서구 상류층 인사들이 식민지류 사람들에 대해 가지는 친구와 애완견 개념의 차이를 혼돈하는 경우이다. 요새는 한 번 만나 금방 친구된 것처럼 믿고 싶어 하는 뿌리얕은 피플그룹에서 재현 가능성이 있다.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F 여사는 워싱턴 IMF 본부 근무 때 아주 친했던 깡드시 총재님을 이번엔 경주 보문단지에 모시고 갔었는데라고 했다.

부군되시는 E 씨도 나이스 국장에게 걱정 염려랑 놓으셔, 깡드시랑 아주 친한 사이인데라며 합의 안된 사실을 합의 됐다고 기자회견하여 결국 한국 정부와 국민, 기업은 괘씸죄에 보복성 앙갚음까지 가미된 엄청된 추가 제재조건으로 두들겨 맞았다. 마지막에 굉장한 비극으로 끝나는 타입이다.

이준 열사는 갓 쓰고 독립호소

넷째, ‘와인과 협상은 서구교섭문화의 다양한 표현 쟝르상 원래 일체이다라는 견해이다. 비즈니스 활동이라는 빙산 본체 하나에 물 윗부분과 물 아랫부분 도처에 여러 개 CPU가 있는 병렬형 수퍼컴퓨터가 있을 때 이 전체 운용 메카니즘의 기저에 무의식 수준으로 작동되는 동일 알고리즘과 시간흐름 체크 메트로놈이 존재한다면 이것이 You AttitudeHost Initiative이다. 따라서 와인과 비즈니스 식사테이블을 매끈하게 꾸려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초심자라 할지라도 국제협상에 맞닥뜨렸다해도 와인 다이닝 알고리즘 기반으로 이미 무장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일을 전략적이고 체계적, 조직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협상전략 공부를 더하여 본격 수련을 쌓는다면 한국인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델케이스로는 100년 전 고종의 특사를 스스로 자천하여 헤이그에 난생 처음이자 인생의 마지막 해외출장간 이준 선생이다. 한양에서 보우타이를 매던 그는 해외 로비현장에선 오히려 갓을 쓰고 협력분위기 진작 고취 및 막후 로비에 나섰는데 당시 제정러시아의 수도 페테스부르크의 어느 신문 상류층 사교동정란에는 흰도포에 검은 갓으로 서양인 시각에선 아프리카 무당과 같은 옷차림의 당혹스런 등장 뒤의 조선조 말 선비가 풍기는 글로벌 수준의 인격적 품위와 예절바름, 사려 깊은 상대방 배려 등 감동 어린 모습과 이에 따라 장내 고조된 조선의 입장에 대한 이해 확산과 측면지원에 동감하는 분위기 등이 상세히 보도되었다.

100년 후 현대에서는 미 상원 코리안게이트 청문회에서 닉슨의 워터게이트사건을 담당했던 아주 유명한 전력의 특별검사를 첫 문답 Can you speak English?로 시작했다. 상호교환 카운터펀치에서 한방에 날려버린 박동선 선생이야말로 후학들이 감사드려야 할 모델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번 와인칼럼은 교섭문화 기초 따로 비즈니스 메인테이블 공식협상 본론 따로 라는 한국적 전통적 접근방법이 나이브한 출발이었다는 자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 협상가들의 기본 덕목인 인격적 사교매너나 비즈니스 각종 협상 전력전술 모듈, 그리고 문서화로 귀착되는 서면적 커뮤니케이션이란 다양한 장르의 구슬들을 한 번에 모아 꿰는 데는 와인문화 컨셉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론이라는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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