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월호]

[와인칼럼]

남북 건배 13차 엘레지

글로벌 수준의 협상에

와인 기본기 조마조마

다만 사진 클리닉 처방이 도움 될수도

/ 安敬煥 ( 안경환 아영주산 전무, 와인나라닷컴 와인홍보대사 )

남북장관급회담이 차수로 13차에 이르도록 변하지 않는 장면이 있다. 두 컷으로 대표되는 환영만찬 자리에서의 건배 장면이다. 첫 사진은 회담 성공을 위한 합동 건배 컷이고 두번째 사진은 와인을 입에 대는 음주동작 컷이다.

3총사 칼싸움 모습 유감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와인매너는 통상 두가지 측면에서 비즈니스상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와인 시공간에 놓이면 당사자들의 메인테이블 협상기량 실제 모습이 반사경이나 그림자처럼 넌지시 나타나 보인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그 자리 동정을 조심스레 모니터 하는 이해관계 외부인들에게 진척상황을 지혜롭게 암시하여 광의의 여론조작을 가능케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 회담참여 각자의 협상력 확보에 이 사진들 모습이 의미가 있고 더 나아가 이때의 연출 여하에 따라 이 회담경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관심층 국민들과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정책결정 그룹들에게 평소 대놓고 얘기하고 싶었던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남북회담 환영만찬 건배는 메인협상테이블 참여 당사자들의 업무상 이익은 물론 국익 최대확보에 중요하고 이때의 와인매너는 개인적 차원으로 치부할 사소한 문제가 아니고 정품 비즈니스 수단으로 주목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매번 반복되는 모습들에서는 걱정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먼저 첫 사진에 나타나고 있듯이 당사자간 아이컨택이 자리잡고 있지 않다. 건배는 인격적인 당사자 주체가 상대방 각각에 대해 n x n 개별적으로 눈을 맞추어가며 해야 의미가 있지 불특정 허공 공간에 집단적으로 딱 한번만 한다면 우선 인격체간 구속력이 없을 뿐더러 제3자들이 볼 때 모양이 아주 보기 싫어진다. 여기에다 술잔에만 눈이 고정되다 보니 아닌 밤중에 제사지내거나 펜싱 칼로 삼총사 칼싸움하는 듯한 모습에 이 장면의 속내를 모니터 할 각국 정보기관들의 머릿속 움직임과 예상반응을 떠올리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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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매너 교범에 비춰보니

두번째, 감성이 교차하는 스마일과 근접 어프로치가 부재하다. 협상난관을 돌파하려면 막간의 막후절충 노력들이 긴요하고 이에는 개인적 친분 즉 감성적 교감 공간 공유가 절실할 터인데 서있는 자리에서 팔만 쭉 뻗어댄다면 약간씩 쌓은 조그마한 친분 때문에 혹시 IMF 협상때 L부총리가 깡드시 총재를 친구로 오판해 초래한 대형사고 전철이 다시 재현될까 두렵다.

셋째, 덕담 교환이 명시적으로 뒤따르지 않고 있다. '위하여' 구호는 집단적 구호 천명일 뿐이고 각자가 n x n 서로 다짐 교환함이 회담 성공에 조금이라도 심리적 기여 효과가 기대된다. 국가예산으로 치르는 만찬자리이므로 하나라도 더 실리를 찾으려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넷째는 아닌 밤중에 레드와인이 고정 출연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사교매너 교범 운운 이전에 역시 외국 모니터링 기관들의 실소가 걱정스럽다. 미각 아니 음식 나오는 순서와 입안에서 와인과 음식간 충돌문제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본 사람이라면 샴페인은 못할 사정이 있다면 화이트와인이라도 준비하든지 아니면 순 한국스타일 청주로라도 손님과 초청인사들의 입속 사정을 위해 맞추어 보려 할 것이다. 탄닌이 강한 레드와인에 배겨날 양념이 강한 한식은 만찬개시 한참뒤 중반 이후 타임에나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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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잔 원샷은 걱정꺼리

두번째 컷 음주동작 사진 역시 아이컨택 컨셉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협상상대방을 계속 마음속 염두에 두고 있다면 물리적 음주 진행 과정에서도 눈빛의 교환과 스마일 얼굴 근육 상호 대화는 음주 동작의 완료 시점까지 유지시킴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몇 년전 미국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서 응대하는 김 국방위원장의 건배사진 케이스를 숙제로 제시하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고모님과 로만 스타일 러브샷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마지막 걱정스러운 부분은 공식석상에서 아직도 원샷을 하고있지 않나 하는 대목이다. 레드와인용 아주 큰잔으로 원샷을 하는 모습은 제3자들을 어리벙벙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닉슨 미국 대통령을 모택동 주석이 응대할 때 썼던 아주 작은 경쾌한 잔에 밝은 색 술로 대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경제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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