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3월호]

사공이 많으면

월드컵 일사분란 해야

민병문_2001_face.jpg

/閔丙文(민병문 내외경제신문주필)

월드컵은 우리로선 단군 이래 최대 행사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TV시청만 42십억명으로 추산된다.

만일 중국이 품귀 사태인 TV를 원활히 공급, 13억명이 열광 속에 빠진다면 6백억명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유사 이래 처음으로 월드 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중국은 축구 중계를 보려 TV 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일본과 공동 개최이긴 하지만 개막식을 우리가 하기 때문에 외신기자만 일본보다 1천여명이 많은 12천여명이 방한할 예정이다. 며칠전 이로 인한 서울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59천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88올림픽 때의 2배 가량인 5십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밀려든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은 계량화 조차 어렵다.

일본이 이를 축제로 보는데 비해 우리는 국위 선양의 기회로 삼는 것도 결국 경제적 부가가치를 염두에 둔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일사분란한 활동이야 말로 대회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첩경일 것이다. 불행히도 이점에서 의구심이 없지 않다. 최근 열린 멕시코, 코스타리카, 미국 등과의 시합에서 졸전을 벌였기 때문이 아니다. 조직위원장이 2인 체제로 되어있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작년 한때 정몽준 위원장과 이연택 위원장 간에 비행기 좌석 관계로 잡음이 나왔었지만 차라리 일찍 잘 터졌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쌍두체제 불화음 조심해야

환부는 일찍 발견해야 고치기 쉽다. 세간에 물의가 일자 정위원장 역은 대외활동, 안 살림은 이 위원장이란 식으로 교통 정리가 되기는 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바뀐다는 데 모처럼 국가 대사를 위해 겸양의 자세로 자신이 맡은 역에 충실한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 부딪히는 부문이 알게 모르게 터져 나올 때 늘 그런 항상심을 가질 수 있는냐가 관건이다.

6일 한 조찬회 연사로 나온 정몽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연말, 그리고 지금까지 조용한 것을 보면 잘 되가는 것 아닌가라고 우문현답 했다. 쌍두체제에 대한 그의 의견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는 정치인이다. 입을 다물었지만 이런 국가 대사일수록 일사분란한 체제를 갖춰 놓았어야 한다.

교육정책도 사공이 많은 분야다. 이정부 들어 교육부장관이 4년에 7명이 바뀌었다면 그 현주소를 알만하다. 오죽 답답하면 진념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교육제도는 일제시대가 나았다고 말했다가 한동안 곤욕을 치렀을까. 그의 진의는 일제 식민시대에는 지방마다 고등학교 대학교 명문이 있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을 막았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 그때는 각도에 있는 국립 사립 명문학교들이 지방 수재들을 수용, 구태여 교통도 불편하던 시대에 서울로 올 필요가 없었다.

교육 정책 혼란을 보라

그 점은 작년에 일산과 분당, 두 신도시에 있던 명문 고교 2개를 평준화 조치함으로써 이들 학부모가 서울 강남 집값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지금은 유명 학원과 뽑기 식이라도 과거 명문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부동산값이 수도권 집값을 올리는 등 도미노 현상으로 번지니 경제부총리인들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교육에 관한 한 48백만 남한 인구 모두가 일가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확고한 교육 철학을 가진 위정자가 일목요연한 정책 대계를 일관성 있게 추진했어야 한다.

평준화가 전두환 군사독재에 의해 시행되고 이제 20년의 검증이 끝나 하향 평준화의 부작용 등이 드러났다면 이의 개선 노력이 나올 법도 한 것이다.

한편 정부내 경제팀 사공은 지난 1월 개각으로 더 많아졌다. 원래 경제부처간 이견이 많은 데도 이를 사전 조율하지 못하고 부처마다 개별 플레이를 전개, 정책 신뢰를 떨어뜨린다 해서 이를 막기 위해 작년 1월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켰다. 이 정부들어 폐지했던 것을 되살린 것은 해보니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격언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번 개각에서 기획예산처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고 작년 말 퇴임했던 박지원 전 정책수석이 정책특보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윤철 실장이야 이미 진부총리와 호흡을 같이 하던 동료라 해도 박특보까지 정치와 절연하고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한다고 하니 경제도 사공들이 너무 많아지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중요하다는 뜻은 안다. 부총리와 버금, 또는 능가하는 실력자들이 너도나도 경제 간섭을 해도 무사하다면 좋다.

그러나 예산권도 없는 경제부총리가 자꾸 왜소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