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총수의 장기 유고사태로 일그러진 재계기상에 오랜만에 집행유예 판결로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LIG그룹 구자원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중형이 선고됐지만 건강악화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횡령·배임 중죄 선고

정상참작 집행유예

김승연, 구자원 회장. 징역 3년형

CJ 이재현, 징역 4년 벌금 260억


장기구속 끝에 중형 안고 집행유예


2014-02-17_172526.jpg ‘유전무죄’ 잣대가 사라지고 집행유예 없는 징벌주의시대 재벌총수 2명의 집행유예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가. 행여 재벌총수에 대한 예외적 배려라고 오해한다면 재판부도, 재계도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한 파기 환송심이나 LIG 구자원 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형량을 크게 줄인 감형도 아니고 특별한 은전도 결코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장기 구속에다 중병과 고령 등 정상참작도 가능하고 피해복구, 변제 등도 집행유예의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2014-02-17_173427.jpg지금껏 재벌오너와 관련된 배임·횡령 등 죄목이 누적되고 사기성 어음발행에 의한 수많은 투자자의 피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엄중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중형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으로 경종을 울렸으며 국가경제에의 기여와는 상관없이 경영공백의 부작용도 감수해 왔다.
한화 김 회장의 경우 1심 선고 후 구속기간 중 지병 악화로 병원 신세를 지면서 피해변상을 위해 사재로 공탁금을 걸었다. 또 구자원 회장도 투자자들의 동의하에 전액 피해변제 조치를 취했다. 재판부로서도 최근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요인을 충분히 감안하여 중형에다 무거운 벌금형을 더해 집행유예로 판결했다고 믿는다.


개인 치부형, 배임과는 다르다


2014-02-17_174448.jpg한화 김 회장의 경우 1심 징역 4년, 2심 징역 3년에서 대법원의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으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적용된 배임죄가 개인 치부형 배임과는 다르다고 판시했다. 그룹의 신용위험으로 우량 계열사의 자산을 동원하여 부실 계열사에 지급보증하는 돌려막기 과정에 피해규모가 확대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배임 혐의가 1심 3,000억원에서 환송심에서 1,585억원으로 줄었다. 김 회장이 피해변상 공탁금으로 1,597억원을 내놓았으니 피해회복에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건강상 이유로 병원에서 요양해야 한다니 당장 경영에 복귀할 수 없는 처지다. 다만 정신적 신체적 부담완화로 곧 그룹경영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LIG그룹 구자원 회장의 경우 79세의 고령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지만 두 아들이 중형으로 구속형을 받았다.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4년형, 1심에서 무죄선고된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으로 법정구속됐다.2014-02-17_174656.jpg
결국 사기성 어음발행 유죄로 3부자가 모두 중형이니 유전무죄 잣대는 엄중했다고 평가해야 한다. 특히 구자원 회장의 경우 허위 재무제표 작성, 공시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확인, 판시했다.
반면에 집행유예를 기대하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경우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이 회장은 구속 후 신장이식 수술 등으로 중병을 치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 적용된 횡령·배임죄 및 역외탈세를 유죄로 판정했다. CJ(주) 국내법인 자금 600억원, CJ China 등 해외법인 115억원 등 횡령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도쿄 빌딩 구입 시 회사 보증 손실 392억원도 유죄로 판결했다.
탈세부분에는 차명주식 무상증자 관련 조세포탈은 무죄로 판정하고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주식거래 260억만 유죄로 인정했다.



횡령·배임·탈세 혐의 첩첩 주목


2014-02-17_175333.jpg일부 재벌총수의 집행유예 판결에도 불구하고 배임·횡령혐의 재판은 첩첩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심 징역 4년으로 구속 중에 있고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건강악화 속에 2심에서 2.6년을 받았다.
전경련 회장을 지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지만 고령이다.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경우 아직 1심재판도 끝나지 않았지만 사기성 어음발행 혐의로 중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왜 재계가 횡령·배임혐의에다 조세포탈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게 됐는가. 지난 세월 치열한 경쟁 속에 급속 성장해온 과정에 숱한 위기와 고비를 겪으면서 무리와 과욕으로 시시각각 강화돼온 ‘준법경영’에 소홀했던 묵은 죄과가 일시에 몰려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룹경영에서 수많은 계열사 가운데 한두 개가 잘못되면 이를 구제하려는 과정에 배임행위가 저질러지고 비자금 조성과 횡령혐의를 유발하기 쉬운 모양이다. 한때 선단(船團)경영으로 몸집을 부풀리면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믿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마불사 신화는 사라지고 경제민주화 시대를 맞아 ‘준법경영’이 아니고는 버틸 수 없다는 상황이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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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위한 법과 제도가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재벌의 내부거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강력규제하고 동반성장, 골목상권 보호,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 등을 위해 각종 ‘징벌적’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럴 때 재벌경영은 과거의 관행이나 불가피한 경영상의 이유로 달라진 준법경영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다짐해야 할 것이다.


횡령혐의 웅진, 법정관리 조기졸업


한때 자수성가의 성공신화로 추앙되던 웅진그룹의 추 락은 큰 실망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웅진홀딩스가 조기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웅진은 지난 2012년 10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만에 채무 78%를 상환함으로써 법정관리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 사이 계열사 매각과 윤석금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으로 뼈를 깎는 회생노력을 보여 채무를 상환했다니 자구노력에 의해 웅진을 회생시키게 됐다는 희망이 보인다. 웅진그룹은 이제 수많은 계열사의 사업구조를 조정하여 교육, 출판 등 기본 본업과 태양광 등 핵심사업에만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는 달리 윤 회장의 경우 사기성 어음발행에다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므로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점이 다른 재벌과는 차별되니 다소 형량이 가벼울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두 아들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평소의 소신과 달리 법정관리 과정을 체험하면서 결국 2세경영으로 대물림해야겠다는 심경변화가 아닐까 싶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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