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월호]

세월 타는 로드맵공화국

민생고에 뜬구름 비전

대통령위원회는 꽃꽂이 위원회?

자문교수단, NGO 꿈꾸는 국정

어느 세월에 나랏님이 민생 국정을 보살펴 줄련가. 분권형 국정운영 이후 대통령위원회가 대량 생산한 로드맵들은 어찌 되는가. 과거사 정리, 국가인권위 권고, 의문사 진상 규명위 등이 우선인가, 로드맵이 우선인가.

국정과제들을 발굴한 대통령위원회는 예쁜 꽃들을 꺾어다 모은 꽃꽂이 위원회인가, 꿈꾸는 국정위원회인가. 무려 100가지가 넘는 국정과제를 발굴해 놨다니 이른 바 로드맵공화국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우리네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다. 민생고 위에 무슨 꿈꾸는 로드맵이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300조 로드맵 꿈이나 먹고 살라

노무현 대통령은 고달프게 쌓아온 근대사를 정리할 역사적 사명을 타고 취임했다고 자부하는 모양이다. 시중에서는 로드맵 공화국이 세월의 변덕을 타고 있는 형국이라고 여긴다.

대선 때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대학교수와 NGO, 386세대 등의 자문과 보좌를 받으면서 국가비전으로 온갖 로드맵을 양산했다. 12대 국정과제위원회가 핵심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부터 사람입국신경쟁력 특별위원회까지 듣기 좋고 꿈꾸기 좋은 예쁜 꽃들을 다 꺾어 모2011-01-18_114618.jpg 은 셈이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자문교수단이나 민간 전문가들도 학문이나 운동권에서 명망을 쌓은 분들이니 역시 꽃꽂이에 비유될 수 있다. 이들 꽃꽂이는 무려 100가지가 넘는 과제를 발굴하여 로드맵을 마련했다니 듣기로는 우선 배가 부르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 3년여 짧은 기간에 어떤 로드맵이 얼마큼 국가비전이나 국민의 꿈으로 실현될 수 있을련가.

특히 요즘처럼 경제난으로 민생고에 시달리는 민심으로는 뜬구름 잡기헛꿈으로 배불리려는 꼴이다.

가장 요란하게 떠들던 동북아 경제중심과 신행정수도추진위는 왠일인지 위원장이 바뀌었다. 동북아 배순훈 위원장은 아무래도 동북아 경제중심을 이야기하기란 벅찬 것 같다더니 금방 사임했고 신행정수도 김안제 위원장은 용감하게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遷都)”라고 발언한 후 소임을 다 했으니 물러간다면서 사임했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주요 로드맵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면 대통령 흔들기라고 규정, 함부로 말 못하게 막았다. 그러면서 몇몇 로드맵 추진비용으로 3백 조가 넘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나머지 로드맵들은 아직 비용 규모도 계산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 따로 있어 시중 인심이 경제난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300조 원이 넘는 로드맵 꿈이나 먹고 살라는 말인가.

교수 중심의 꽃꽂이 위원장

참여정부가 국민에게 안겨준 12대 국정과제의 꿈은 아름다운 풍경화 맛이 느껴질 정도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약초를 캐다 심은 것이 아닐까 싶다.

동북아시대(위원장 문정인 교수)를 비롯하여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윤성석) 국가균형발전(성경룡) 신행정수도 건설(김안제) 고령화와 미래사회(김용익) 지속가능발전(고철환) 빈부격차 및 차별시정(이정우) 교육혁신(전성은) 농업, 농어촌(장원석) 국가과학기술 중심사회(박기영) 사람입국 신경쟁력(문국현) 정책기획(이정우) 위원회 등 12개이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우리의 꿈과 소망이 실려있지 않은 위원회가 없다. 위원회는 각 부처 장관, 교수, NGO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니 지식과 경륜의 집합체임을 의심할 까닭이 없다. 그리고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예우하며 관련 부처가 최소 10억원 이상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니 활동하는데 불편이 있을 리 없다.

위원 가운데 거의 절반이 대학교수이며 이들의 절반 이상이 지방대 교수라는 사실도 특징에 속한다. 그러나 위원회를 움직이는 핵심은 노대통령 자문교수단과 인수위원회 출신들로 알려졌다.

이들 국정과제의 대부분이 노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선거공약이라는 점에서 보면 국정과제위는 곧 대통령 위원회이고 로드맵 공화국의 중심은 곧 대학교수이며 그 중에서도 지방대 교수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분권형 국정운영이 일상 국정은 이해찬 총리에게 맡기고 노대통령은 바로 이들 국정과제에 전념하려는 의미로 믿어진다. 그러므로 각 위원회에 힘이 실려있을 뿐더러 관할 행정부처를 사실상 통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이 위원회 지시에 고분고분 하지 않고 복지부동(伏地不動) 한다는 비판은 로드맵 생산 위원회와 이를 집행해야 하는 부처간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의미를 말한다.

교수 중심의 위원회가 실행 가능성과 상관없이 뜬구름 같은 로드맵을 양산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인 모양이다.

참여정부 브랜드나 살리라

국가비전이나 국민에게 안겨준 꿈의 청사진으로 제시된 로드맵이 대통령과 위원회의 로드맵이 아니냐는 지적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로드맵에 대한 비판을 강력 거부하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행정수도 이전이다. 당초 선거공약 때 4조 원 남짓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해놓고 이제와서 45조 원이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면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 시각 현재 충청권을 제외하고는 어느 지역에서도 신행정수도 이전을 서둘 일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28년까지 무려 1159천억 원이 소요되고 동북아 물류중심 146천억 원, 농어촌 투융자 1193천억 원, 빈곤아동 종합대책 14천억 원, 육아지원 2조 원, 문화중심 도시 2조 원 등 이미 드러난 비용만 300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되었다. 이 밖에 국정과제위 작업에 따라 추가로 계산되어 나올 추진비용이 얼마나 늘어 날런지는 알 수 없다.

대학교수 중심의 꽃꽂이 위원회가 국가비전을 아름답고 장엄하게 그리려는 뜻을 왜 못 마땅하게 보겠는가. 국가균형, 빈부격차, 고령화 대책 등 듣기만 해도 가슴 뭉클하고 콧날 시큰해지는 꿈이요 감격이다.

그렇지만 김우식(金雨植)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백했다시피 국정과제위 12개에 로드맵 105개가 무슨 꿈결에 나온 소설이란 말인가. 오죽했으면 김 실장이 선택과 집중차원에서 대통령은 4대 어젠다에만 관심을 갖고 강력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진언했을까.

김 실장은 정부혁신, 반부패, 국가균형 발전, 동북아거점 건설 등 4가지가 참여정부의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운동권 득세에 국민 돌아서

세월을 타는 로드맵 공화국이란 비판을 섭섭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아직도 운동권이나 이상적 진보세력들의 취향에 젖어 민심을 외면하기 때문에 집권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정평가가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공개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정 경험이 없고 근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운동권이 득세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반자본주의, 반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고는 온갖 로드맵도 뜬구름 일 수밖에 없다.

국정의 실세나 집권당의 젊은 초선들은 국민이 앞서 가고 있음을 모르는 모양이다. 대통령 말씀이 국민을 자꾸만 분열시키고 초선의원들이 반미(反美)나 반자본주의 언동을 함부로 할 때마다 나라가 위태롭다고들 걱정한다.

이런 판국에 친일진상이나 과거사 정리를 들고 나서고 평등과 분배나 강조하면서 100개가 넘는 로드맵에 수백조 원을 쏟아 부을테니 참고 기다리고 하면 가만히 있을 국민이 어디 있을까.

탄핵정국 돌풍에 물갈이 바람으로 당선된 초선의원들이나 경륜과 소양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시민운동가들이 국정을 좌우하는 꼴이니 국민이 돌아서고 일부는 해외로 탈출하는 형국이다.

운동권이야 버릇대로 마구 주장하고 행동하지만 국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희망이 없구나라고 탄식한다. 다만 아무리 말하고 설득하려 해도 듣지 않을 테니 차라리 입 다물고 살아남게 처신하자는 편이다.

NGO 권력화가 두렵다

열린우리당 주간 현안문건에 여당 지지율 올리고 한나라당 고립 위해 시민단체가 과거사 주도라는 보도가 있었다.

또 국가보안법 폐지를 건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연구용역이나 보조금 등으로 각종 시민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법사위가 지난해 인권위 예산집행 심의를 위해 검토한 보고서에 따르면 24개 단체에 특별한 기준도 없이 수백,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 비단 인권위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별 시민단체 육성 지원비도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참여정부의 국정 전반에 지나치게 시민단체의 입김이 작용하는 현실을 두고 시중에서는 시민단체 천국이라 빈정거린다. 또 참여정부를 로드맵 공화국에 이어 NGO 공화국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언론개혁도 권력 편에 서 있는 NGO들의 주장에서 로드맵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보여진다.

NGO가 홍위병 식으로 권력화하고 있는 것이 중대 문제이다. 정부는 민생고에 찌든 민심은 외면한 채 뜬구름 비전으로 국민을 달래려 하니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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