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호]
국방비는 국민위한 생명보험
투명성 높여 국민신뢰 받아야
국방비와 국가경제
글 / 이시영·한태준 (중앙대교수)
소모성 비용론과 경제파급효과
국방비와 관련된 경제적 쟁점은 많다.
예산문제가 제기될때마다 국방비는 줄일 수 없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정수준의 국방비가 얼마냐는 논쟁도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국방비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우선 다른 재화와는 달리 소모성이 많다는 관점이다. 대포나 탱크등 파괴성 도구에 사용한 돈이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지적된다. 차라리 생산성 높은 용도로 자원을 전환하면 경제발전에 기여하지 않겠느냐.
또한 병력자원의 경우도 젊은 인력을 국방에 대량투입하므로서 국가의 잠재적 생산능력을 저하시켜 국가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긴다고 지적된다.
그러나 따져봐야 할 기회비용은 자원을 전환할 때 얻어지는 성과보다 국방의 실패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이다. 국방의 실패는 곧 전쟁이고 전쟁은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로 통한다.
게다가 국방비 전액을 소모성 지출로 볼 수는 없다는 견해가 있다. 국방비의 상당부분은 투자의 성격을 띄고 있다. 교육투자 기술투자등의 효과로 경제성장에 대한 국방비의 기여도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방비의 경제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지만 실증분석에 의해 명확한 판가름은 나지 않았다.
경제에대한 국방비의 긍정적인 효과를 찾는 연구와 부정적인 효과를 측정한 연구가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실증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국방관련 세부자료가 대외비로 분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이 면밀한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비와 복지비의 경쟁관계
문제는 국방비의 적정수준이다. 복지국가 개념이 확산되면서 국방비가 다른 예산항목과 경쟁하게 되었다. 오늘날 대부분 나라의 국방비가 총예산의 3분의1을 밑도는 수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 대치상황하의 고도성장기에는 국방비 산출에 있어 경제적 여건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98년도에는 사상 처음으로 감축되었었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다시 국방비의 증액논의가 시작되었는가 하면 복지비용을 늘려 IMF 피해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국방과 복지의 대치, 즉 총이냐 버터냐(gun vs butter)는 논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년간 국방비는 10∼20%의 증가율을 유지해 왔었다. 다만 5공화국이던 83년의 증가율이 각각 5%와 1%로 낮았던 시기가 주목된다.
국방비를 GDP와 총예산과 비교하면 80년도는 GDP비 6% 총예산비 34%였으나 90년에는 그 절반수준으로 낮아진 것이 특징이다.
이런 추세에서 국방비의 삭감론은 북한의 군사비가 한국의 3분의1정도라는 논리이다. 국방비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도 남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제난의 심화로 북한의 군사력이 쇠퇴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미사일이나 핵무기 위협이 있지만 이는 외교안보 차원에서 풀어야 할 사항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한국의 일방적 군사력 증강은 주변국의 의혹과 경계심만 유발시킨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국방비의 증액논리는 특수 안보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국방비 비중이 계속 줄어들었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그리고 국방비 규모가 북한보다 많다고 하나 아직까지 양적으로 군사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안보는 주한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21세기 자주국방의 실현이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자면 국방비는 대폭 증강되어야만 한다.
이 밖에 삭감과 증액이 아닌 현상유지론도 있다. 국방비 수준은 정치 외교 안보상황과 경제력등을 동시에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우리의 경우는 대폭 삭감도 증액도 기대할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국방비의 규모보다 국방지출 구조와 배분내역 및 방식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 낭비를 방지하고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민여론의 향방이 가장 큰 변수
국방비에 대한 시중여론은 많다와 적다 등으로 나눠있다. 조사기관마다 여론의 향방도 다르다. 96년 국방정책학회 조사에 따르면 많다는 응답이 50%였다. 반면 서강대와 세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적다는 응답이 많다는 응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97년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조사에서는 많다는 응답이 18% 적다는 답변이 43%로 나타났다.
학문적으로도 적정국방비는 논리정립이 어렵다.
우선 국방비는 측정 불가능한 변수가 고려되어야하고 전략적 재화(strategic good)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말하자면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적정군사비는 높은 수준일 수도 낮은 수준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군사비 증액은 상대방을 자극하여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고 반면에 군축은 기존의 군사력 균형과 안보질서를 와해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국방비는 정치적 결정과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징이 있다. 국방만큼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민주사회에서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봐야한다.
납세자를 대변하는 정치권이 가장 큰 예산항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비 수준은 대외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중요시되는 것이 인식의 문제이다. 그리고 국방비문제는 정보에 매우 민감 할 수밖에 없다. 국민여론의 기본인식이 국방비 책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각론과 증액론의 대립
우리나라에서 적정 국방비를 결정하는 요소를 꼽자면 4가지로 요약된다.
외세의 위협정도, 국방비의 효율적인 운용, 국민소득, 그리고 국제정세를 비롯한 외부요인 등이다. 이중 외세의 위협정도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그리고 국방비의 효율적 운용은 효율적인 지출관리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도와도 관계된다.
국민소득은 총 국방비의 규모에도 관련되며 국민 개개인의 지불용비(willingness to pay)도 달라질 수 있다. 부유한 나라의 경우 국민경제의 국방비 부담율이 낮아 국방력의 확보 잠재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외부적 요인은 냉전체제의 종식이나 한미간 방위비 분담 변화등이 국방비에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리와 요소들을 종합할 때 우선 국방비의 적정액에 대한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전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
삭감론의 경우 특수 안보상황, 전략적 위치, 역사적 배경, 최근의 국방비 추세등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며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다. 국방비는 국가가 들여야하는 생명보험과 같은 필연적인 비용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획기적인 증액도 비현실적이라 볼 수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이 재개되면서 국방비는 다시 증가세로 돌입할 것이다. 그러나 정세에 이변이 없는 한 다른 예산항목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가 저성장단계로 진입할 것이고 사회복지제도의 확충과 사회간접자본의 투자와 같은 사회경제적 지출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정치적 분위기도 국방비의 획기적 증액을 견제할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방비의 대대적인 증가보다는 안정적인 재원조달체계를 바탕으로 예측가능하고 점진적인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시장원리와 경영논리 도입돼야
국방비의 안정적 공급은 국민적 신뢰가 바탕이고 이는 다시 국방정책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군은 민간조직과는 달리 신뢰도 구축에 불리한 점이 있다. 국방의 특수성이기도 하지만 정보의 비대치성 문제가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국방은 전략적 재화이므로 정보의 적절한 통제와 조작은 군사력 못지 않게 중요한 핵심 전략수단이다. 그리고 군사정보의 유출은 상대방에게 이점을 줄 수 있으므로 어느나라나 중요기밀로 다룬다.
반면에 민간이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군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적정 국방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되는 것이 국방정책 당국과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의 최우선 과제가 군에 대한 신뢰도 구축이라고 본다.
97년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군의 신뢰가 정당이나 대통령, 검찰, 경찰보다는 양호하다. 민주화 이후 군의 정치적 개입 가능성과 정치적 영향력이 낮아진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군의 신뢰도가 올라갔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지 않을 까도 싶다.
앞으로도 국방에서는 행정관리보다는 생산개념이 적용되고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원리와 경영원리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것이 곧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세미나 중계
21세기 국방운영과 국민경제
주최 : 한국경제학회 국방부
후원 : 동아일보사
일시 : 1999. 9. 17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
한국경제학회와 국방부가 주최한 21세기 국방운영과 국민경제에 관한 세미나가 지난 17일 열렸다.
국민경제 입장에서 보면 국방비의 부담은 무겁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반면에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21세기 국방운영과 국민경제를 생각해 보는 세미나가 좋은 답변을 제시해 주리라 기대한다.
경제학회장 박승(朴昇)교수(전 건설부장관)는 국방체제의 합리화와 방위예산의 절감 및 군수조달체계의 개선 등과 경제발전은 밀접한 관계가 있을뿐더러 어느 것이 앞선다고 할 수 없을만큼 긴요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조성태 국방부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4가지 주제에 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백영훈(白永勳)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이 진행한 제1부에서는 국방수요의 변화와 대응방향(황치복 국방부 군사혁신기획단) 국방비와 국가경제(이시영, 한태준 중앙대교수)에 관한 발표가 있은 다음 4명의 토론자가 의견을 발표했다.
토론에는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재운 중앙대교수, 이필중 국방대학원, 장을병 국민회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그리고 박승교수가 진행한 제2부에서는 군수품 조달체제의 개선방향(김철환 국방대학원)과 방위산업의 발전방향(정갑영 연세대교수)에 관한 주제발표에 이어 국방과학 연구소 도상호 부소장, 안병길 국방연구원 상임고문, 배병휴 매일경제 편집고문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국방비와 국방경제에 관한 토론에서 국방비는 국민을 위한 일종의 생명보험이라는 관점에서 안전보장의 비용이나 신뢰도와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리고 방위산업은 평화시에 공장가동율 저하가 문제되기 때문에 수출산업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방위산업의 전후방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민간과 군이 기술개발과 활용을 위한 역할분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달 발표된 4가지 주제를 요약하여 21세기 국방운영과 국민경제 발전에 참고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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