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호]

韓流(한류) 열풍과 허풍

중국바람 도취 마오

거대한 이웃, 기회의 대륙과 친교

천지개벽설 속에 ‘중국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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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 얼굴의 충격과 환상

지상 최대의 제국, 중국대륙이 우리에게 두 개의 얼굴로 접근하고 있다.

세칭 중국쇼크로서 사회주의 탈을 쓰고 자본주의 기교로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이 우리를 자극한다.

한류(韓流)라는 열풍이 삽시간에 오랫동안 우리네 뇌리에 뿌리박힌 낡은 사회주의 이미지를 씻어 버린다. 그래서 중국대륙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자 협력해야 할 인접 우호국이다.

그러나 한류에 도취하는 것이 잠시동안의 착시(錯視)일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 일시적 열풍이란 길어봐야 2?3년 아니겠느냐는 관측인 것이다.

중국의 사회주의적 실용화 노선이 오래지않아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최강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는 예측들이 나왔었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가짜다’라는 출판물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영국 BBC방송 중국특파원을 거쳐 현재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북경지사에 근무중인 제스퍼 베커(Jesper Becker)라는 언론인이 쓴 글이다.

‘중국은 가짜다’는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터무니없는 낙관론에 던지는 경고장이라는 말로 선전되고 있다.

최근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도 중국의 고성장 내용은 부실덩어리이고 거품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네로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중국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실이다. 중국을 다녀온 기업인과 관료와 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류바람에 놀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중국은 가짜다’라는 책을 읽으니 중국은 두 개의 얼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느 쪽이던 오늘의 중국은 우리에게 있어 충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천지개벽의 나라

재계인사들은 오늘의 중국을 불가사의라고 부른다.

낡은 사회주의 체제하에 가장 자본주의적 경제가 번창하고 있으니 기적이자 믿을 수 없는 이변이 아니냐는 말이다.

전경련 대표단이 북경과 상해 등지를 돌아보고 와서 ‘천지개벽’이라는 논평을 감추지 않았다.

수시로 중국을 방문하는 종합상사 대표들은 이보다 먼저 중국의 ‘천지개벽’을 이야기했었다.

산자부장관이나 정통부장관과 같은 고위관리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북한의 김정일이 상해를 방문한 후 ‘천지개벽’이란 발언을 한 후 국내 각계인사들의 입을 통해 오늘의 중국은 ‘천지개벽’중에 있는 것으로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전 경제부총리 조순(趙淳) 박사는 ‘중국이 보인다’는 주제강연을 통해 오늘의 중국이 번영하고 있는 것은 기적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확고하고 예측 가능한 국가적 리더쉽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 이남기(李南基) 위원장은 지난달 어느 초청강연에서 중국은 우리의 ‘경쟁 상대국이자 기회의 창’이라고 밝혔다.

이미 중국은 95년 이후 고성장으로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하고 오는 2천10년쯤이면 세계총생산의 20%를 차지하여 미국(16%)을 추월하리라고 예상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중국은 미국과 EU와 함께 세계경제질서의 3대축을 형성할 것으로 IMF가 전망한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실제 중국은 WTO가입으로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산업구조를 개편하며 올림픽 개최국의 지위를 살려 글로벌 스탠다드에 접근하려는 정책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행히 한중관계는 수교 10년만에 서로가 절실한 협력국이 되었다. 교역 면에서 우리의 3번째 시장인 데다가 유망한 투자대상지역으로 국내기업들이 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은 우리의 경쟁상대국이자 기회의 창으로 가까이 접근했다는 해석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주식회사 중국에 한국산 밀려

주식회사 중국이 세계를 향해 뛰면서 곳곳에서 한국상품이 밀려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중국을 볼 때는 저질, 싸구려농산물이나 공산품을 수출하는 나라이다. 그나마 농약이나 납 함유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중국산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10대상품 가운데 철강과 연료에너지를 제외하고는 몽땅 중국산에 밀려나고 말았다.

중국은 금년 들어 대일 수출이 24.9%나 늘어 시장점유율이 15.4%로 올라 우리상품의 점유율 5.2%를 3배나 앞지르고 있다.

전기전자제품을 비롯하여 의류, 플라스틱, 기계류 등 우리의 주력상품이 중국에 밀려난지 이미 오래되었다.

미국시장에서도 중국산이 한국산을 바짝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중국에 투자한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합작과 기술이전으로 가전제품을 대량 생산하여 미국시장을 차근차근 개척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시장에 대한 중국제품들의 공략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시장을 독점하는 기세라고 지적된다.

통계에 나타난 중국경제는 지난해의 경우 총 인구 12억 6천만명에 GDP 1조 6백 20억달러로 세계 7위에 해당된다. 그리고 수출상품으로 보면 세계 1위품목이 무려 4백 60개에 달하며 5위이내 품목은 1천 4백여개를 헤아린다.

이 같은 추세로 중국경제의 고성장이 앞으로 20년간 지속될 경우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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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도 일시적 열풍?

그 사이 ‘중국을 바로 보자’는 경고가 있었지만 우리 앞에는 한류(韓流)열풍이 먼저 불어왔다.

중국과 동남아 각국에 한국의 대중가요와 영화와 드라마가 폭발적 인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바람이다.

전파매체를 통한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인기스타들이 중국,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도 하늘을 찌를 듯 인기라는 소식이다. 열성 팬클럽이 수 없이 발족했다는 소식도 한류 열풍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 준다.

10대 우상들의 인기수출에 정부도 고무된 모양이다. 대중가요와 영화가 가면 한국문화가 나가고 상품수출이 따라가지 않느냐는 기대이다.

동남아 각국은 일본문화가 오랫동안 공들여 개척한 문화시장의 성격이다.

여기에 한류바람이 앞서나가 우리의 문화산업 위력을 떨치게 되리라는 기대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류는 일시적 현상일뿐더러 한국상품의 중국시장 개척 효과까지는 미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이 베이징 주재 상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류는 기껏해야 1?2년, 아니면 2?3년이라는 응답이 절대적이었다.

단지 중국의 대중문화가 부족한 공간에 한류가 바람을 일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보편적인 생활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서구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될 때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면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상사원들은 한류영향으로 판촉에 도움이 기대되는 분야를 음반을 비롯하여 의류, 광고, 캐릭터, 게임산업 등을 꼽았다. 그렇지만 벌써 이들 제품의 유사품과 모조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형국이라 지적된다.

중국정부가 청소년 문제와 관련, 한류의 확산을 통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류의 문화확산을 기대하면서도 이런 관점에선 오히려 조심스럽게 중국의 대중문화와 친교를 쌓아 가는 일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믿어진다.

사회주의 권력으로 대륙경영

오늘의 중국경제를 통계로 해석하면 등소평의 실용화 노선이 엄청난 기적을 가져 왔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난 79년 개방이후 중국의 1인당 GNP는 무려 17배나 증가했다.

국유기업이 77%를 넘었던 것이 지금은 고작 27.3%로 줄어들고 개인회사나 외자계 기업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과거 615元에서 무려 8천3백元으로 13.6배나 올랐다.

중국의 대외수출은 개방 이전인 78년 2백6억달러이던 것이 지난해는 4천6백억달러로 불어났으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실용주의적 개방이후 오랜 전통과 문화의 바탕이 기동하고 외국자본 유치에 성공하여 상업주의적 경제가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칼라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구입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시점이다. 그리고 중국경제를 보면 주택산업과 가전제품에서 휴대폰과 자가용으로 거대한 소비경제가 일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지만 벌써 관료들의 부패, 지역간 소득격차, 대량실업문제, 금융기관부실, 환경오염 등 경제개발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머지않아 계층별, 지역별 이익충돌에 따른 사회문제가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인들이 겪어내야 할 필연적인 코스이지만 중국정부가 혼란을 각오하고 자본주의적 폐단을 수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늘의 중국 권력구조는 상해출신의 강택민(江澤民) 주석과 주용기(朱鎔基) 총리가 득세한 가운데 전통적 권력층인 북경 파가 밀려난 형세로 볼 수 있다.

등소평(鄧小平)이 사회주의 경제에 부르조아들을 받아들여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로 조각하며 강택민을 권력의 중심에 앉혀놓은 결과이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권력구조가 자본주의적 실용노선에 의해 크게 변질되리라는 기대는 갖기 어렵다. 비록 WTO에 가입하고 올림픽을 유치했지만 중국정부는 사회주의 권력구조를 유지해야만 대륙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신앙을 바꿀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미래를 저당 잡힌 환상일까

통계상 중국경제를 기초가 허약한 부실로 진단하는 경우는 제일먼저 통계의 신뢰성이 낮다는 점이다.

통계 속에 거품과 부실이 함께 들어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공부채, 은행부실이 벌써 심각해졌을 뿐만 아니라 한창 일고있는 SOC투자에 따른 국가부채의 증가속도가 문제라고들 한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제스퍼 베커’씨의 ‘중국은 가짜다’라는 책은 ‘허구와 기만으로 점철된 중국의 두 얼굴 고발’이라고 선전됐다.

중국이 과연 우리에게 기회의 땅인가를 묻고 ‘알고 보니 허풍’이라면서 한국인이 중국을 바로 알 수 있는 교과서라고도 주장했다.

‘지구상 최후로 남은 비밀의 제국’이라는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중국은 56개 종족, 13억 인구의 대륙으로 지금은 경제의 르네상스시대로 비유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모택동 주의자들의 비밀’ ‘혐오스러움’ ‘두려움’ 등으로 정치적 비판의 안목에다 경제특구에 대해서도 ‘미래를 저당 잡힌 환상’이라고 격하했다.

우리는 중국을 가짜라고 단정할 능력이 없다. 미국이 자신을 추월하리라는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중국의 장래가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현시점에서 중국은 우리의 이웃나라이고 가장 열성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우방국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한중관계는 충격이나 환상이 없는 교역과 외교의 파트너로 발전해야 한다는 소견일 뿐이다. (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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