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호]

언론탄압은 법의 독재

이회창(李會昌) 총재, 권력규탄 투쟁 성과

시류 타고 민심 잡으며 실익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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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李會昌 총재>

정쟁 이슈 쏟아지자 드라마의 주역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행보가 정치면을 장식한다.

정치 드라마의 한복판에 위치하는 주역처럼 비친다.

야당 총재가 현실정치의 중심역할을 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일까 마는 특히 요즘의 이 총재가 보여주는 것은 자신감이다.

집권당의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근거없는 대표교체설을 해명해야만 했다.

이 총재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주목을 받는 반면 김 대표는 당내 분위기와 공동집권 파트너인 자민련 달래기에 급급하는 처지이다.

이 총재의 한나라당내에 다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김덕룡(金德龍) 박근혜(朴槿惠) 부총재 등 비주류의 독자적 목소리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이부영(李富榮) 김원웅(金元雄) 의원 등의 이념적 반론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입장으로 보도되었다.

이부영 부총재는 황장엽씨 문제에 대해 ‘주권국가가 자국민을 미국에 보내야 하느냐’고 이 총재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원웅 의원은 언론문제에 대해 ‘족벌언론을 비호하는 당’이냐고 빈정거렸고 ‘대변인에게는 비리 사주(社主)의 대변인이냐’며 이 총재 지도노선에 반기를 들었다.

또한 그는 황씨 문제에 대해 ‘주권국가의 자존심도 없이 친미(親美) 사대(事大)노선이냐’고 소속당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같은 당내 불화음이 들리긴 하지만 이 총재의 ‘대안없는 1인 주자’의 위치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중권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가 어느 방향인지 오로지 김대중 대통령에게 달려있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당내에서는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 등이 벌써 대권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같은 비교에 의하면 이 총재는 최근의 정치적 쟁점들을 활용, 돋보이는 위상을 굳혀가며 집권당 대표와 차별되고 있는 형국이다.

생색내며 투쟁성과 축적

전통적으로 야당총재는 뜨거운 이슈가 생기면 돋보여 왔다.

대여투쟁이 곧 그의 위상과 관련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총재는 기회를 만났고 투쟁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가장 큰 이슈이지만 곧이어 김정일 답방문제와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문제 그리고 황장엽씨의 미의회 초청문제 등이 잇달아 쏟아져 정국을 투쟁의 장으로 바꿀 수 있었다. 여기에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태와 꽁치조업 분쟁까지 겹쳐 정부의 초기대응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외국익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생색을 낼 수가 있었다.

지난 6월 대가뭄때는 한해 극복을 지원하는 행보로 민심을 잡고 민노총의 총파업때는 재계의 입장에 서고 언론사태때는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 공장을 방문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총재가 민심잡기로 경기도 시화에 있는 반월공단을 방문한 7월 5일은 김중권 대표도 성수동의 섬유공장을 방문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경제단체장들과 오찬행사를 가진 날이었다. 그리고 모처럼 단비가 내린 이날 민노총은 경고파업이란 이름으로 도심에서 시위를 벌여 ‘또 파업이란 말이냐’는 시민의 항변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대강 짚어보면 이 총재의 투쟁정치는 시류를 타고 민심을 축적해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시중의 관측이다.

집권당 강수, 실언에 반사이익

언론세무조사와 관련하여 이 총재의 투쟁방식에 대해서는 명분상의 반론도 없지 않지만 집권당 일부 의원의 실언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민주당 노무현 고문은 세칭 ‘조중동’ 신문을 ‘조폭적(조직폭력) 언론’이란 막말로 비판했고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ㅈ같은 조선일보’, ‘사주(社主)같은 놈’, ‘이회창 이놈’ 등의 저속한 욕설로 이 총재에게 정치적 이익을 안겨 주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유력신문들을 방송이나 집권당이 ‘족벌언론’ ‘수구언론’ ‘반통일 언론’ 등으로 비하할수록, 언론세계를 편가르기 할수록, 김대중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정서상 말없는 다수가 언어폭력과 저질발언 등을 집권당의 서툰 여론정치로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언론탄압을 목적으로 하는 세무조사는 법의 독재’라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12일 한나라당 여성정치 아카데미 수료식에서 세무조사를 적법절차에 따른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주장에 대해 ‘법의 이름을 빌려 법으로 포장했기에 적법이라 하는 것은 법의 독재’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공정하고 균형성을 가질 때 법의 정의’라고 할 수 있지만 현 정권의 언론탄압은 ‘부당한 교통단속’에 비유된다고 설명했다.

마치 교통신호를 위반한 차량 가운데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차량만 집중단속하며 법대로 단속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 총재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나 황장엽씨 문제에 관해서는 민족적 자존심이나 국익차원을 거론하면서도 언론탄압 문제의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를 경계한다.

社主와 언론인 분리 개혁?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중권 대표도 언론문제가 최대의 이슈임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물론 언론사 세무조사가 완벽하게 공정절차에 따른 조세정의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공정한 처리에 대해서는 ‘국민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정치권은 언론세무조사와 관련하여 일체 관여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김 대통령의 이 말은 언론세무조사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김중권 대표는 집권당이 가야할 길에 고난과 고통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민심이 떠나고 여론이 달라도 개혁은 해야 한다’는 말로 세무조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민주당 연수원에서 ‘지금까지 우리당이 취한 태도는 한 점의 후회도 없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검찰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강경입장을 보여주었었다. 이렇게 오늘의 정국기상은 언론세무조사를 두고 여야가 최고의 힘겨루기로 맞서 있는 시점이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헤아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검찰수사 결과 사주와 관련한 비리가 드러났을 때 언론개혁은 사주와 언론인 사이를 분리시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여야간의 투쟁방식도 다소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감정으로 무슨 정치를 하나

언론세무조사를 보는 여야의 입장이 갈라진 배경이 있었다.

집권당은 DJ인기 하락에 언론의 비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야당은 수구, 반통일 언론이라는 비판이 자기네와 같은 노선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여당이 언론비판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대목이 개혁실패와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공적자금은 한정없이 늘려놨지만 가시적 개혁성과는 평가되지 않는다. 게다가 야당은 국가혁신위라는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 차기를 준비하면서 “공적자금 상환시기를 왜 다음 정부에 맞췄느냐”고 따져 물었다.

마치 DJ인기 하락을 계기로 차기정권을 인수하게 된 양 집권당을 분노하게 감정을 자극한 꼴이다.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시행정부가 들어선 후 난감해졌다.

남북회담도 안되고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도 않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관광공사를 끌어들인 것도 별 성과가 아직은 없다.

야당은 ‘김정일 답방을 구걸한다’고 비판하고 남북협력기금 9백억원의 대출승인에 대해서는 통일부를 상대로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황장엽씨의 방미초청에 대해서도 DJ정부의 고민을 꽤 뚫어 보며 ‘감금을 풀어 자유의사에 맡기라’고 압박한다.

대체로 이같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와 비판언론의 논조가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여당은 감정이 솟구치지 않았을까 보여진다.

선동적 언어폭력 무사할까

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두고 ‘언론 죽이기’ ‘언론국난(國難)’이라며 언론탄압 규탄대회를 갖고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여당이 가만있지 않았다.

여당은 비판언론과 야당을 한통속으로 몰아 ‘탈세언론’ ‘극우동맹’ 등으로 반격하니 정치권이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정치가 어디로 가서 어떤 불상사로 좌초할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실로 여야당이 대변인을 내세워 상대방을 공격하는 성명은 정치가 아니라 욕설 싸움질이다.

언론개혁을 주창하고 신문칼럼마저 비판하는 행위에 대해 한국판 문화대혁명이니 홍위병이니 비판한 것은 일부 여론이었다.

그렇지만 야당이 현 정권을 ‘현대판 진시황 정권’이라거나 ‘살민(殺民)정권’이라 악담한 것은 듣기 거북했을 것이다. 역시 감정이 지나쳐 이성을 잃은 실언이라 지적받을만 했다.

그러나 집권당이 언론을 최후의 독재권력으로, 조선일보를 이회창 기관지라 규정한 것은 감정이 지나친 폭력수준이다.

또한 이 총재를 탈세언론에 기생하려 든다고 비난하고 한나라당을 극우동맹 맹주라고 했으니 민주당은 ‘극좌동맹 맹주’가 아니냐는 반격이 나온 것이다.

어느 신문기자 출신 정치인이 언론탄압 규탄대회 연설에서 ‘언론 덕에 권좌에 오른 DJ가 언론을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지만 실로 최근의 신문은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신문이 죽을지 살아남을지는 좀더 두고보면 알겠지만 저질 악담으로 폭력적 언어를 마구 구사하는 정치권은 무사할는지 궁금하다.

선거가 곧 다가오는데 정치권은 국민의 눈과 귀를 모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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