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는데

▲ 솔로몬의 재판(Salomons dom, The Judgement of Solomon by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617).

[이코노미톡뉴스=김연태 논객-㈜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인간 세상엔 언제나 복잡하게 엉켜 쉽게 풀리지 않는 일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많은 걱정과 근심을 하게 되는데 근심은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 하는 마음이고, 걱정은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어린아이였을 때도 있었고, 학교 다닐 때도, 불과 얼마 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어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골프속담에 ‘프로는 마음먹은 대로 공이 가고, 아마추어는 걱정한 방향으로 공이 간다.’는 속담을 들어 걱정을 한다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걱정은 옛 중국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봐 걱정을 하다가 급기야는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웠다는 고사에서 나온 기우(杞憂)라고 표현되는 걱정과, 인간이 생명을 얻어 생노병사의 과정에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동안 즐거운 시간보다는 슬프고 괴로운 일이 더 많아 마음이 시달려 괴로움 속에 번뇌(煩惱)를 갖게 된다며 불교적으로는 집착(Klesha)이라고 번역하는 걱정, 또한 주변의 상황이나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생각해보면 그때의 걱정이 해결이 됐었는지 안됐는지, 그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별게 아니었고 작은 해프닝으로 잠시 엉켜있는 실타래였나 싶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이 또한 지나간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과거, 현재, 미래의 삼생 중에 인간은 언제나 현재에 살고 있기에 고민에 빠지게 되고 해법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해법은 무리가 되더라도 단번에 해결하는 방법과 여러 상황을 감안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서양고사에 보면 ‘아리아드네의 실’이란 말이 있다. 파지파에 여왕과 흰 황소 사이의 사랑에서 생겨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 괴물의 심술을 달래려고 젊은 처녀들을 제물로 바치곤 했다. 그 괴물이 사는 곳은 크레타의 미로라는 굴이었는데, 이 동굴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는 출구를 찾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후에 아테네의 왕이 될 테세우스는 실을 풀어 가면서 동굴에 들어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서 풀어 놓았던 실을 잡고 다시 빠져 나온다는 것으로, 아리아드네의 실은 아주 복잡하게 엉킨 실을 푸는 실마리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열쇠를 의미한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잡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당기면 엉킨 실이 풀어진다는, 즉 해법을 찾는다는 뜻이다.
흔히 낚시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실이 엉킬 때가 많다. 경험에 의하면 복잡하게 엉킬수록 엉킨 실타래를 차분하게 하나하나 순서대로 풀어내야 한다. 급하게 서둘수록 실은 더 더욱 엉키게 되어 결국은 고생만하고 풀지 못 하게 된다. 때론 실을 풀 생각을 접고 실을 끊어내어 처음부터 낚싯줄을 새로 매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 실을 하나하나 푸느냐, 끊어서 새로 매느냐 하는 판단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고슴도치를 잡아먹고 싶어 하는 여우가 있었다. 잡아먹고 싶어도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를 잡기는 어렵다. 여우는 온갖 꾀를 다 동원하여 때론 잠자고 있는 고슴도치를 덮치다가도 순간적으로 가시를 접으면 가시에 찔리곤 했다. 온통 복잡하게 머리를 쓰는 여우지만 결국 단순하게 가시를 접는 재주만 갖고 있는 고슴도치를 잡지 못한다. 둥그런 달걀을 탁자에 세우는 문제가 있었다. 평평한 탁자에 달걀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나 콜럼부스는 달걀을 탁자에 세웠다. 그는 단순하게 달걀을 깨뜨려 세웠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라는 말이 있다. 소아시아 고대왕국 프리기아 수도 고르디움에는 끝을 찾을 수 없이 복잡하게 매듭을 묶어 놓고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그 매듭을 풀 수 있다는 예언에 따라 수많은 영웅들이 왕을 꿈꾸며 그 매듭을 풀려고 노력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은 예언대로 점령자인 알렉산더대왕이 그 매듭을 풀었는데 그는 그 매듭 하나하나를 풀어낸 것이 아니라 칼로 매듭을 잘라버렸다. 일도양단(一刀兩斷)이랄까, 그래서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란 특별한 비상수단을 동원해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해결 했다는 뜻을 의미한다.

▲ 김연태 ㈜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어디 세상사 쉬운 일이 있겠느냐만, 갈수록 경쟁은 심해지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정책은 바뀌어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하니 요즘 이런 저런 걱정이 많다. ‘아리아드네의 실’ 그 실마리를 택해야 하는지,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선택해야 되는지, 아무리 궁리해도 칼로 아기를 베어버리겠다는 솔로몬의 지혜 같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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