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받아들이고 맞서는 과정을 사진을 기록한 '포토테라피' 선구자◆

[이코노미톡뉴스=왕진오 기자] 뉴욕 신갤러리가 1970-80년대 활동한 상징적인 영국 출신 여성 사진작가 조 스펜스(Jo Spence, 1934∼1992)의 '메모리 카드'전을 7월 13일부터 진행한다.

▲ 조 스펜스, 'Remodelling Photo History (Victimization)'. 1981-82.(사진=신갤러리)

조 스펜스는 자신의 몸을 사용해 '날 것 그대로'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이를 통해 페미니즘과 정치적 주제에 대해 담담히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질병과의 치열한 싸움을 기록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가족, 배우 초상 전문 상업 사진 작가에서 다큐멘터리 작업 중심의 독립 사진작가로 전환해 일하던 그녀는 1982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카메라를 자신을 향해 돌렸다.

병원에서의 치료에 경제적, 정신적 한계를 느낀 스펜스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스스로 병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녀는 옷을 벗고 암 제거 수술에 의해 절개된 왼쪽 유방의 상처를 노출해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했다.

▲ 조 스펜스, 'Crisis Project / Picture of Health?'. (Property of Jo Spence?) 1982.(사진=신갤러리)

이 거울 같은 렌즈의 단면을 관객에게 사진의 형태로 내 보였다. 자신의 병과 고통을 직시하고 이를 남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던 십여 년 간의 싸움 끝에 놀랍게도 그녀는 유방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비록 1992년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카메라 셔터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녀의 작업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줄 뿐 아니라 사진의 치유적, 비판적 힘을 보여줌으로써 사진 담론에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

이번 전시에는 조 스펜스 일생 동안의 광범위한 작품 활동을 회고한다. 그 중에는 스펜스가 유방암 진단과 함께 시작한 '건강의 사진 (A Picture of Health)' 프로젝트의 '조 스펜스의 소유? (Property of Jo Spence?, 1982)' 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 '조 스펜스 '메모리 카드'전 설치 모습'.(사진=신갤러리)

상체를 탈의하고 왼쪽 유방 위에 '조 스펜스의 소유?'라는 검정 사인펜 글씨를 적어 놓은 채 선글라스 너머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 작품은 유방암 절개 수술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수술실에 가지고 들어간 이 사진은 그녀에게 자신의 몸은 병원이 아닌 자신의 소유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고 기억하기 위한 부적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전시는 9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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