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佛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 공동 주제 특별전 '쓰레기x사용설명서'◆

[이코노미톡뉴스=왕진오 기자] 2004년 경기도 수원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 수레에 실려 있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하피첩'은 그 가치를 알고 발견되지 못했더라면 불쏘시개나 쓰레기로 버려질 운명에 처했었다.

▲ '국립민속박물관 '쓰레기 사용설명서' 전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운명적으로 이 서첩을 발견한 이가 TV 유물 감정 프로그램에 의뢰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보물 제1683-2호로 지정됐고,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물 제1901-11호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미인도' 등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문화재들의 굴곡진 삶도 소대된다.

인류가 생활하면서 끝없이 생산해내고 있는 쓰레기에 주목한 전시 '쓰레기 X 사용설명서'가 7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기획 전시실 Ι·Ⅱ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쓰레기가 담고 있는 많은 정보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조명하는데서 출발한다. 쓰레기의 주인이 무엇을 먹고, 입고, 사용했는지, 심지어 쓰레기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 '쓰레기 사용설명서에 공개된 보물 제1683-2호 '하피첩'.(사진=왕진오 기자)

쓰레기는 '못 쓰게 되어 버린 물건'을 뜻하지만 오늘날 세상을 보면 쓰레기가 단순히 그런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커다란 문제 중 하나로 등장한 쓰레기에 대해 지구환경과 현재 우리의 삶, 나아가 미래 사회를 고민하면서 '쓰레기'를 다시 생각해보는 자리이다.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며 멀리하는 쓰레기는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그림자처럼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전시는 쓰레기의 가치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해 활용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생활사라는 맥락에서 짚었다.

※쓰레기를 만들고, 처리하고, 활용하다※

전시장에는 인간이 남긴 쓰레기와 활용 모습, 쓰레기 문제에 대한 우리 이웃들의 대안을 볼 수 있다. 특히 1인이 하루와 1주일, 4인 가구가 1주일 동안 얼마나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보여주는 영상물과 함께 초기 '컵라면 용기', '나무 도시락' 등 일회용품을 보여준다.

바로 옆 전시장에는 '넝마 바구니', '폐지 손수레'등 폐자원 수집 도구들을 통해 버려졌던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했던 수십 년 전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준다.

▲ '국립민속박물관 '쓰레기 사용설명서' 전시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의 대안도 소개된다. 장난감 재활용 사회적 기업 '금자동아', 버려지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는 마을기업 '리폼맘스', 양복을 기증받아 면접을 준비하는 구직 청년 등에게 값싸게 대여하는 '열린 옷장'등 버림받는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쓰레기가 생활과 놀이, 예술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버려진 물건을 예술품으로 탄생시킨 김종인 작가의 '마니미니재미' 등 정크아트와 자연분해가 어려운 스티로폼, 알루미늄캔, 유리 등의 합성소재를 활용해 전통적인 십장생을 대체해버린 현실을 풍자한 에코퍼센트(E%)의 '신 십장생'작품을 볼 수 있다.

▲ '국립민속박물관 '쓰레기 사용설명서' 전에 설치된 에코퍼센트(E%)'신 십장생'.(사진=왕진오 기자)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물건의 용도는 주인의 마음가짐과 자세에 따라 오랫동안 쓸 만한 물건으로 곁에 남기도 하고 쉽게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 쌓여가는 쓰레기가 곧 우리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쉽게 얻고 버리는 현대 소비 풍조 속에서 쓰레기 문제를 통해 자신을 살펴보고, 우리 이웃이 실천하는 대안을 공유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해법을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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