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뉴스=왕진오 기자] 어두운 전시장 바닥에 놓인 뭉치를 자세히 본 관객들은 다양한 동물들의 '분변(똥)' 덩어리라는 사실에 놀란 토끼눈을 뜨게 될 정도다.

▲ 고상현, 'FECES'. 김종영미술관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바로 옆 벽면에는 1000자 원고지에 '모든 나는 죽어서 ◯◯◯이 된다.'라는 고상현(29) 작가가 직접 써 내린 반복된 10만자의 글귀를 볼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몸과 선의 생명성을 보여주기 위해 커다랗게 설치된 임지윤(36) 작가의 'Balanguage'라는 작품이 시선을 모은다. 균형과 언어의 합성어인'Balanguage'는 시각예술에서 언어로 대변되는 개념과 시각이미지간의 균형 있는 조화를 보여준다.

마음을 다스리고 2층에 올라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카펫, 수건, 스카프 등 생활용품들이 울타리와 벽면에 자유롭게 걸려 있다. 임정수(29) 작가가 펼쳐놓은 '벽, 땅, 옆' 이란 타이틀의 작품들이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이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창작지원작가전의 2017 선정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 임정수, '벽, 땅, 옆'. 김종영미술관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조각으로 대표되고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우성(又誠)김종영의 뜻을 기리고자 마련된 '창작지원작가'전 일환으로 꾸려진 전시에는 전통적인 조각 대신 개념적 조각의 형태를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이 작품이 7월 14일부터 8월 27일까지 김종영미술관 신관 사미루에 놓인다.

고상현 작가는 'Feces', 우리말로 '분변' 즉, '똥'이라는 제목의 설치 작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사유의 결과를, 나열된◯◯◯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고 작가는 "동물들의 영역 표시의 일종인 '분변'을 통해서 옹달샘처럼 공유할 수 있는 공유 공간에 대한 사고를 하게됐다. 또한 '개똥철학'같은 사고를 우리가 인식하는 것에 대항 '당위성'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임정수 작가는 늘 접하는 생활용품을 무작위로 구입한 후 전시장 곳곳에 무리 지어 설치를 한다. 각각의 무리에는 용품들이 갖고 있는 원래 목적이 아닌 나비, 동물, 해, 별, 나무, 구름, 풀, 물방울, 달, 꽃이라는 제목이 붙여진다.

새로운 방식으로 각 제목의 대상을 생활용품으로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전통조각이 왜 물성과 덩어리에만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사람이 대상을 인식하는 첫 번째 관문은 표면이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생활용품들의 기능외의 형태에 집중해 보려 했습니다. 울타리를 이용해 장소와 시기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해 재배치되어 새로운 조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 임지윤, 'Balanguage'. 김종영미술관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15년째 파리에 머물며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임지윤 작가는 시각예술에서 언어로 대변되는 개념과 시각이미지간의 균형 있는 조화를 중시한다.

인간의 몸이 드러나는 또 다른 형태를 드로잉하고 선의 생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서 배운 서예에서 비롯된 선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춰 드로잉 작업을 전개했다.

이후 드로잉은 몇 단계를 거쳐 입체화 됐다. 임 작가의 작업은 머리카락을 소재로 한 사진 작업에서 시작해 드로잉이 되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입체화되는 작업 여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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