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양 롯데월드 F.M이 삼바 공연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롯데월드 어드벤처).

[인터뷰①] 무대 뒤 작은 듯 큰 힘, 롯데월드 이미양 F.M

이어 계속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보통 관객들은 공연을 보면서 연기자들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공연 하나를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무대 뒤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사실. 관객들은 무심코 지나가지만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28년 동안 롯데월드의 무대 의상을 맡아온 이미양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는 연기자들이 무대 위에서 돋보이도록 도와주는 직업입니다. 무대 공연은 퀵체인지(빠른 변장)가 생명이죠. 장면이 바뀔 때마다 연기자들에게 옷을 갈아입히다 실수도 있었어요. 연기자들이 지퍼를 미처 못 잠그고 무대에 올랐을 때는 아찔하기도 했고요. 능숙한 연기자들은 잠그는 동작을 취하면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해요. 처음 오픈할 때는 서로가 떨려서 못 잡아준 것이 안타까울 때도 있었고요. 일반 의상과 달리 장식품이 많은 무대 의상은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공연 중에 의상에서 장식품 하나라도 떨어지면 ‘더 잘 붙여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남들이 보면 똑같은 공연 같고, 소품 하나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그 하나를 위해 굉장한 공을 들이죠. 도색만 하더라도 한 번 칠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칠하고 말리고 칠하고 말리고 여러 번의 공정 끝에 나옵니다. 그래서 매 공연이 끝나면 안도감이 들고 함께 작업한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이 남습니다.”

1980~90년대만 해도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가정 양립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를 약속했고,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올해부터 롯데월드를 포함한 각 계열사에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도입하는 등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자신이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와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현재의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리 때는 일하는 여성들이 많진 않았죠. 예전에는 주 6일 근무였고. 사실 일과 육아를 모두 잘 할 수 있는 ‘슈퍼맘’은 힘들다고 봐요. 어느 한 쪽으로 기울게 돼 있으니까요. 저는 다행히 부모님이 처음에 아이를 봐 주셔서 일에 집중할 수 있었죠. 초창기엔 남편과 의견충돌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저보다 살림을 더 잘해요. 아들한테는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기도 하고. 표현은 못했지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저의 소중한 버팀목이죠. 대기업이다 보니 근무여건은 잘 지켜졌어요. 지금은 더 좋아졌죠. 주 5일에 법정휴가와 육아휴직 다 쓸 수 있고 사내 놀이방도 개설돼 있고.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시간조정도 가능해졌으니 롯데월드 근무조건은 최상이라고 생각해요. 전 일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어요. 매 공연 때마다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며 긴장은 해도, 스트레스는 잘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의 자리에서 만족하는 일이 최고니까요.”

정부나 회사 차원의 지원이 있다 해도 정작 내부 구성원의 도움이 없으면 회사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는 이 분야에 진출해 있는 후배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스무 살에 들어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입사 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친구들도 있어요. 저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입사하고 나서 대학원 공부 하는 친구들도 있고. 자기 계발하는 친구들을 보면 흐뭇해요. 일부는 자신의 진로나 양육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지요. 저는 이런저런 고민하는 친구들한테 잠시 쉴 것을 권합니다. 휴식기를 가졌다가 오라고요. 그렇게 잠시 쉬다가 연기자에서 의상관리 쪽으로 온 경우도 있어요. 그만 두고 싶다고 ‘그만 둬’라고 하면 그 친구는 자기 적성을 계속 못 찾을 수도 있지요. 업무 재배치도 해 보고, 다른 일도 해 봤다가 다시 와서 도와주면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니 문을 항상 열어 둡니다.”

이 매니저가 회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배려다. 큰 도움이 아니어도 따뜻한 말 한 마디로 옆 사람을 챙겨 주는 것, 그 하나로 족하다. 롯데월드는 특성상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 다른 조직에 비해 구성원들의 배려가 더욱 눈에 많이 띌 수밖에 없다. 3년 전부터 롯데월드를 이끌고 있는 박동기 대표부터 캐스트(아르바이트)까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일상생활이다.

“박동기 대표님은 오시자마자 본인이 인형탈을 가장 먼저 쓸 정도로 적극적인 분이세요. 직접 탈을 쓰고 파크를 한 바퀴 돌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보완할 점이 있는지 살펴보시기도 하고요. 항상 밝게 웃으면서 직원들을 다독여 주시기도 하고. 먼저 반갑게 인사 하시니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으시죠(실제 박 대표는 기자간담회 때도 인형탈을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캐스트 친구들의 경우 아들, 딸 같아서 먼저 챙겨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오래 일했다고 해서 그 친구들한테 지시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부탁 하는 거죠. 요즘엔 젊은 친구들하고 함께 일하니 오히려 제가 기를 받아요. 이야기 하다보면 제가 생각 못한 부분이 있어 맞춰 가기도 하고요.”

▲ 롯데월드 이미양 F.M(사진=롯데월드 어드벤처).

이 매니저는 롯데월드 입사 전 사회복지사로 재활원에서 근무를 했다. 지적장애인 등을 돌보면서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것은 이 때 영향이 컸다고 한다.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공연이 그에게 각별한 이유다.

“장애인들은 ‘우리도 사회인과 똑같이 대해 달라’고 합니다. 그들은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니까요. 저는 그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항상 똑같이 봐 왔으니까요. 대기업이라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회사에서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 이웃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죠.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서울대 어린이병원 등도 방문하고요. 외부 공연을 갈 때는 연기자 뿐 아니라 제작진도 함께 움직여야 하니 의상, 소품 등을 옮기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희는 공연하는데 의미를 두는 만큼 마음은 즐겁습니다. 어렸을 때 놀이공원 간다고 하면 전날부터 잠도 안 오고 설레잖아요. 롯데월드를 아직 구경하지 못한 소외계층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롯데월드가 개원 30주년이 되는 2년 뒤, 그는 정년을 맞는다. 롯데월드에서 울고 웃었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만, 앞으로 2년 동안 혼신을 기울일 일이 남았다. 남들에게 주목 받진 않아도, 남들이 주목할 수 있도록 묵묵히 뒤에서 받쳐 주는 일. 이 또한 소중한 직업이다.

“서른 살에 롯데월드에 들어와서 마흔까지 할 수 있을까 했어요. 그런데 마흔 되니까 금방 또 이 나이가 됐네요. 이곳에서 평생을 함께 했다는 자긍심이 있어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다’고 한 배우 황정민 씨의 수상 소감은 정말 좋은 표현입니다.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 밥 짓는 과정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맡은 작업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밥상이 차려지고 숟가락을 얹을 수 있는 거죠. 여러 작은 힘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공연을 만드니까요. 그 공연에 제 작은 힘을 보탰다는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살아요. 자고 일어나면 ‘내가 이날을 또 처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아침에 눈 떠서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2년 뒤요?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가고 싶네요. 그 때까진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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