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신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 '시드니 라자루스'의 드로잉 작품 선보여◆

[이코노미톡뉴스=왕진오 기자] "아버지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때 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도록 허락해주세요'라고 기도하셨어요. 하지만 언제나 신이 나서 한 장 더 그리시곤 했죠." 시드리 라자루스의 아들 더글라스 라자루스가 아버지를 회상한 말이다.

▲ Sidney Lazarus, 'Vegetable Face'. Ink on cream card, 20.5 x 29.2 cm, 1973.

미국 뉴욕 오차드 가 66번지에 위치한 신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숨겨진 20세기 초현실주의 작가' 시드니 라자루스(Sidney Lazarus, 1912∼1973)의 드로잉 작품을 다룬 '시드니 라자루스: 무대의 뒤편에서(Tha Back Room)'전이 모마 큐레이터 Samantha Friedman 이 "정말 획기적이고 놀라운 전시"라고 호평을 했고, 뉴욕에서 각광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전시를 관람한 관객들이 "혹시 판화인가요?"라며 질문을 던지지만 모두 드로잉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운 기색을 표명한다.

오랫동안 삽화가이자 여러 신문 잡지사의 만화가로 일한 시드니 라자루스는 오로지 펜과 연필만으로 판화 혹은 에칭을 연상시키는 촘촘한 격자무늬 셰이딩을 구사한다.

갈색 빛으로 바랜 카드 종이 위에 기괴하고도 정교한 흑백 회화를 묘사하는 시드니 라자루스의 작품은 스페인 낭만주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의 삽화 시리즈와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북유럽풍 마술적 초현실주의를 떠오르게 한다.

▲ Sidney Lazarus, 'Bach’s Chaconne'. Ink on cream card, 17.1 x 24.1 cm, 1951.

시드니 라자루스는 한 때 유명한 작가들과 나란히 활동을 했었다. 1932년 미국 아트 딜러 줄리앙 레비의 뉴욕 갤러리에서 열린 미국 최초의 초현실주의 전시에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그리고 만 레이와 함께 당시 스무 살이었던 시드니 라자루스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1940년대 미국 미술계에 추상표현주의 트렌드가 들어서면서 라자루스는 뉴욕 시를 떠나 뉴욕 주 북부의 한 마을에 정착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홀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외딴 시골에서 상상력과 개인적 경험에 의존해 어두운 초현실주의 스타일을 발전시켰다. 이 때 그는 즉흥적인 충동에 의해 연필, 펜, 잉크, 왁스 파스텔을 사용해 전시에 공개하지 않을 사적인 그림들을 완성했다.

이 그림들을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이미지'를 그대로 종이에 옮긴다는 의미의 '프리마그래프 (Primagraph)'라고 불렀다. 그의 프리마그래프 그림들은 검정색 카드보드 포트폴리오에 따로 분류 보관됐다.

마치 박스 안에 은밀히 묻힌 그림들처럼, 미술 시장에서 멀어진 라자루스는 점 점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어쩌면 윌리엄 블레이크, 앙리 루소와 같이 일생 동안 조명되기를 꺼린 위대한 화가들을 동경한 그의 예술적 고집일 수도 있다.

▲ 뉴욕 신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 '시드니 라자루스' 전시 전경.

따라서 본 전시는 당시 미처 빛을 보지 못한 박스 속 그림들을 관객에게 꺼내보이고자 1929년에서 1973년 사이 제작된 서른 점이 넘는 그의 드로잉 작품들을 소개한다.

각 작품은 종교, 음악, 신화, 기억, 무의식 등에서 비롯된 주제들의 초현실주의적 해석을 보인다.

꿈속에서 나올 법한 기이한 생명체들이 종이 위를 활보하는가 하면 어두운 방 안 무거운 빗금 아래 가려진 라자루스 자신의 얼굴 없는 자화상과 불쑥 마주하게 되는 등,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관객은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라자루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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