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정치적 외압없었다' 해명
경찰청장도 물대포 사망 공식 사과

[백남기씨 사망원인 변경] 병사에서 외인사로.
서울대병원, '정치적 외압없었다'.
경찰청장도 물대포 사망 공식 사과.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촛불정권 위세 앞에 ‘굽실굽실 처세’로 살아남으려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는 현상이다. 촛불세력은 끈질긴 집념으로 한번 물면 끝까지 가는 정치적 투쟁력이 특징이다. 촛불세력이 문재인 정권의 ‘오너급 지배주주’라고 주장하는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점의 일이다.

▲ 15일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왼쪽)의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우측에 서울대병원 김연수 진료부원장.

감사원 감사 앞서 진단서 변경 발표

서울대병원이 지난 15일, 고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病死)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외인사(外因死)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이튿날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고인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과거 민주화 운동기의 박종철, 이한열 씨 사건도 함께 사과했다.
이들 모두가 정권교체 후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촛불혁명 완수를 다짐하고 있을 때 나온 현상으로 비쳐지기에 “정치적 처신, 처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진료부원장은 지난 15일 하오 기자회견을 통해 백남기 씨 사망 관련 “면밀한 내부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사망원인을 변경했다”고 밝히고 그 배경에 대해서 “기존 관행에 따른 잘못된 판단임은 인정하지만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최종적으로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반면에 백 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여전히 사망원인을 병사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대병원은 고인의 유가족이 법률적 절차를 통해 진단서 수정, 위자료 청구소송 등을 추진하자 사망진단서 재검토에 착수하여 의료윤리위를 개최하고 진단서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병원 측은 사인을 병사로 규정짓기 위해 무리하게 연명치료를 시도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전문의의 의견에 따른 치료였다”고 해명하고 “고인의 상태가 시시각각 변했기 때문에 계속 치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진단서 변경 발표 하루 전에 착수한 감사원의 기관운영 감사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원 감사는 앞으로 한 달간 백 씨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은 물론 전 정권 청와대 주치의로 활동하다 지난해 2월 병원장에 선임된 서창석 원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 의혹도 감사대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 ‘백남기 농민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에서 백남기투쟁본부 대표자들이 삭발하는 모습. <사진=백남기 투쟁본부>

외압 없다지만 ‘정치적 처세’ 관측

고 백남기 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집회에 참가하여 경찰의 차벽을 허물려는 시위대 앞장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이와 관련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시위대 얼굴에 물대포를 직사(直射)했다고 비판했지만 연로한 농민을 제일 앞장에 내세운 총궐기 주최 측의 실수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인은 물대포에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입원치료 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이때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병사’로 기록했었다.
이와 관련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은 물대포 사용이 적법절차에 따랐다고 말하고 사과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또 서울대병원 측도 병사 진단서 작성과 관련하여 “어떤 정치적 외압도 없었다”고 발표했었다.
이처럼 경찰과 서울대병원 측의 확고한 입장이 새 정부 들어 갑자기 변경 발표됐으니 당사자들의 해명과 상관없이 ‘정치적 처세’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이다.

유족, 투쟁본부 강공에 부검 못해

고인의 사망진단서와 관련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라고 주장하며 경찰의 부검요청을 거부한바 있다. 당시 경찰은 법원에 시신부검 영장을 신청하여 발급 받았지만 집행하지는 못했다.
법원이 “유족과 절차와 방식에 관해 협의하라”는 조건부로 영장을 발급했지만 투쟁본부 측이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병사가 아닌 외인사의 경우에도 부검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유족과 투쟁본부의 주장 앞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논란이 격화되자 주치의였던 백 교수를 신경외과 과장에서 보직 해임하고 말았다. 병원 측은 징계위원회 절차 등을 거치지도 않고 서창석 병원장의 직권으로 백 교수를 보직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병원 측은 특별조사위를 구성, 사망진단서 작성과정을 조사했지만 주치의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이에 대해 유족과 투쟁본부 측이 거세게 반발하며 백 교수의 보직 해임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백 교수가 진단서 논란 때문에 과장직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명분으로 보직 해임을 결정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망진단서를 잘못 발급함으로써 논란을 유발하고 병원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정권교체 후 경찰 시위대응 자세급변

한편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하여 백 씨 사망 관련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1987년 경찰 물고문 사망 박종철 씨 사건, 최루탄 사망 이한열 씨 사건도 함께 사과했다.
이날 이 청장의 사과는 민중총궐기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이 “불법, 폭력집회에 대응하여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루 전날 서울대병원이 백 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사실과도 연관되지 않을까 싶은 상황이다. 경찰 총수가 백 씨의 사망사고에 사과함으로써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죄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 이 청장의 사과에 앞서 “앞으로 일반집회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사용요건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시위대가 화염병, 쇠파이프 등을 동원하여 시민을 폭행하거나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등 과격행위에만 살수차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살수차의 수압도 낮추고 사용권한도 경찰서장에서 지방경찰청장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정권교체 후 자세를 급변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문재인 정권이 촛불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투쟁력이 막강한 진보계의 집회와 시위에 관해 인권상황 등을 더욱 고려하겠다는 방침일 것이다.
보수계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껏 경찰이 진보계 시위에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자세로 대처해 왔는데 문 정부 하에서는 더욱 유화적인 대응자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촛불정권이 전 정권의 모든 것을 적폐로 규정하려는 태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서울대병원이나 경찰에 이어 많은 부문에서 유사한 정치적 생존술이 속출하지 않겠느냐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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