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 강남역 삼성타운 앞에 세워진 반도체 직업병 피해보상 촉구 설치물. 이곳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있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희귀병 피해자에 사과”
“삼성물산 에버랜드 노조 활동 보장 필요”
“이재용 부회장 포함 인적 시스템 바뀌어야”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또 하나의 가족, 무노조 삼성. 한 때 이 같은 홍보문구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상승 시켰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 하지만 그 뒤엔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눈물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 삼성이 더 나은 세계적 기업이 되려면 지금보다 윤리의식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조대환 사무국장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어떤 곳인가.

“삼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는 단체다. 공식출범은 2013년 12월에 했다.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는 과거부터 계속 발생했다. 무노조 경영 등에 의해 인권탄압이 이뤄졌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응기구나 해결하기 위한 모임 등이 만들어졌지만 지속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상시적으로 삼성의 노동인권운동 탄압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 삼성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고민해서 만든 단체다. 의견을 나눌 때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인권지킴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물산 에버랜드, 삼성웰스토리 노조 등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공동으로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는 단체다. 삼성이 얘기하는 무노조는 깨졌어도, 노조 활동하는 분들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삼성의 인권탄압,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노동인권 문제 등이다. 실질적으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지 않는다. 요즘은 예전 같지 않지만 사찰 문제 등도 있다. 1980년대에 심했고,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는 죽은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위치 추적 문제도 있었다. 인사, 노무관리 담당자들이 노조 활동가나 간부들을 미행하고 사찰하는 거다. 최근에는 회사 측에서 에버랜드 노조 사람들을 감시하기도 했다.”

▲ 조대환 사무국장 등이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삼성 노동자 피해보상 해결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사진=삼성노동인권지킴이).

- 지난해 촛불집회 등에서 제기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어떤 것인지.

“직업병 문제가 처음 알려진지 10년이 됐다. 백혈병을 앓던 황유미 씨가 세상을 떠나고 알려졌다. 치료받는 동안 삼성에서 합의금으로 500만 원을 내밀었다. 그 돈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죽은 노동자들의 입막음을 하려 했다는 것, 산업재해로 인정해서 제대로 처리를 하려고 하지 않고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잘못 생각한 거다. 오히려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더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찾아내서 치료하고 향후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였다. 그런데 삼성은 그것을 숨겼고, 문제가 더 확산됐다.”

- 삼성은 국내 1위 기업이면서 세계적인 기업이다. 지킴이의 활동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반올림에 대해 ‘전문시위꾼’이라고 폄하했다가 사과도 하지 않았나.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분들도 한 번 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삼성이 망한다고 진짜 한국이 망하는지…….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삼성에 대해 ‘분배 없는 성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삼성과 대기업들이 성장한 만큼 일반 노동자들도 경제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반올림 등 삼성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이어말하기’를 한다. 그 분들은 결코 삼성이 망하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삼성이 바뀌고 더 잘 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하라는 거다. 이제는 오로지 좋은 제품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세계 무역규범 등을 봐도 윤리적 기준을 적용한다. 유럽과의 FTA(자유무역협정)에서도 기업의 생산 공장에서 노동 기준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추세다. 만약 삼성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희생됐다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 삼성의 신뢰도는 더욱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하락하는 거다.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흑자를 내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면에는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빛과 그림자’의 공존이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의 실패 등으로 스마트폰 사업에는 지장을 받았다. 반면, 반도체에서는 흑자를 내고. 반도체 직업병 피해를 입은 상당수가 젊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젊은 나이에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여성들이다. 그들이 주로 피해를 봤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라고 하는 젊은 여성노동자이다. 황유미 씨가 예전에 작업하던 곳이 3라인으로 불리던 곳이다. 웨이퍼라는 반도체 핵심부품을 만드는데 회로를 깎고 그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회로를 씻을 때 불산, 벤젠 같은 유해한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그 시절에는 노동자들이 직접 화학물질통에 담가서 빼고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한다. 뉴스, 광고,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는 클린룸 속 방진복과 마스크는 작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에 피부각질이나 머리카락 등 먼저가 들어갈까 봐 입는 거다. 노동자 보호용이 아니라 반도체 보호용이다.”

- 삼성 측에서도 나름 항변을 하고 있다. 사과도 했고, 피해자와 합의 시도, 자체 조사 노력 등이다.

“삼성은 시스템이 자동화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조사 결과와 작업장의 환경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삼성은 청정시설이고 최고의 안전시설이라는데 그것이 자만심인지, 거짓말인지는 모르겠다. 자동화 된 이후 사람은 밖에서 지켜만 본다고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약품 등은 결국 외부에서 가져와야 해야 한다. 약품이 하늘에서 떨어질 수는 없지 않나. 이 과정에서 물질 누출 사고, 중독사고 등이 발생하는 거다. 이런 작업들은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이 한다. 2013년 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도 이런 문제에서 발생한 거다. 외부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여러 작업용 가스, 화학 유출 성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생긴다.”

- 삼성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삼성은 2014년에 이미 사과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다. 그냥 유감표명 정도다. 우리의 요구는 근본적으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서 산재가 발생한 것을 인정 하라는 거다. 삼성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회사 근로자에게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겨 안타깝다는 유감 표시만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해 산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삼성이 보상을 하고 있다는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 접수는 삼성반도체·LCD 부문 225명이다. 그 중 78명이 사망했다.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 삼성물산 에버랜드 노조 상황도 궁금하다.

“지난해 12월 노조를 설립하다 해고된 삼성 에버랜드 부당해고자인 조장희 부지회장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2011년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해고되고 5년 만이다. 그 동안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졌다. 집은 계속 이사 가고. 중간에 다른 경제 활동을 한다고 해도 회복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정서적으로 멍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것을 잘 극복하고 5년 동안 싸워서 복직했다. 그 사이 조 부지회장의 누님이 하던 식당도 폐업했다. 에버랜드 근처에서 식당을 했으니 주 고객이 에버랜드 직원들이었다. 조 부지회장이 노조 활동을 하면서 어느 날부터 손님이 오지 않아 폐업하게 된 사연도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다면 삼성이 바뀔 것으로 보나.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총수일가가 망할 수는 있어도 삼성이 망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총수일가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바뀔 수 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까지 이어져 오면서 삼성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사장단, 경영진들이 물러나야 한다. 70여 년 동안 유지된 잘못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또 외부에서 경영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들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자이사제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삼성이 올바른 기업문화를 형성하려면 내부 구성원들의 감시와 견제가 있어야 한다.”

▲ 삼성타운 앞 반올림 노숙농성장(사진=이코노미톡뉴스).

한편,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강병원 의원실이 주관한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클린룸 이야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생산 기업들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희귀 난치성 질환 등 직업병 피해를 입은 20여 명의 젊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가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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