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논문표절… 국민여론 우위
재벌 저승사자 아닌 을의 눈물 닦아

재벌개혁 공정위원장.
'청문회보다 평판' 임명.
위장전입, 논문표절… 국민여론 우위.
재벌 저승사자 아닌 을의 눈물 닦아.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 가운데 국회청문회 결과 야 3당이 반대한 후보자를 임명 강행한 제1호다. 그의 임명에 반발하여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협치(協治) 파기라며 남은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당당한 입장을 견지한다.

▲ 6월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오른쪽)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진행됐다. 위장전입, 부인의 특혜 취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사진갈무리=국회회의록>

‘재벌저격수’ 임명강행, 재계 유구무언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위원장 임명에 대해 재계는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일 수밖에 없다. 문 정부의 친환경, 친노동, 반재벌 촛불정권 성격에 비춰보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반길 것으로 믿는다.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장관급을 임명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 장관급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일방독주 하려면 청문회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은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과 공정시장 경쟁을 강조해온 학자로서의 경륜에 비춰보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적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그는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표절, 배우자의 부정채용 등 온갖 위법, 불법 혐의가 제시되어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기본 자질이 미달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의 경우 문 대통령의 ‘공직배제 5원칙’ 사항이다. 대통령이 그를 임명 강행하자면 ‘선거 전략용 5원칙’이 무리하여 포기하거나 수정할 수밖에 없노라고 사과나 해명하는 절차라도 거쳐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경우 전 정권 인사청문회를 통해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을 얼마나 비판하고 낙마시켰는가.
청와대는 김상조 위원장이 오랫동안 교수로서 걸어온 길이나 각계에서 청렴하게 살아왔다는 평판에 비춰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그에 관한 사회적 평판에 기초하여 임명 강행했다는 해명이니 이른바 ‘여론인사’ ‘촛불인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재벌을 검찰처럼 몰아붙일 순 없다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대기업과 재벌경영 방식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침탈하면서 불공정 경쟁해온 집단이라는 인식을 유지해 왔다. 특히 문재인 촛불정권 혁명론에 동참하여 취임했으므로 재벌경영 자체를 ‘적폐’라고 규정하는 입장이 아닐까 싶다.
김 위원장은 취임하면서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재벌개혁을 검찰개혁처럼 몰아붙일 수는 없다”는 말로 4대 재벌, 10대 재벌 등의 ‘저승사자’가 아니라고 해명한 느낌이다. 그는 문 대통령도 임명식에서 재벌개혁은 일관성 있고 합리적으로 추진할 것을 당부하고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혁코드가 유사한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호흡을 맞춰 합리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이 경제적 약자 보호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주, 골목상권 등 갑(甲)의 횡포 아래 놓여 있는 “을(乙)의 눈물을 닦아 줘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이는 곧 재벌개혁을 몰아붙이지 않겠다는 취임사의 요지와도 연관되는 부연 설명쯤으로 해석된다.
그는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력 집중 완화에 대해서도 특정재벌 위주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국민의 뜻 따라 임명’ 위험한 발상

문 대통령은 청문회와 상관없이 장관인사를 단행하면서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임명한다”고 밝힌바 있다. 아마도 최근 문 정부 지지율이 80%로 역대정권 사상 최고라는 사실에 근거한 독주가 아닐까 싶다. 이는 분명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함정일 수 있다.
국민여론은 수시로 변동하는 가변성이 있고 취임 초기 인기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공정위 관련 대선 공약 어느 것 한 가지라도 국회의 협조 없이는 실천이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및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폐지 등을 공약했지만 모두가 입법사항으로 야당과 협치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된 공정위원장이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자면 야당을 상대로 대화와 설득으로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또 공정경쟁과 시장질서를 위해 공정위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경계의 대상임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여기에다 문 정부가 촛불혁명을 앞세워 친노동, 반재벌 노선을 걷게 되겠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임 위원장이 경제적 약자 보호를 강조했지만 문 정부 들어 재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도 살펴봐야만 한다. 순수 민간단체인 전경련은 전 정권의 문화관련 재단 출연금 등을 이유로 정치권의 압박으로 5대 재벌 등이 탈퇴하여 겨우 중견&#8228;중소기업 조직으로 위축되어 숨을 죽이고 있다.
또 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과 관련 업계의 고충을 대변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반성부터 하라”는 호통을 받고 기겁하여 사과문을 발표해야만 했다. 더구나 촛불정권의 지배주주 격으로 자부하는 민노총이 경총회관을 찾아가 경영계의 대변기구인 경총에 대해 ‘노동적폐의 본산’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 자진해체를 촉구했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 경제사절단 구성에도 재벌총수가 포함되느냐가 관심사항이 되어 언론들이 크게 보도했다. 대한상의를 통해 선발한 방미 경제사절단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동반하게 됐으니 재벌총수를 완전 배제하지는 않는 모양으로 비쳐진다.

‘경제검찰’의 ‘전관예우’ 엄중규제 바람직

김 위원장의 취임사 가운데 ‘전관예우’ 관련, 퇴직 OB들의 대기업과 로펌행의 문제를 지적하고 “업무시간 외에 공정위 OB 등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촉구한 대목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경제검찰’로 행세해온 전직들이 곧장 재벌로 재취업하거나 로펌 변호사로 가서 공정위 관련 법률행위를 맡는 것이 정상적이거나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김 위원장이 ‘경고의 말씀’으로 당부했다지만 실상 이는 법률로라도 규제할 대상이다. 공직사회도 전&#8228;현직간 친목이 필요하지만 공정위 정책은 막대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경제권력 현장이기에 엄청난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위직을 거친 OB 스스로가 후배들을 보호하고 공익을 지키기 위해 현직과의 접촉을 사양해야 할 필요성도 높다.
김 위원장은 현직과 OB간에 불가피하게 접촉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반드시 기록을 남기도록 당부했지만 이는 공정위 복무규정으로 의무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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