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31일 킨텍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취업박람회장 입구. 이곳에서 개막식이 진행됐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5월 31일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가 열렸습니다. 국내 10대 그룹에 속하는 신세계가 주최한 취업박람회인 만큼 오전 10시 개장 전부터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행사장에 몰려들었습니다.

▲ 신세계 취업박람회장 전경. 신세계는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많은 1만50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박람회에는 이른바 행사장에서 ‘귀빈’이라고 부르는 정치인과 그룹사 대표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과 최성 고양시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을 포함해 신세계 임병선 부사장, 이마트에브리데이 이태경 대표, 신세계사이먼 조병하 대표, 스타벅스 이석구 대표, 신세계건설 윤명규 대표, 신세계 장재영 대표, 신세계프리퍼티 임영록 대표, 골든듀 이필성 대표, 신세계 권혁구 사장, 영풍문고 최영일 대표, 이마트 이갑수 대표, 신세계인터내셔날 차정호 대표, 신세계푸드 최성재 대표, 신세계아이앤씨 김장욱 대표, 신세계조선호텔 성영목 대표, 신세계TV쇼핑 김군선 대표, 이마트위드미 김성영 대표, 신세계엘앤비 김운아 대표 등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 개막식에는 이용섭 부위원장과 최성 고양시장, 정용진 부회장 등 내빈들이 참석했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정문 입구를 봉쇄했다. 필자도 문을 열었다가 못 나간다는 관계자의 말에 쫓겨나듯 다시 들어와야 했다.

문제는 귀빈들이 참석한 개막식이었습니다. 15분 정도 예정된 개막식은 채용박람회장 출입문 정문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11시부터 시작하는 개막식을 진행하기 위해 행사 진행요원들은 “출입구가 이곳밖에 없다. 귀빈들이 와서 행사를 진행 중이니 15분만 기다려 달라”며 행사 직전 출입문을 막았습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례”라고 말했습니다.

▲ 개막식 행사로 인해 정문이 봉쇄되자 방문자들이 행사 보안요원에게 출구를 물어보고 있다.

신세계 채용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들과 인사 담당자들은 귀빈들이 ‘관례상’ 바깥쪽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사실상 감금 아닌 감금 처지가 됐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오거나 행사장 앞에서 사전공지를 하지 않아 많은 이들은 정문 쪽으로 나가려다 저지당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나가려던 사람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약속이 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10분이 조금 더 지나서야 직원들은 뒤쪽 출구가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사람들에게 안내를 했고, 해당 출구로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 개막식 행사가 진행 되고 10분이 지나서야 다른 출구가 공개돼 방문자들이 나가고 있다.

개막식 행사는 11시 18분에 종료됐습니다. 종료 직후 굳게 닫혀 있던 출입문이 열리더니 내빈들이 영화 어벤져스 군단처럼 한꺼번에 들어와 행사장을 참관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카메라와 보도용 사진을 찍기 좋은 구도였습니다. 이용섭 부위원장과 최성 시장, 정용진 부회장을 선두로 신세계 계열사 사장단들이 뒤를 따랐고, 이들은 행사장을 돌며 인사담당자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 행사가 종료되자 정문이 열리고 내빈들이 일제히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15분가량 참관한 뒤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이 부위원장과 최 시장 등은 일정상 이유로 정 부회장과 기념사진 촬영 후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신세계 취업박람회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닙니다. 정부 주관 행사, 국회에서 열리는 행사 등 대규모 행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귀빈, 혹은 내빈이라고 불리는 정치인, 고위 공직자나 재계 임원들은 행사 앞부분에 잠시 참석했다가 소개 받고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 이용섭 부위원장과 최성 시장, 정용진 부회장 등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다만, 이날 행사는 ‘일자리 박람회’입니다. 청년 실업이 넘쳐 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에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왕에 하는 개막식이라면 정부 정책 기조나 그룹의 채용 계획을 구직자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행사장 밖이 아니라 안에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용섭 부위원장도 구직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일자리에 대한 답을 현장에서 찾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구직자 배려 없는 개막식,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또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친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음번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의 귀빈은 관례를 깨고 미래의 인재가 될 구직자들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 이용섭 부위원장과 정용진 부회장, 최성 고양시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행사를 후원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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