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와이즈· 제롬 로빈스 감독, 1961년 미국
내털리 우드, 리차드 베이머, 조지 차키리스

▲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년)'

[이코노미톡뉴스=박윤행 논객]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61년 미국, 로버트 와이즈· 제롬 로빈스 감독/내털리 우드, 리차드 베이머, 조지 차키리스 출연)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버전은 아주 많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계적 고전이기에 옛적부터 둘 다 죽는 얘기, 하나만 죽는 얘기, 심지어 둘 다 살아남아 행복하게 사는 얘기까지 있다.
영화로도 수차례 제작되어 무성영화부터 노마 쉬어러의 흑백 클래식, F.제피렐리 감독의 컬러 걸작, 심지어 갱스터 버전도 있다.
뮤지컬인들 이 기막힌 줄거리를 비켜갈리 없어서 당대 최고의 뮤지컬 감독인 제롬 로빈스는 작곡가 레너드 번슈타인과 함께 일찍이 뮤지컬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유태인 처녀와 아일랜드청년의 사랑을 그린 <이스트 사이드>였는데, 40년대 미국령이 된 푸에르토 리코에서 이민이 쏟아져 들어오며 뉴욕에 빈민가를 만들고 말썽이 되자 이에 착안, 웨스트 사이드가 되었다.
다 아는 뻔한 줄거리에 번슈타인의 음악이 너무 오페라틱해서 처음엔 제작자를 찾기도 어려웠으나, 막상 57년 무대에 올리자 대성공, 61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6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하여 무려 10개 부문 수상의 대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인 인종차별과 갈등을 먼 이탈리아 베로나의 두 가문간의 불화에 빗대서, 증오 때문에 맺지 못한 사랑이 결국 죽음으로 둘을 화해시키는 두 연인에게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 샤크스와 제츠 (우)▲무도회의 첫만남. <사진=필자 갈무리>

뮤지컬답게 전주곡(prelude)이 맨해턴을 상징하는 그래픽화면에 연주되고, 카메라가 공중에서 본 맨해턴을 훑어가다가 줌인해 들어가면, 한 떼의 청소년들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율동에 맞춰 거리를 누빈다. 이들은 이태리계 이민들이 주축이 된 제츠란 깡패들이다. 그들이 마주친 또 한패거리는 푸에르토리코 이민들의 샤크조직으로 구역다툼은 늘 패싸움으로 이어지고, 그들 사이의 증오는 나날이 깊어가기만 한다.
샤크단과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보스 리프는 토니를 찾아가 협력을 구하는데, 한때 제트단의 주먹이었던 토니는 제트단을 떠나 성실히 일하며 살고 있다.
패거리들의 화합을 위해 시에서 개최한 무도회에서 두 패거리는 자기들끼리만 신나게 춤을 즐기고 서로 어울리지를 않는다. 다만 미국 온지 한 달밖에 안된 샤크단의 보스 베르나도의 여동생 마리아는 토니와 첫 만남에서 숙명처럼 강하게 서로에게 이끌린다.
그녀이름이 마리아인 것을 알고 사랑에 들떠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단어 마리아’하고 노래하며 찾아다니던 토니는, 세익스피어의 원작에 나오는 베란다 대신,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마리아를 만나서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고, 리프패거리는 베르나도와 내일 결전을 벌이기로 한다.
베르나도의 애인 아니타에게서 오빠가 내일 결투를 한다는 얘길 들은 마리아는 토니에게 가서 싸움을 말려달라고 부탁하고 토니는 그녀를 위해 승낙한다.
마리아가 일하던 의상실에서 둘은 마네킹을 양가의 부모삼아 세우고 결혼서약을 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사랑하겠습니다” 후면 둥근 창문의 십자가가 교회를 상징한다. ‘One hand One heart’ 아주 아름다운 노래다.
‘오늘밤은 특별한 밤이 되리’ 결투를 앞둔 제츠와 샤크스, 아니타, 토니, 마리아 모두 ‘Tonight’을 부르며 특별한 밤이 되길 기대한다.

▲ 베란다 씬 (우)▲tonight. <사진=필자 갈무리>

이윽고 해가 지고 고속도로아래 모인 제츠와 샤크스.
먼저 베르나도와 제츠의 아이스가 주먹대결을 벌이려할 때 토니가 달려와 싸움을 말리지만, 오히려 베르나도는 토니를 겁쟁이라고 부르며 토니에게 싸움을 걸고 이를 피하는 토니를 보다 못해 리프가 먼저 베르나도에게 주먹을 날린다.
재크 나이프를 꺼내든 두 사람은 싸움을 벌이고, 토니는 이를 말리다가 리프가 베르나도의 칼에 찔리자 그의 칼을 받아 잽싸게 베르나도를 찌른다. 현장은 곧 난투극이 벌어져 서로 엉켜 싸우다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에 모두 도피하고, 리프와 베르나도가 숨진 것을 확인한 토니는 “마리아”하고 절규한다. 두 사람이 쓰러져있는 현장에 시간을 알리는 무거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설레는 마음으로 토니를 기다리는 마리아에게 온 치노는 “토니는 괜찮아?”하고 묻는 그녀에게 “그가 네 오빠를 죽였어”하고 대꾸한다. “거짓말이야 거짓말” 소리치며 방으로 돌아온 마리아. 토니가 창문으로 들어오자 “이 살인자”하고 그의 가슴을 때리다가 결국 그의 가슴에 쓰러진다.
“말리려했는데 베르나도가 내 형제 같은 리프를 죽이자 나도 모르게 그만...” 토니는 자수하겠다지만 마리아는 곁에 있어달라고 한다
“어딘가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갈게. 그 어딘가로” 둘은 가장 감동적인 명곡 ‘Somewhere’를 부른다.
경찰들이 쫙 깔린 가운데 흥분한 제츠들은 복수를 다짐하지만 아이스가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해야한다며 손가락을 튕기며 ‘Get cool’을 선창하고, 분노와 흥분을 춤으로 마음껏 발산한 제츠패거리는 간신히 진정된다.

▲ one hand one heart (우)▲some where. <사진=필자 갈무리>

함께 밤을 보낸 토니는 마리아에게 닥 아저씨 약국에서 만나서 함께 버스를 타고 멀리가자고 제안하고, 사라지는 토니를 발견한 아니타는 “저런 녀석은, 네 오빠를 죽인 저런 자는 잊어야해”라지만, “나는 사랑을 찾았어. 난 그를 사랑해. 우린 하나야 어쩔 수가 없어”하는 마리아에게 “사랑이 곧 삶이지” 아니타도 눈물을 흘리며 마리아를 이해해준다.
아니타는 치노가 총을 갖고 토니를 노리니 피하라고 일러주고, 마리아는 아니타에게 약국에 가서 토니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니타는 마리아를 위해 약국에 가지만 그곳에 몰려있던 제츠패거리들에게 성적인 모욕을 당하고, 거짓정보를 전한다. “치노가 마리아와 토니의 사이를 알아채고 총으로 쏴서 마리아는 죽었어. 그녀를 다신 못볼줄 알라고 토니에게 전해”
닥 아저씨에게서 그 말을 전해들은 토니는 마리아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자 밖으로 뛰어나가 “치노 나 여기 있다 나도 죽여”하고 소리치며 뛰어 다닌다.
그때 나타난 마리아. 서로 달려가 반갑게 부둥켜안을 때 치노는 토니에게 총격을 가한다.
“그들이 우릴 가만 안둬” “그럼 먼데로 가지” “그래 그럼 되겠네” “내손을 잡아. 내가 데려가 줄게. 어떻게든. 언젠가” 그러나 “어딘가”는 잇지 못한다.
토니는 숨을 거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품안에서 절명하는 것을 보는 마리아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들에겐 그들만이 함께할 수 있는 ‘어딘가’somewhere는 존재하지 않았다.
치노에게 총을 받아든 마리아는 총소리에 모두 몰려와 지켜보던 패거리에게 “너희들이 모두 그를 죽였어. 내 오빠도 리프도. 총이나 총알이 아니라 바로 증오로. 나도 이제 죽일 수 있어. 나도 증오가 생겼으니까”
총을 떨어뜨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마리아. 죽은 토니에게 키스한다
제츠들이 나서서 토니를 들어 올리자 샤크도 곁에서 거들며 함께 들고 나간다. 이제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리아도 따라가고. 경찰들이 치노를 데려가면 그들의 주무대이자 놀이터였던 텅 빈 농구코트만 덩그라니 남는다.
영화사상 가장 슬픈 엔딩씬의 하나다.

▲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경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역임

담 위에(우리는 모두 증오라는 이름의 담을 쌓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낙서처럼 분필로 쓴 크레딧이 이어지며 후주가 연주된다.
주옥같이 아름다운 명곡들과 현란하기 그지없는 멋진 춤과 안무- 이런 걸출한 뮤지컬영화가 영화사에 다시 등장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 the end. <사진=필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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