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精) 한(閑) 담(淡)

▲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이코노미톡뉴스=최수권 논객] 옛날 중국 노나라에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재경이라는 목수가 있었다. 그가 악기를 만들면 모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마치 소리가 살아있는 듯하였다. 한번은 거문고를 만들었는데 어찌나 뛰어났던지 그 소문이 임금의 귀에 까지 들어갔다. 임금께서는 그가 만든 거문고를 가지고 궁에 들어오라고 명하였다. 임금은 재경에게 물었다.
“그대가 만든 거문고는 참으로 훌륭하도다. 그대는 어떤 기술을 지녔기에 이토록 뛰어난 악기를 만들었는가?”
재경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임금님, 저는 평범한 목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렇다 할 아무런 기술이 없습니다. 단지 저는 악기를 만들기 전에 제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했다.
“다음에는 만들 악기에 대해서만 깊이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내고 나면, 악기를 잘 만들어서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든가 상을 받는다거나 하는 욕심이 없어집니다. 다시 그렇게 닷새 동안을 보내고 나면 사람들의 어떤 비난이나 칭찬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레째가 되면 세상 어떤 것도 제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오직 악기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악기를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서 산으로 올라갑니다. 저에게 이것 이외에 다른 기술은 없습니다.”
고전에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던지는 예리함이 숨겨져 있고, 우린 그것들을 발견하여 자신의 삶에 차입하기도 한다. 재경과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아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어떤 유혹에도 미혹되지 않고,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롯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만 마음을 모으는 것, 그런 삶의 자세가 행복한 삶을 사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이어지는 삶의 태도는 성공적인 삶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을 비우는 것 이외에는 악기를 잘 만드는 기술이 따로 없다는, 목수 재경의 말은 언뜻 지나친 겸손 같기도 하지만 그것이 생활화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이, 또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온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온 마음을 모으다 보면 뜻밖에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마음의 눈이 밝으면, 그 눈으로 인생의 길을 훤히 볼 수 있고, 또한 인생의 의미와 목적도 훤히 드러나게 된다.
채근담·자연편에 보면 “옛 스님이 말하기를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그림자가 아무리 처마 밑을 쓸어도 먼지 한 점 일지 않으며, 둥그런 달이 아무리 물속을 뚫어도 물결 한 올 일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유학자는 물의 흐름이 급하지만 수면은 고요하기만 하고 꽃은 휘날려 지고 있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한가하기만 하다고 했다. 이런 마음으로 항상 사물에 대처하면 괴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채근담에서는 관조의 경지에 이르는 정중(靜中) 한중(閑中) 담중(淡中)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정중에는 염려가 맑아 있으므로 마음의 진체(眞體)를 본다. 담중에는 뜻이 중이(仲夷)하면 마음에 자비를 얻는다. 마음을 관(觀)하고 도를 중(中)하는데는 이 세 가지 밖에 없다.”
고요한 곳(정중)에서는 마음이 맑아 있으므로 마음의 참 모습을 볼 수가 있고, 한가로울 때(한중)는 마음이 느긋해지므로 마음의 진정한 움직임을 알 수 있으며, 담담하여 집착이 없는 경지(담중)에 이르면 마음에 거칠게 없으므로 마음의 참다운 맛을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본심을 잘 비춰보고 진실하고 거짓 없는 도를 깨치는 데는 이 세 가지 방법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양은 어떤가? 화기(火氣)가 넘쳐나 정(精)하고 한(閑)하고 담(淡)할 기회가 실종된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는지?
다분히 선동적이고, 적개심이 이글거리고, 호전적이기도 하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시대. 우린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100년 후 아니 50년 후, 후대들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까? 괜한 생각이 떠오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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