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시연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참여했다(사진=청와대).

[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대형 터치스크린 2대가 설치됐습니다.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알리기 위한 전자칠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당선되면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집무실에 상황판을 만들어 매일 매일 점검하겠다’고 공약 한 바 있습니다. 이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취임 13일 만에 두 개의 약속 모두를 이행했다”고 자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10대 그룹을 넘어 30대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자리의 경우 우리나라 고용의 큰 몫을 차지하는 대기업들, 재벌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개별 기업별로 파악할 수 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분은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의 추이가 드러나게끔 공공부문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많은 분야는 어떻게 개선되는지도 월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건 시연이 아니라 대통령이 상용하는 거다. 일자리위원회와 상황판 설치는 제가 일단 약속을 지킨 것이니 이를 통해 나오는 성과와 실적이 중요하다. 일반 시민이 청와대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바로 볼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며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한껏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5년 계약직’이라며 권위를 내려놓고 적극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청와대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을 사용하는 모습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문 대통령이 사용한 일자리 상황판 두 대가 모두 ‘삼성전자 LCD 모니터’라는 점입니다. 협찬인지, 구매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삼성’은 대표적인 재벌개혁의 대상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저격수’로 불리는 인사들입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 특검팀의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재판을 주도한 전력이 있습니다.

물론, 재벌가의 일탈 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대한민국 대표이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의 제품 구입 자체를 문제 삼기에는 지나쳐 보입니다. 지난해 연말 국회 국정조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민들은 삼성폰을 들고 촛불집회에서 라이트로 쓴다. LG폰도 있긴 하지만”이라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들고 ‘이재용 구속’을 외치는 집회참가자들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놓고 닦달한 국회도,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법도 모두 일괄 구입한 삼성전자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삼성을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이 삼성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외에 상생과 중소기업 위주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왜 일자리 상황판 두 대 모두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전자칠판은 삼성전자 외에도 경쟁사인 LG전자와 중소기업인 현대스마트솔루션, 아하정보통신, 코텍 등에서도 만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외 다른 기업들도 75인치, 84인치 이상 대형 TV 스크린 제품을 생산합니다.

▲ 75인치, 84인치 전자칠판을 검색하면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중소기업 제품 등이 나온다(사진=포털사이트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입니다.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2013년 항공사 직원을 신문지로 폭행해 물의를 빚었고, 최근에도 강 회장이 대표로 있는 동진레저가 하도급업체에 수수료 등을 미지급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논란이 됐지만, 문 대통령의 등산복이 뜨면서 호감 기업으로 이미지가 상승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낡은 구두도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수제화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폐업한 ‘아지오’ 신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청와대는 ‘국민을 위한다’는 뜻의 위민관도 ‘국민과 함께 한다’는 뜻의 여민관으로 바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작은 행동 하나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자리 상황판 두 대 중 한 대만이라도, 혹은 75인치를 60인치로 줄여서라도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와 중소기업 제품을 더불어 공유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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